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참 곤혹스러운 일이다. 대통령 고향 모임 문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국정쇄신 카드를 꺼내려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곤혹스럽다.
야당에서 '나치 친위대' '하나회'로 묘사하는 '영포회'가 그 주인공이다. 경북 영일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는 공무원 사회의 여러 모임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지만, 이 곳 출신 인사들의 행태는 야당이 왜 '나치 친위대'라 부르는지 그 이유를 말해준다.
이명박 대통령 비판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기업인 김 아무개씨는 엉뚱하게도 공직자들의 공직윤리를 점검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비서관실의 사찰을 받았다.
|
|
|
|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
|
|
공직윤리비서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한 사건도 경악할 일이지만, 이를 주도한 인물과 그 인물의 직보를 받은 청와대 인사가 모두 '영포회' 출신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철웅 경향신문 논설실장은 2일자 30면 <영포회>라는 칼럼에서 "총리, 장·차관 등 공식 보고라인은 완전히 무시됐다. 이 불법 민간인 사찰 탄압의 이유 또한 어이가 없다"면서 "그 물불 안 가리는 행태는 오로지 히틀러에게만 충성한 나치 친위 조직을 닮았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이번 사건을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일제히 영포회 사건을 정조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권력형비리를 의미하는 '게이트'라는 호칭을 붙였다. 당력을 집중해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권력형 국기 문란 영포게이트 사건'으로 규정하고, 당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위원장 신건 의원)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며, 정무위원회에서도 진상조사청문회를 열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
|
|
▲ 경향신문 7월2일자 1면. |
|
|
7·28 재보선을 앞두고 영포회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여당 입장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영포회 문제의 심각성은 여당 내부에서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2일 전당대회 예비후보 정견발표에서 "대통령과의 지연을 매개로 한 특정 집단이 국정을 농단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것들을 더는 좌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영포회가 논란의 초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향신문이 2008년 11월27일자 8면에 올린 <"이렇게 물 좋을 때 포항 발전시켜야">라는 기사는 영포회가 이명박 대통령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 넣을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당시 경향신문 기사는 11월26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영포회 비공개 행사에서 나온 발언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이 모임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당시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등 여권 실세들도 참여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영포회 회원이었지만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이 전한 당시 주요 인사의 발언 내용은 대통령 고향 지역을 향한 특혜성 지원 의혹을 불러오기 충분한 발언이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우리의 영도자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힘껏 지원하는 열정을 가슴에 새기자"고 말했다. 이병석 당시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은 "내년부터 포항과 동해안이 예산으로 혈맥이 뚫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렇게 물 좋은 때에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고 말했다.
|
|
|
|
▲ 경향신문 2008년 11월27일자 8면. |
|
|
당시 경향신문 보도로 영포회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 동향 출신 인사들의 문제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한 채 속을 끓이는 모습이었다.
2년 전 예고됐던 '시한 폭탄'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대통령 권력누수 현상을 의미하는 '레임덕'은 한국 정치 현실에서 피하기 어려운 수순이다. 레임덕은 대통령 주변의 부패사건이 원인이 될 때가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일인 2008년 2월25일을 기준으로 하면 임기는 절반 이상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명박 시대가 열렸던 2007년 12월19일 대선을 기준으로 하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임기'는 절반이 남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레임덕'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국정운영의 방향에 따라 레임덕 시기는 예상보다 빨리 올 가능성도 있다. 동아일보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직후인 6월5일자 지면에 <인적 쇄신으로 지방發 공무원發 레임덕 막아야>라는 사설을 실었다.
|
|
|
|
▲ 중앙일보 7월2일자 사설. |
|
|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6월28일 평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레임덕이라든지 그로 인한 국정 혼란 가능성은 임기제 대통령제도 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의에 부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해 나간다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서 국정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방선거라는 전국단위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를 했는데도 국정기조를 고집할 경우 레임덕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영포회 출신 인사들의 '빗나간 충성심'은 대통령을 돕는 길이 아니라 대통령을 레임덕 '급행열차'로 인도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2일자 사설에서 "역대 정권은 반환점 이후에 대부분 '정권 하반기 증후군'을 겪기 시작했다. 대통령 일가를 비롯한 권력 핵심 그룹의 부패가 터지거나 잉태된다"면서 "이 대통령 정권도 곧 이런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