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현금, 7천배 '뻥튀기' 됐나
노컷뉴스 | 입력 2009.07.10 07:57
[CBS정치부 이재준 기자]
지난 10년간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현금'이 실제로는 40만 달러에 불과한데도, 7천배가 넘는 29억 달러로 부풀려져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대북지원금 핵무장 전용' 발언을 놓고도 당분간 논란이 뜨거울 전망이다.
◈40만불? 29억불? 69억불?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폴란드 방문 중 유럽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지만 그 돈이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내리 이어진 '햇볕정책'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이같은 언급은 "지난 두 정부에서 북한에 천문학적 현금을 퍼줬다"는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세력의 주장에 급격히 힘을 실어주는 것임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이 '막대한 돈'의 구체적 수치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이튿날인 8일 몇몇 언론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정부 내부자료'를 인용해 '29억 달러'로 못박았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이 액수에 쌀·비료 등 인도적 현물 지원까지 보태 '69억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정상 무역도 '현금 지원' 포함되나
그러나 이같은 금액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수한 의미의 '대북 현금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먼저 '29억 달러' 가운데 63%에 이르는 18억 3천9백만 달러는 지난 10년 동안의 남북간 '상업적 교역' 규모다. 즉 정상적인 무역 거래란 얘기다.
따라서 이를 '대북 지원 현금'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가령 지난해 우리 나라의 대미(對美) 수입액인 383억 7천만 달러를 '작년 대미 현금 지원액'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의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 무역 거래 또한 현금 지급이 아니라 대개 물자로 받아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 한 관계자도 "지원과 거래는 구별되어야 한다"며, 일부 언론이 인용한 '29억 달러' 통계치에 대해 "우리 부의 공식 자료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 제출 자료에도 지난 10년간 북한에 건넨 현금은 11억 3천만 달러로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B정부도 4억4천만불 '核지원'했나
그러나 이 액수 전부를 '대북 지원 현금'으로 보는 것 역시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이 '대북 7대사업 독점권' 대가로 지불한 4억 5천만 달러와 금강산 관광 대가 4억 8천만 달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
한나라당은 이 돈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대가라고 주장하지만, 현대아산과 민주당측은 "정상적인 대북사업 대가"란 입장이다.
나머지 2억 달러도 지난 10년 간의 개성공단 임금과 토지임대료, 금강산 관광료 등 '상거래' 내역이다.
참여정부 말기 통일부 수장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은 "정부는 안보와 남북 관계를 고려해 승인한 것이고, 기업은 수지가 맞기때문에 (대북사업에)들어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전 장관은 특히 "MB정부 출범 첫 해인 작년에도 18억 2천만 달러 규모의 남북 교역이 이뤄졌고, 4억4천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며 "이 대통령이 준 돈으로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쐈다는 얘기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가 직접 북한에 지원한 현금은 10년 통틀어 40만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2006년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해 북측에 설치된 컴퓨터들을 구입한 금액이다.
이 전 장관은 "컴퓨터가 '전략 물자'로 분류돼 반출이 안되므로 할 수 없이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한 것"이라며 "당시 한나라당을 포함해 국회 동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의혹뿐인 '핵무장 전용' 발언
이명박 대통령의 '핵무장 전용'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높다.
박지원 의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던 지난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제네바 협상 지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종석 전 장관 역시 "비료나 쌀이 현금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10년간 단 한 번도 북한 외부로 쌀이나 비료가 수출된 적이 없고 내부에서 전량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내 자금 조달 체계가 내각 중심의 '민수 경제'와 제2경제위원회가 관할하는 '군수 경제'로 엄격하게 나뉜 만큼, '전용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똑같은 물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고 했는데, 통계치도 그런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zz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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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현금'이 실제로는 40만 달러에 불과한데도, 7천배가 넘는 29억 달러로 부풀려져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대북지원금 핵무장 전용' 발언을 놓고도 당분간 논란이 뜨거울 전망이다.
◈40만불? 29억불? 69억불?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폴란드 방문 중 유럽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지만 그 돈이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지난 두 정부에서 북한에 천문학적 현금을 퍼줬다"는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세력의 주장에 급격히 힘을 실어주는 것임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이 '막대한 돈'의 구체적 수치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이튿날인 8일 몇몇 언론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정부 내부자료'를 인용해 '29억 달러'로 못박았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이 액수에 쌀·비료 등 인도적 현물 지원까지 보태 '69억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정상 무역도 '현금 지원' 포함되나
그러나 이같은 금액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수한 의미의 '대북 현금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먼저 '29억 달러' 가운데 63%에 이르는 18억 3천9백만 달러는 지난 10년 동안의 남북간 '상업적 교역' 규모다. 즉 정상적인 무역 거래란 얘기다.
따라서 이를 '대북 지원 현금'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가령 지난해 우리 나라의 대미(對美) 수입액인 383억 7천만 달러를 '작년 대미 현금 지원액'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의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 무역 거래 또한 현금 지급이 아니라 대개 물자로 받아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 한 관계자도 "지원과 거래는 구별되어야 한다"며, 일부 언론이 인용한 '29억 달러' 통계치에 대해 "우리 부의 공식 자료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 제출 자료에도 지난 10년간 북한에 건넨 현금은 11억 3천만 달러로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B정부도 4억4천만불 '核지원'했나
그러나 이 액수 전부를 '대북 지원 현금'으로 보는 것 역시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이 '대북 7대사업 독점권' 대가로 지불한 4억 5천만 달러와 금강산 관광 대가 4억 8천만 달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
한나라당은 이 돈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대가라고 주장하지만, 현대아산과 민주당측은 "정상적인 대북사업 대가"란 입장이다.
나머지 2억 달러도 지난 10년 간의 개성공단 임금과 토지임대료, 금강산 관광료 등 '상거래' 내역이다.
참여정부 말기 통일부 수장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은 "정부는 안보와 남북 관계를 고려해 승인한 것이고, 기업은 수지가 맞기때문에 (대북사업에)들어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전 장관은 특히 "MB정부 출범 첫 해인 작년에도 18억 2천만 달러 규모의 남북 교역이 이뤄졌고, 4억4천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며 "이 대통령이 준 돈으로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쐈다는 얘기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가 직접 북한에 지원한 현금은 10년 통틀어 40만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2006년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해 북측에 설치된 컴퓨터들을 구입한 금액이다.
이 전 장관은 "컴퓨터가 '전략 물자'로 분류돼 반출이 안되므로 할 수 없이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한 것"이라며 "당시 한나라당을 포함해 국회 동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의혹뿐인 '핵무장 전용' 발언
박지원 의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던 지난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제네바 협상 지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종석 전 장관 역시 "비료나 쌀이 현금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10년간 단 한 번도 북한 외부로 쌀이나 비료가 수출된 적이 없고 내부에서 전량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내 자금 조달 체계가 내각 중심의 '민수 경제'와 제2경제위원회가 관할하는 '군수 경제'로 엄격하게 나뉜 만큼, '전용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똑같은 물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고 했는데, 통계치도 그런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zz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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