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민 한신대 경상대학 교수가 '이명박 운하'에 대한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정책기획팀장의 그간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전재합니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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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대형 홍보용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대형 홍보용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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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은 대운하 얘기만 나오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대운하에 찬성하는 전문가와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컨테이너선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조차 2배나 다르게 추정할 정도다"라는 모 일간지의 사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너무도 명백하고 기본적인 사항인데도 엉터리 전문가가 멋대로 수치를 조작하고 허위주장을 계속하여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60~70명의 전문가가 10년간 기술적 검토를 마쳤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는 없고 문외한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며 엉터리 주장을 하고 있어서 국민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30명의 운하연구회의 전문가 집단에 운송물류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230명의 명단은 볼 수가 없고, 다만 월간중앙(2008년 2월호)에서 소개한 대운하 핵심자문요원들의 전공은 모두 지리학, 토목공학, 도시공학, 환경공학 등이며, 조선공학, 항해학, 물류학 등 운하에 반대할 만한 전문가들은 없다. 우연히 제외되었는지 반대를 해서 배제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조선공학, 항해학, 물류학도 등이 포함되었다면 운하프로젝트는 중도에 폐기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치마케팅 전문의 광고홍보회사 사장 출신 목사가 2007년 이명박 후보 캠프에 참여하여 한반도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운송물류 전문가로 행세하면서, 책도 쓰고 온갖 매체에 나와 엉터리 주장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2007년에 캠프에 참여했으니, 물류를 접한 지 채 1년도 안된 광고홍보전문가가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한마디씩 하는 말이 전문가의 말로 둔갑하여,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가짜 전문가'의 엉터리 주장에 반박한다
가짜전문가가 TV 토론, 여기저기에 쓴 글, 보도기사 등에서 경부운하에 대해 언급한 엉터리 주장에 대해 논박해 보았다.
① 바지선은 30km로 운항하여 550km를 24시간에 주파한다.
반론 : 처음에는 그들이 신주처럼 벤치마킹하는 독일 및 화란의 운하와 같은 시속 15km로 운항한다고 했다가, 너무 느려서 화주들이 기피한다는 지적에 즉흥적으로 속도를 30km로 높인 것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강에서 바지선이 30km 속도를 내면 대단히 위험하고 연료를 엄청나게 소모한다.
선박의 연료소모는 속도의 3제곱 함수이다. 예컨대, 15km의 속도에서 10톤을 소모한다면 30km에서는 80톤을 소모하게 된다. 엄청난 연료를 소모하며 목숨을 걸고 30km로 항해해서는 안된다.
15km로 운항하면 항해시간 40시간, 갑문통과 10시간을 더해 50시간을 요한다. 28시간의 연안해운보다 하루 정도 더 걸린다. 24시간은 느리다는 지적을 모면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시간이다. 여기에 약 50시간의 트럭킹, 하역 장치 등의 부대시간이 추가되면 총 100시간이 넘는다.
② 배와 배(vessel to vessel)가 컨테이너를 해상에서 곧바로 주고받아 비용도 줄고 시간도 단축된다.
반론 : 부산항을 비롯하여 전세계 모든 항구의 갠트리(컨테이너) 크레인은 부두 쪽으로만 작동하게 되어 있어, 배와 배가 해상에서 곧바로 컨테이너를 옮겨 싣고 내릴 수 없다.
③ 바지선이 광주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영산강을 거쳐 바로 중국도 가고 일본도 간다.
반론 : 바지선이 낙동강에서 일본으로, 한강에서 중국으로 바로 갈 수 없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없는 하천이나 호수에서 운항하는 평저선(平底船)인 바지선에 짐을 실으면 중심(重心)이 높아져 복원력(復原力)이 약하다.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로 나가 일단 롤링(rolling)을 하면 복원력이 약한 바지선은 곧바로 뒤집어져 물밑 용궁으로 직행한다.
전화 한통만 걸면 엉터리 주장 확인할 수 있다
④ 우리나라의 연안운송은 이미 죽었다. 수출화물을 주로 하는 연안운송의 생명은 바로 정시성이다. 그런데 연안운송은 그 정시성 보장에 실패했다. 이유는 잦은 파도나 일기변화 때문이다. 연안해운이 잦은 파도나 일기변화 때문에 시간을 지키지 못해 실패했다.
반론 : 배의 중심(重心), 부심(浮心), 경심(傾心) 등을 계산하여 조선공학적으로 건조된 원양선박은 태풍만 아니면 어지간한 황천(荒天)에도 끄떡없다. 태풍이 오면 잠시 지나가길 기다릴 뿐, 풍랑이 심해 항해를 못하는 일은 전혀 없다. 원양선은 바지선과 달리 높은 파도나 강풍에도 오뚜기처럼 복원력이 있어 절대로 전복되지 않는다. 정시성(定時性)은 정작 운하가 걱정해야 할 치명적인 약점의 하나이다.
바지선도 엄연한 선박이다. 광고홍보맨이 제멋대로 갖고 놀만한 장난감 배가 아니다. 이들 ①~④항은 조선공학이나 항해학 전공자에게 전화 1통만 걸면 금방 확인이 된다.
⑤ 20피트 컨테이너를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보내는 비용은 43만원이다. 경부운하는 15만원 정도로 잡고 있다. 무려 28만원의 차이이다. 하루 10개를 보내는 회사라면 하루에 280만원, 한달이면 9천만원, 1년이면 11억원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생겨난다. 11억원이 절감되는데 트럭으로 운송하겠는가?
반론 : 경부운하의 운임은 금융비용, 관리유지비용, 트럭킹, 하역 및 장치 등의 부대비용을 원가에 반영하면 시나리오별로 컨테이너 1개당 200~300만원이 될 것이다. 원가는 아예 무시하고 도로와 철도에서 화물을 빼앗아 오기 위해 그들이 멋대로 책정한 운하운임이 15만원이다. 그러면 나머지 원가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아예 공짜로 서비스하여 화주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들은 도로와 차이가 28만원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트럭킹, 하역 및 장치 등의 부대비용이 포함된 금액이 15만원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트럭킹 비용은 화주별로 모두 다르다. 따라서 이들이 말하는 15만원은 운하통행료만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아예 컨테이너 운송에 부대비용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면서 금액을 낮춰 국민을 속이는 것인지 귀신만이 알 수 있다.
설령 기백만원의 원가를 무시하고 운하통과료를 15만원으로 책정하더라도, 부대비용으로 15만원 이상이 추가되어 화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30만원 이상이 된다. 30만원이 넘으면, 연안해운보다 훨씬 열등한 운하는 도로와 철도를 이겨낼 수 없다. 11억원의 절감은 가짜전문가들이 가공한 수치이다.
물류업체 종업원들을 능멸하지 말라
⑥ 기업체 오너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90% 이상 찬성, 종업원들한테 물어보면 70~80% 이상이 반대한다. 왜냐하면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바꾸는 것 자체가 귀찮고 복잡하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서 반대한다.
반론 : 오너인 회장이나 사장은 운송과 물류를 모른다. 추측컨대 막강한(?) 인수위라는 곳에서 물으니 회장이나 사장이 그저 '예예'라고 답했을 것이고, 그것을 인수위가 찬성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운송물류를 아는 부장이나 과장들은 운하의 문제점을 너무도 잘 알아 반대를 하는 것이다.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귀찮아서 반대를 한다는 말은 그들을 모독하고 능멸하는 소리이다. 오너와 실무자의 견해차이도 분별하지 못하는 추진팀의 아둔함이 놀라웁고, 게다가 "종업원들이 바꾸는 것 자체가 귀찮고 복잡해서 반대한다"고 강변을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사람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할테니 아무래도 눈과 귀를 틀어막고 살아야 할 것 같다.
⑦ 이미 외국의 자본들이 투자할 의향을 비치고 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독일, 두바이,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반도대운하의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면서 투자의향서를 보내겠다고 한다. 이미 접수한 것도 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몸이 달아 있을까?
반론 : 이들은 틈만 나면 외국인을 판다. 외국인들이 바보가 아니다. 사업성도 검토하지 않고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을 리가 없다. 거대한 프로젝트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겠다는 것을 투자의사로 둔갑시켜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왕년에 마이클 잭슨이 전북 무주에 투자하겠다고 떼를 지어 한국을 방문했었고, 왈리드라는 돈 많은 사우디 왕자도 한국에 투자의사를 비췄지만 하나도 이뤄진 것이 없다.
경부운하가 청계천 사업보다 쉽다니?
⑧ 운하반대론자들이여! 외국의 운하를 객관적 입장에서 한 번 보고 와서 논하라!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까지 왜 지금 이 시대에 운하를 적극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는지, 왜 그들이 운하를 중심으로 한 물류운송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지 현실을 직시하라! 환경을 그렇게 중요시하는 유럽의 나라들이 왜 다시 운하를 주목하는지 냉철하게 따져 보라!
반론 :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외국의 운하 한번 둘러보고 외국을 팔아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운하반대론자들이여!"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는 행태가 가증스럽다.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 등이 지금 운하를 늘리고 있지도 않고, 설령 늘린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들의 꽁무니를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 강산의 모습, 국민정서, 경제환경 등 우리는 그들과 모든 면에서 너무도 다르다.
더욱이 "경부운하는 청계천보다 쉬운 사업"이라고 공언하는 인수위 운하팀장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수하에 두고 나라를 이끌겠다는 것인지, 이 당선자의 용인술과 통찰력이 의심스럽고 나라의 앞날이 대단히 걱정스럽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는 운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매도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결코 아니다. 강산을 뒤집어엎고 수십조원의 국부를 탕진하는 폭거를 막으려는 것이며, 그들의 우상 이 당선자가 후손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게 위한 충정이다.
운하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다. 이 당선자를 신(神)으로 여기는 일부 열성신도들은, "이명박이니까 할 수 있다" "이명박이 그처럼 터무니없는 프로젝트를 하겠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BBK 사건에 말려들어 사기도 당했고,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도 당한 보통사람이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지 결코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통찰력이 부족해서 가짜전문가들에게 속아 터무니없는 프로젝트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