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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컬럼,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부정책을 반대" 할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by skyrider 2010. 6. 23.
박정호기자의 양을 쫒는 모험
 
2010/06/22 20:57

 

 

오늘 오후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경기지방경찰청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뉴시스> 기사를 보니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 속의 한국-반부패·청렴이 국가경쟁력'를 주제로 강연을 했더군요.

그런데 이 기사에서 어이없는 이 위원장의 발언을 봤습니다. 이 위원장은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인해 46명이 죽었는데도 조작이니 뭐니 해놓고 이런 걸 마치 민주주의로 안다"고 지적했습니다.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을 비판한 겁니다.

그러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도 부패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위원장은 정부를 불신하는 상황을 과거 민주화 과정으로 돌렸더군요.

"지난날 민주화 과정에서 남아있던 정부와 권력에 대한 불신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부패다, 이런 부패가 청산되는데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공직자다."

정부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게 부패라니. 정말 황당합니다. 부패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정치, 사상, 의식 따위가 타락함'이라고 돼 있더군요. 정부를 불신하면 우리의 정치, 사상, 의식이 타락한 건가요. 이 위원장이 '부패'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부패가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겠죠. 멀게는 이승만 정권부터 가깝게는 노무현 정권, 이명박 정권까지 우리는 항상 정부에 대해 비판하고 채칙질을 해왔습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우리 역사는 어쨌든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정부를 불신하는 게 부패라뇨.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민주주의고 자유주의 국가입니다. 정부 불신은 부패가 아닙니다. 정부에 비판적은 사람들에게 '빨갱이' '좌파' 딱지를 붙여 매도하는 게 부패죠.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밥줄을 끊는 게 바로 '정치, 사상, 의식 따위가 타락'한 겁니다. 그게 부패입니다. 이재오 위원장은 부패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썼으면 좋겠습니다.

참, 부패의 예가 하나 더 있네요. 바로 어제 이 위원장이 국회에서 몸소 보여줬습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대표인 야당의원을 향해 '질문을 똑바로 하세요, 뭐 이래, 질문 같은 질문을 해야죠'라고 말했는데요. 국민의 대표를 향해 언성을 높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부패 아닌가요?  정치, 사상, 의식 따위가 타락하지 않고서야 이런 발언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위원장이 다음에 특강을 할 때는 부패에 대한 예를 제대로 들기를 바랍니다. 천안함 정부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부패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