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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공개하는 나의 유언

미리 공개하는 나의 유언!

by skyrider 2010. 10. 1.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친척들, 친구들 그리고 저를 아시는 모든 지인들께!

 

올 날은 알아도 갈 날은 모르는 게 인생이기에

언제 올지 모를 저의 죽음 뒤에 남겨질 제 육신에 대한 사후처리를 남은 분들께 부탁하고자 저의 유언을 미리 작성하여 공개합니다.

 

1996년 4월부터 우연하게 시작한 패러글라이딩이 저의 유일한 취미인 것은 저를 아시는 가까운 모든 분들은 다들 아실 겁니다.

사고확률로 따지면 다른 레져스포츠보다 높은 편은 아니나 만약 사고가 났을 경우, 대개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이륙직전에는 늘 긴장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패러 사고가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갑자기 무슨 일을 당할지 한 치 앞도 모르고 사는 인생인데 만약 제가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을 때, 제 사후처리를 정신이 온전할 때 가족들께 미리 부탁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 왔습니다.

 

제 육신은 이미 오래 전에 제 집사람과 제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천주교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사후 장기기증을 하기로 약속했고(등록번호: 004068) 남은 육신은 "가톨릭의과대학"연구및 실습용으로 남겨놓기로 하였습니다.(등록번호: 19980334) 

 

영과 육이 분리되어 제 영혼은 창조주 앞에 심판을 받으러 가겠지만 남겨진 육신의 처리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기에, 저의 육신기증이 남겨진 제 가족들께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혹시라도 가족들 중 누구라도 마음이 약해져 반대를 한다면, 오래된 저의 뜻이 허망해질 수도 있겠기에 미리 공개적으로 밝혀 육신의 처리를 부탁하니, 제가 온전한 정신으로 오랜동안 생각하여 결정한 평소의 제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주위의 친척,친구,지인들께서도 그리 이해하여 제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 내가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뇌사, 또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거나 하여 더 이상의 회생가능성이 없을 때>

 - 더 이상의 연명치료는 하지 말것. 내가 받은 천명이 거기까지이니 기계장치로 인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단호히 거부함.(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대리인인 제 아들 황지상과 처조카사위인 이상록에게 보관해 놨으니 의료진께 알리기 바람)

 - 의료진에게 내가 장기기증을 한 사실을 알리고 안구적출은 사후 6시간 안에 해야 이식 가능하다하니 한시라도 빨리  가톨릭장기기증전국네트워크 1599-3042 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타 02-2628-3641~2 (24시간) 에 연락할 것.

  

 (제 주위의 분들이 이런 저를 발견시에는 제 가족들 연락 보다도 먼저

가톨릭장기기증전국네트워크 1599-3042(주간)이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타 02-2628-3641~2 (24시간)에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장례>

 - 평상시 내 생각은 번거로운 장례의식이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으나 주위의 친척이나 친구들께도 알리지도 않는다면 남겨진 가족들이 나중에라도 원망을 받을 것 같기도 하여 내 죽음을 알린다는 의미로만 간소하게 치르도록 할 것,(빈소는 기증자에게 무료 대여하는 서울 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으로 할 것)

 

 - 장례는 천주교식으로 하되 조의금은 사양하고 청아한 가톨릭 그레고리안 성가 소리가 빈소안에 그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빈소는 조화등으로 요란하게 장식하지 말고 가능하면 생전의  내 비행사진들을 조문객들과 만나게 할것.  

 

 - 영정사진: 2008년8월 예봉산 이륙장에 올라 바람을 기다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자연의 순리에 따른 천명을 기다리는 모습이 잘 나타난 것 같아 평소에도 애착이 가던 이 사진으로 할 것.

 

 

 

<연구및 실습 후 유골 인수 >

 - 1~3년 후 의과대학생들의 연구및 실습이 끝나면 의과대학 측에서 화장 후 유가족에게 연락이 올 것이며 분골한 유골을 인수할 땐 나중에 처리 곤란한 유골함등을 쓰지말고 깨끗한 한지나 창호지에 분골을 담아 인수할 것

    

<산골>

- 나는 전상군경 국가유공자(보훈번호 21-663512)로 국립현충원에 묻힐 자격은 있으나 국립현충원측에 연락하지 말고 육신은 땅과 물과 공기등 온 세상의 모든 자연의 기운을 음식물등의 형태로 섭취하여 형성된 물질이니 죽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생각해 왔기에 분골을 유골함에 보관하거나 한 곳에 묻어 흔적을 남기는 봉분이나 납골당,수목장등을 하지 말고 가급적 넓게 흩뿌려 산골할 것

    

 <산골장소>

 - 유가족들이 평상시에도 바람 쐬러 나오듯 나들이 삼아 들를 수 있는 곳으로 할 것-  가급적  가깝고 경치도 좋은 곳이 어딜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평소 자주 비행을 다녔던 대부도 안의 구봉활공장 일대가 좋을 듯 하니 나와 비행을 함께 하던 동호인들께 비행을 하며 산골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던가, 여의치 않으면 가족들끼리 올라가 바다를 내려다 보며 여기저기 넓게 흩날려 뿌려줄 것이며 어떠한 표지석도 남기지 말것.(현재 우리의 장례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장래 이 나라 모든 산은 모조리 묘지가 될 정도로 자연파괴가 심각하고 특히 석재를 쓰는 묘지는 두고두고 이 나라의 자연을 망치는 엄청난 환경공해가 될 거라는 게 평소 내 생각이니 현행 법으론 허가 받지 않은 산골은 불법이라, 적발시 벌과금을 내게 될지도 모르지만 벌과금을 내더라도 반드시 그리 해 줄 것)

 

<제사>

 - 기제사는 사망한 날 전날 밤에 올리는 것이 우리의 전통 예법이지만 거기에 구애 받지 말고 양력으로 내 사망한 날 저녁에 유가족들이 모두 참석하여 천주교 성당에서

연미사로 하되, 미사 후에는 내 흉을 봐도 좋으니 가족들이 모두 모여 만찬을 함께 하며 가족들끼리 유대를 이어나가는 정기적인 가족행사로 할 것.(앞으로도 주님 안에서 유가족 모두 화목한 성가정 이루길 간곡히 부탁함)

 

 - 명절차례도 천주교 성당에서 연미사로 해 줄 것  

 

<유산정리>

 - 평생을 우직하게 한 우물 파며 월급생활만을 해 와 재산이랄 것도 없지만 지금 껏 남에게 돈 빌리러 다니지않고 살아 온 것을 감사하며 남은 유산 모두는 나를 만나 인생의 고와 락을 같이 해 온 내 아내 몫으로 남김. 혹여 집사람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후라면 10분의 1은 천주교 사회복지 기관에 기부하고 잔여분은 법정상속을 할 것  

 

   

 

*** 지금 껏 살아오며 크게 이룬 것은 없으나 수 많은 사람 중에 착한 내 집사람을 만나 성실한 자식들을 두었고 남의 댁, 귀하고 어여쁜 여식을 며느리로 맞이하여 귀여운 손주까지 두었으니 이만하면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 온 것으로 자부하며 늘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살아 왔습니다.

 

다만 한 가지, 내 여식에게 참한 짝을 이루어 주어 아비로서의 짐을 벗은 다음 나의 유언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공수래 공수거라 아무것도 남기는 것 없이 홀연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으나 어쩔 수 없이 남길 수 밖에 없는 육신이기에 여러분들께 부탁을 하니 부디 제 뜻대로 따라주길 바라며, 허물이 없을 수 없는 인간이기에 제가 살아가며 여러분들 마음에 혹시라도 서운하게 했거나 잘못한 점이 없진 않았으리라 생각하여 사과를 드리오니 부디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저를 아는 여러분들  

이 세상 살아가며 여러분들과 맺어진 혈연,인연을 감사하며 행복했습니다.  


상기 본인 1947년 정해년,음력 7월17일 생, 

평해(平海)황(黃)씨 충경공(忠敬公)파 29세손 황부호(黃富鎬), 족보이름: 황병부(黃昞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