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이 용천동굴 속살의 신비 ★
제주도, 石花·동굴진주 등 사진 본지에 공개
지난해 5월 전신주 교체 작업중 우연히 발견
지난해 5월 발견된 제주도 북제주군 월정리 용천동굴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일체가 4월 14일 공개됐다.
제주도는 최근 도내 용천·김녕사·만장·당처물·벵듸(넓은 들판이라는 뜻) 등 5개 동굴을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신청한 뒤 비공개 지역인 용천동굴 사진을 본지에 제공했다. 제주도는 그동안 용천동굴 비경 몇 장면만을 언론이나 전시회 등에 공개해 왔다. 용천동굴은 종유석(종유관)과 석순, 석화(石花·탄산염 성분이 모여 꽃처럼 만들어진 것), 동굴진주(탄산염 성분이 포함된 물이 천장에서 떨어지면서 진주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 등이 어울리며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용천동굴을 발견한 제주도동굴연구소 손인석 소장은 14일 “동굴 구조·탐사 전문가인 크리스 우드 영국 버너머스대 교수도 용암동굴이면서도 대형 호수(길이 200m, 최대 폭·깊이 각 15m)가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용천동굴밖에 없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규섭 제주도동굴연구소 연구원도 “용천동굴은 동굴 위를 덮고 있는 조개모래(패각사·貝殼砂)의 탄산염 성분이 빗물 등으로 녹으면서 동굴 안으로 침투해 마치 석회동굴과도 같은 비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용천동굴은 전신주 교체작업 중 발견됐다. 박화용 연구원은 “전신주 교체작업을 위해 땅을 뚫던 중 땅 속에 구멍이 뻥 뚫렸다는 연락을 받고 별 생각 없이 나갔다. 40m짜리 자일을 던졌더니 한참 만에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상하다 싶어서 들어 갔더니 규모와 풍경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발견 당시를 설명했다.
용천동굴의 길이는 총 2.5㎞. 호수는 이 중 동굴 끝부분에서 잇따라 2개가 발견됐다. 첫 번째 발견된 호수는 낭떠러지 바닥에 물이 고인 듯한 용천호수(龍天·폭 3m, 길이 12m). 용천호수를 처음 발견한 박 연구원은 “마치 여성 성기처럼 생겼는데 음기(陰氣)마저 느껴졌다”며 “절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탐사단은 과일과 포 등을 준비해 제사를 지낸 뒤 알루미늄 사다리를 펴서 호수 위를 건넜다.
“용천호수를 지나자마자 갑자기 땅이 꺼져 있었고 바닥이 캄캄했다. 조명을 비추니 푸른빛이 어른거렸다. 호수였다.”(이규섭 연구원)
호수 바닥이 바다와 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호수의 이름은 ‘천년의 호수’로 정했다. 동굴 안에서 통일신라시대 후기(8~9세기) 토기 파편이 대량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장재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신라 사람들은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그 이후 동굴이 지금처럼 막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용천동굴 천년의 호수 | |
▲ 용천동굴에서 나온 통일신라 시대 후기 토기 | |
▲ 용천동굴에서 제사 지내는 장면 | |
▲ 용천동굴의 석화 | |
▲ 동굴에 매달린 물방울 | |
▲ 휴석소 | |
▲ 전신주를 박다가 발견된 용천동굴 | |
(조선일보/제주/신형준기자/200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