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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는 왜 87 민주항쟁 이후 23년만에 명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여는가?

by skyrider 2010. 5. 12.

[Why뉴스] 천주교는 왜 ‘4대강 반대’ 전면에 나서나?

노컷뉴스 | 구용회 | 입력 2010.05.12 09:03

 
[CBS사회부 구용회 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불교와 기독교,천주교 등 종교계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천주교는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명동성당에서 4대강 반대 미사를 집전했다. 명동성당 미사는 특히 정진석 추기경이 허락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성이 크다. 왜 천주교가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지 그 이유를 살펴본다.

▶ 종교계가 광범위하게 4대강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천주교의 움직임이 특히 눈에 띄는데 왜인가?

=전통적으로 천주교는 우리 사회의 이슈에 대해 활발한 참여를 해왔다.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천주교는 항상 중심에 서왔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천주교가 10일 명동성당 본당에서 '4대강 반대미사'를 집전했다. 이는 '4대강사업 반대'가 한국 천주교의 '공식 입장이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천주교 차원에서 지지와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천주교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 '4대강 반대미사'가 열리기까지는 서울 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허락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 천주교의 전체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크게 틀린 해석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반대미사'를 '시국미사'로 봐야 하나?
=물론 '시국미사냐' '아니냐'가 논란의 핵심은 아니다. 그러나 이 '미사'의 성격과 의미를 따져보는 것은 '미사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경향과 한겨레 신문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23년만에 본당에서 '시국미사'가 열렸다고 보도를 했다. 이들 언론이 명동성당 미사를 '시국미사'로 부른 것은 '4대강 살리기사업'이 현 정부의 핵심정책이고 이를 반대하는 미사이기 때문에 이렇게 쓴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를 집전한 곳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천주교연대)다. 천주교 연대관계자는 "'시국미사'라는 정치적 표현보다는 '생명에 대한 관심'이라는 종교적 논리로 이해해 달라"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4대강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사제단이 천주교내에서 과거에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했던 분들이 아니고, 정치적 운동보다는 환경적,종교적으로 4대강문제를 접근해 더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 명동성당에서 '4대강 반대 미사'가 열리기까지는 천주교 내부에서도 논의가 많았을 텐데 어떤 논의가 있었나?

=천주교의 4대강 반대 입장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사실상 시작됐고 지난 2월 말 '4대강 사업에 대한 그리스도인 선언'을 통해 1천명의 사제가 서명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반대운동 기조는 지난 3월 12일 열린 '천주교 주교단회의' 성명서를 통해 공식화 됐고, 이로인해 한국 천주교 차원의 반대 입장으로 '격상'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주교단은 이 회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천주교 주교단의 입장'을 정리를 했다. 이런 입장정리가 결과적으로 '명동성당 본당 미사'로 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주교회의란 천주교 16개 개별 교구를 대표하는 목자들인 주교들이 봄과 가을에 모여 1년에 두차례씩 정기총회를 갖는 주교단 협의체다. 주교단 회의는 교회의 다양한 공동 관심사들에 대처하는 것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주교단의 성명문건은 '한국 천주교내에서 의미와 파장이 매우 크다' 이렇게 말 할 수 있다.

▶ 주교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정리한 것인가?
=당시 주교단은 성명 문건을 통해 "정부 실무진의 설명을 들어봤지만,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착기를 동원하여,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 붙여야 하는 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현 상황을 개탄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주교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있었다고 한다. 반대측은 '정치적 문제여서 교회에서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 주요 요지였고, 찬성측(4대강 반대)은 '환경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서 현세대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는 주장을 내세웠다고 한다. 결국 논란 끝에 주교단은 '반대'라는 표현 대신 '우려'를 표명하는 것으로 합의해 '성명문건'을 발표했다.

▶ 천주교의 4대강 반대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파장을 가져올까?
=천주교 연대측은 정부측에 토론회를 제안했고 국민들이 가감없이 볼 수 있도록 생방송을 제안한 상태다. 지금 정부로부터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천주교연대측이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의 고민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천주교의 위상 때문에 '정치운동'이라고 비판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고민이다.

천주교 내부에서 이런 운동에 대한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사가 열린 10일 명동성단 한편에서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단체 회원 30여 명은 '천주교가 정치집단인가"라며 항의를 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4대강 반대운동이 '정치적 집회'가 아니고 종교차원의 생명운동으로 규정되면서 천주교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앞으로 계속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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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