KBS1 교양프로그램 '감성과학프로젝트-환생’이 홀로그램 등을 활용해 복원시킨 속 '가객' 김광석(왼쪽)의 모습. KBS 제공
‘어른’ 사라진 시대 ‘가객’의 노래에 기대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흐린 날씨에 파도가 거센 어느 날, 한 사내가 ‘노란색 리본’을 어루만진다.
‘잊지 않을게’란 문구가 흐느끼듯 바람에 휘날린다. 꿈을 채 펴지 못하고 바다에 잠든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위로에 나선 이는 다름 아닌 ‘가객’ 김광석(1964~1996)이다.
28일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감성과학프로젝트-환생’(‘환생’)이 20년 전 세상을 떠난 가객을 소환해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져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치유의 노래’가 사라진 시대, 김광석의 등장은 큰 울림을 줬다. 방송 후 온라인에는 ‘요즘처럼 혼란한 시국에 마음이 치유됐다’(vane****), ‘요즘 같은 시국에 예전 노래가 그립고 그때로 돌아 가고 싶어진다’(bang****), ‘그가 떠난 지 20년, 그의 노래는 아직도 세상에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있다’(yugu****)는 반응이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 안전망의 붕괴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 현실과 청년의 설움을 확인하며 사람들은 실의에 빠져있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민주주의 훼손을 지켜보며 사람들의 실의는 절망으로 변했다. 시대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어른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김광석이 생전에 남기고 간 따뜻한 노래와 말들에 기대 시청자들은 위안을 얻었다.
KBS1 교양프로그램 '감성과학프로젝트-환생’ 속 '가객' 김광석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전남 진도군 팽목함을 찾아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KBS 제공
구의역과 세월호 참사를 보며 김광석 찾은 사람들
20년 전 세상을 떠난 가객은 어떻게 돌아왔을까. ‘환생’에서 김광석은 유년 시절을 보낸 서울 창신동 골목길을 걸어가며 주민들에 인사를 건넨다. 명동극장 앞에서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아직 살아있는 게 아닐까’란 착각이 들 정도로 김광석의 모습은 실제 같다. 얼굴에 난 점 위치까지 똑같다. 29일 제작진에 따르면 대역과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가객을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체격과 얼굴 등이 김광석과 닮은 배우를 오디션을 거쳐 뽑은 뒤 그 대역이 현지에 가 촬영을 하면, 영상에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시각효과(VFX)기술을 덧입혀 ‘가객’을 되살렸다. ‘환생’은 지난해 하반기에 기획을 시작해 제작 기간만 6개월이 넘었다.
특히 눈길이 갔던 건 김광석이 찾은 장소들이었다. ‘환생’에서 김광석은 ‘편히 쉬세요’ 등 추모의 글들이 가득한 구의역을 가 사고 당시를 되짚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수리공을 위로해 뭉클함을 준다.
제작진은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광석을 팽목항과 구의역을 잇는 다리로 삼았다. ‘김광석이 살아 있다면 어떤 사건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을까’란 질문에 ‘구의역’과 ‘세월호’란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환생’의 제작을 총괄한 김상무 책임프로듀서(CP)는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설문에서 ‘김광석이 청년들의 아픔을 공감했을 것’이란 답변이 많이 나왔다”며 “김광석은 시대와 호흡했던 가객이고, 살아 있다면 분명 시대의 아픔이 있을 때 노래를 만들어 위로해 줬을 것이란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제작은 김광석 유족의 동의 아래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