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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에게 뺨 맞고 현대에 눈 흘겨?

by skyrider 2009. 8. 5.

한나라, 클린턴에 뺨 맞고 현대에 분풀이?
김성조,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맹비난하며 현대에도 경고
2009-08-05 11:15:01 의견보내기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한나라당이 5일 뜬금없이 현대경제연구원과 현대그룹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현대그룹 산하 현대경제연구원이 과거 20년간 역대정권이 대북 대화정책을 취하는 과정에 지출한 평화비용이 분단비용 수십배를 절감케 한만큼 현정부도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을 트집잡고 나선 것.

일각에서는 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의 방북으로 한반도 기류가 급변하기 시작한 데 대한 한나라당의 초조감이 애꿎은 현대 비판으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김성조 "현대경제연 보고서, 심각하게 사실 왜곡"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5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과거 20년간 한국이 3조9천800억원의 `평화비용'을 지출해 155조8천800억원의 '분단비용' 절약효과를 봤다는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거론한 뒤 "보고서가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이틀전인 지난 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였다.

김 정책위의장은 구체적으로 평화비용 규모와 관련, "평화비용에는 과거 정권의 무분별한 대북 퍼주기와 국내 단체들의 지원금이 빠져있기 때문에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분단비용에 대해서도 "분단비용 대목에는 핵과 미사일에 따른 국내외 안보비용 급증 및 추산하기 힘든 핵폐기 비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면서 "`평화비용 지출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외차입 비용이 감소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의 경제성장과 국제사회의 신뢰구축 노력 등이 비용을 감소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구원이 분단비용을 산출하면서 GDP(국내총생산)대비 국방비를 단순 환산했는데 평화비용 지출로 국방비가 감소한 게 아니라 경제성장으로 자연스레 국방비가 감소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민간 연구원이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 혹 연구원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모(母)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무리수가 아닌지"라며 현대그룹을 정조준한 뒤, "이는 통일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정책위의장이 현대그룹을 맹비난하는 동안에 범현대가 일원인 정몽준 최고위원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 4일 고 정몽헌 회장의 6주기를 맞아 금강산 추모비에서 북측 인사들과 함께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MB의 대북정책 전환' 촉구한 현대경제연 보고서

김 정책위의장이 맹비난한 문제의 보고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일 발간한 <통일경제(2009년 제3호)>에 실린 '남북관계 평가와 개선 과제-주요국 사례와 한국민의 의식조사'라는 보고서다.

보고서는 지난 1988년 '7.7선언'을 기점으로 남북이 대결을 지양하고 교류문호를 개방한 이후 남한은 '평화비용' 3조9천800억원을 지출한 반면 155조8천800억원의 '분단비용'을 절약해 결과적으로 약 152조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대결 시기'의 마지막 해인 1988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4%에 달했을 때를 기준으로 삼아 '화해 모색기'가 시작된 1989년부터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매년 차츰 감소(2.4∼3.7%)함에 따라 절감된 국방비가 155조8천8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비록 계량화된 수치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평화비용'의 지출 덕분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해외 차입비용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갈등 감소 등의 효과도 유발됐을 것이라며, 실제 평화정책이 가져온 부가가치는 더 클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지난달 23∼26일 전국의 성인남녀 52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응답자의 78.7%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해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는 응답 21.3%의 4배 가까이 됐다는 '민심'도 전했다.

또한 정부의 현 대북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55.2%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26.0%는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전체의 81.2%가 현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바라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연구원은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경협 확대와 6.15 및 10.4 선언 이행 선언을 통한 전면적 대화 제의를, 중장기적으로는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경제 자립기반 조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8.15 경축사를 통해 전면적인 남북대화 재개를 선언할 것을 주문했다.

그다지 문제될 게 없어보이는 보고서이나, 클린턴 방북으로 예민해진 한나라당에겐 속 뒤집어지는 보고서였던 모양이다.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