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일정 기간 이상 살다 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눈에 띄는 존재인 지 체감하는 순간이 온다. 눈에 띈다는 것은 뛰어나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이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집약을 하자면, 한국인들은 대체로 정서가 불안해서, 사소한 일에도 격렬해 지기 쉬운 기질이 있어 보인다. 물론 이곳에서 태어난 한국계들은 문화가 달라서 그렇지 않지만 한국문화가 몸에 벤 분들을 보면, 아뭏든 격렬하다. 한국 국회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을 보지만, 여러나라의 한인회나 실업인들 모임에서도 그런 류의 치고 박고 싸우는 일이 오히려 더 정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처럼 남북한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이 그런 한국문화를 감안하면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보이기 까지 한다.
어쩌면 일본이나 대다수 서구 문화처럼 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서로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속으로만 욕하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아 평온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갈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한판 붙는 것이 속시원할 지는 모르겠으나, 실리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어리석은 문화라고 보여진다. 한판 붙어 속시원히 싸우면 해결될 것 같겠지만, 그런 식의 갈등해결은 대체로 더 큰 원한만 남기고 그런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 반복하기만 하게 되어 있다.
요즘 주변사람들이 한국에서 거의 전쟁이 나게 생겼다고 걱정해 준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에서 전쟁이 나서 사상자가 나오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한국에 있는 자산이다. 한국 돈 3억원 남짓한 작은 자산을 한국에 가지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도 어느 한순간 모든 것이 종이 쪼가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데, 한국에 수십억, 수백억을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이나, 한국의 기업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기업들은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염려스러웁겠는가? 당장 불안한 한국에서 돈을 빼고 싶어도 이미 한발 늦어서 한껏 높아진 환률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사실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인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볼 만큼 확정적인 증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설사 북한의 소행이라고 해도, 북한의 만행을 제재할만한 수단이 전혀 없는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속시원하게 대북강경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 얼마나 속시원한가? 자기에게 해꼬지하는 상대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말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말 밖에는 실질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그 말을 시원하게 한 댓가(외국인의 투자 회수 및 유보, 거래철회 등등)를 받아야 하니 국익 차원에서 실리적으로는 그런 단호하고 멋진 대북한 담화를 하지 않으니만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친북좌파일지 모른다. 북한을 존중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김정일 일가를 누구보다 혐오하는 사람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상대방이 혐오스럽지만 실리를 위해서 상대방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이므로, 한국에서도 앞뒤 꽉막힌 강경파들이 많듯이, 북한에도 그런 자들이 부지기수로 많고, 또 반대로 한국에도 융통성, 타협 그리고 실리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북한에도 그런 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어이없는 체제는 한국이 간섭할 문제는 아니다. 그건 그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이다. 한국은 북한에 위협적인 체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국이 쓸 수 있는 역량 내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응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북한보다 월등하다면 무력으로 침공하여 점령해서 김정일 일가와 그 떨거지들을 청소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적어도 군사력면에서 한국은 북한보다 월등하지가 못하다. 군사적으로 제재할 수단과 능력이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선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호기롭게 강경발언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정권을 찬양하기에 바쁜 조중동에서는 유럽재정 위기에 빠진 나라보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낮은 것에 분통을 떠뜨렸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합당한 등급이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큰 손실을 보겠지만, 전쟁이 벌어져 발생하는 손실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다.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의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 입장이라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투자하기 위험한 나라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울러 반미 좌빨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왜 미국인들이 한국에 그렇게 많이 투자를 했는 지도 알 수 있다. 그들이 대북 리스크를 줄여 줬기 때문이다.
한국은 괜찮은데 밖에서만 난리다 라고 말하는 한국인들도 있는데, 대다수 한국과 관련되지 않은 외국인들은 한국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에 이해관계가 있는 극소수의 외국인들은 이런 위기 때마다 난리가 난다. 한국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세계와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외국인 투자자, 구매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북 리스크는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조악하던 1970년대에는 북풍을 써서 선거에 이용해도 경제적인 타격이 적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그런데 정치하는 자들의 마인드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당파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을 보면,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는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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