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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그림: 좋은 그림

[스크랩] 천진암 대성당 건립 총감독 변기영(卞基榮) 신부

by skyrider 2009. 4. 29.
손님 접대용으로 오리탕을 끓인 뒤,개별 접시로 툭 익은 고기가 나눠졌다. 변기영신부(65세)가 상석이다. 좀더 큰 몫을 받아야 제격인데 "나는 이미 작년에 고기를 많이 먹었으니 국물만"이라고 했다.작년에 먹은 오리고기가 지금 뱃속에서 유효한가.변 신부의 시간 개념 단위가 이러니,그는 성당을 하나 지어도 100년 걸리는 성당을 짓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서 한참 둘어간 앵자봉 초입,그는 이곳에서 높이 85m,추녀끝에서 추녀 끝까지 195m,연면적 1만3733평의 2층 건물,세계 10대 성당안에 꼽힐'100년 계획 천진암 대성당'건립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천진암은 1779년 이벽.정약용등 젊은 선비들이 모여 천주학을 처음 논했던 불교암자로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바로 이곳에서 그가 '100년 성당'을 짓겠다고 하자 군청에서는 "건축 기간이 100년 걸리는 것은 건축법상 불법"이라며 처음에는 허가를 내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한때 늘씬하던 젊은 신부가 여기에 들어와 어느덧 방바닥에 늘어 놓은 메주덩이 같은 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 분투의 25년이 흘렀는데도 대성당의 위용은 아직 조삼도에만 있다.
실제 육안으로는 광활한 35만평의 빈 터,사방 출입문 자리를 표시한 철골 네개,성당의 중앙제대(祭臺)로 쓰일 87t짜리 제대석,사방1m크기의 화상암석돌만이 놓여있을 뿐이다. 강산이 바뀌어도 몇 번 바뀔 세월에 어째 실적이 부진한 것 같은데,"지금 너무서둘러 짓고 있는게 아닌가 고민하는 중"이라고 딴청이다. "게으르지 않지만 서두르지오 않으며 순리를 따라갈 것입니다. 산(山)을 50m쯤 깎아 마련한 성다의 터를 3년동안 그대로 묵혔어요.뜨거운 햇볕과 추운 눈보라에 노출돼야 지반이 단단해지기 때믄입니다.이런 이치를 모르면 대성당 공사가 중단됐다는 말이 나올 법하지요.가난하지만 비굴하지않고,결핍이 있어야 기도하는 가운데 겸손해 집니다".
30대 후반부터 그는 해외 유명 성당을 답사해 관련 자료들을 모았다.그가 거주하는 방은 온통 성당 건축물 자료.사진.설계도 등으로 꽉 찼다.이 방안에서 그가 입을 열면"체코 프라하 대성당은 935년에 터를 닦아 1344년 착공,1929년에 낙성식을 했으니 1000년간 지은 것이오.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정 대성당은 1882년부터 아직까지 건축중.."이라며 성당 건축물의 역사를 줄줄 이어진다. "세워진 건물축보다 그걸 짓는 과정,100년동안 짓겠다는 정신이 더 중요해요"
그는 임시성당에서 매일 낮 12시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전국에서 순례오는 신자와 관광객들이 대성당 건립을 위해 헌금을 낸다. 자신의 수입중 1%를 바치는 회원수도 1만명을 돌파했다.
그는 1971년 사제서품을 받은뒤 농촌운동을 했고,영어,불어,이탈리아어를 구사하며,많은 서적을 번역하고 글을 써온 소위'스타'신부였다.그러던 그가 대성당 건립에 모든 것을 바치고 그 전의 것을 버리고 이 깊은 산중에 거처를 잡았다.그동안 그의 보좌신부는 12명이나 바뀌었다. 몇 년 전 김수환 추기경이 찾아와 이런 문답이 오갔다고 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한적한 산 속에 거처를 다 정할 수 있었소?
"제가 부럽지요?.이곳에 살려면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자격이오?"
"세상에서 아무래도 쓸모없는 무(無)자격자가 이곳의 자격입니다.산중턱 높은데 살면 멀리 볼 수 있지요.갈매기가 낮게 날면 멸치밖에 못 먹지만 높게 날면 정어리와 고등어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우남회모임
글쓴이 : 조약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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