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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몽과 유승준이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스타에서 갑자기 손가락질을 받는 대상으로 전락한 데는 모두 ‘병역’ 문제가 연루돼 있다. 누군가는 군 입대 대신 한국국적 포기를 선택했고, 다른 누군가는 멀쩡한 이빨을 뽑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부른 배경은 일반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명 인사’라는 점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과 냉소의 대상이 돼 버렸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MC몽 병역면제 사건을 다뤘다. 10월 30일 밤 방송이었다. 유명 연예인이 실제로 멀쩡한 이빨을 뽑아 병역이 면제됐는지 여부를 추적하는 ’관심과 흥미‘에 초점을 둔 내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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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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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몽’ 군 면제 사건은 집권 여당 대표인 ‘안상수 굴욕’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정치인의 굴욕도 곁들여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논쟁의 화두를 던졌다. MC몽과 유승준을 향해 던졌던 그 비난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그것이 부르는 또 다른 폐해는 없었는지를, 그것을 보며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을.
10월 30일 방송된<MC몽 사건의 이면>편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사고발프로그램 중 하나로 평가하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병역비리 주인공은 왜 언제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뿐일까요.”
‘그것이 알고 싶다’ 사회자인 배우 김상중씨는 방송에서 이러한 물음을 던졌다. 상식적인 물음이지만, 또 중요한 물음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MC몽이 1급에서 5급으로 병역을 면제 받은 점에 주목했다. 중요한 점은 이번 사건이 MC몽이라는 연예인 한 명을 매장시키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병역비리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메커니즘에 대해 주목했다.
특정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연루된 병역비리 문제가 불거지면 병무청은 철저한 검증 의지를 밝히고 병역의무 기준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하는 ‘공식’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야 할 역할(병역면제자에 대한 엄격한 기준마련)을 다 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왜 MC몽일까. 왜 유승준일까. 왜 운동선수들일까. 그들이 전부일까. 일반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더 중요하고 힘 있는 인사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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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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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길을 끄는 연예인 병역비리 문제가 불거지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힘 있는 분들과 그 자제, 손자들의 병역 문제 실태이다. SBS 조사 결과 현역 국회의원 중 병역면제는 41명으로 면제 비율은 1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 면제 비율의 7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국회의원 아들이나 손자의 병역면제율은 10.3%로 일반인 2.4%의 4배를 넘었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과 그 아들, 손자들은 일반인보다 4배에서 7배 정도 병역면제 비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우연일까.
MC몽이라는 연예인 병역면제 논란은 정치권력의 핵심부를 향해,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향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로 이어졌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집권 여당을 이끄는 지도자이다. 그는 병역면제자 출신이다. 그것도 ‘입영기피’ ‘행방불명’의 주인공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안상수 대표의 병역면제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나라당 대표 경선 시절 홍준표 최고위원 발언을 자료 화면으로 내보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병역사항 공개조항을 보면 12년 동안 징병기피 2회, 입영기피 1회, 행방불명 2회, 입영연기 3회를 했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대표는 각종 선거를 통해 이미 검증을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했지만, 홍준표 최고위원이 말한 ‘입영기피’ ‘행방불명’ 지적을 말끔히 해명하지 못했다. 안상수 대표는 고령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정당정치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 사례도 언급됐다. 안상수 대표 사례와 닮은꼴이다. 강봉균 의원 아들은 최근 고령(35세 이상)으로 면제를 받았다. 강봉균 의원 본인도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 강봉균 의원은 “불법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에게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소속 김관용 경북지사는 아들의 병역비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의 부인은 2500만원의 돈을 병원 직원에게 주고, 아들의 허위진단서를 뗀 혐의를 받았다. 문제의 병원 직원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김관용 경북지사는 사건 이후에도 두 번씩이나 한나라당 후보로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됐다. 김 지사는 “전부 지난번에 다 밝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쪽과 만나 “김 지사가 더 이상 정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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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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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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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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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지금도 군대를 간다. 앞으로도 갈 것이다. 이미 다녀온 이들도 많다. 그들에게 군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단순히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면제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병역비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실제로 ‘면제 사유’가 충분한데도 사회 분위기 때문에 병역면제를 받지 못하는 힘 없는 우리 주변의 ‘서민’ 얘기를, 그들의 절절한 사연을 전했다. 병 때문에 이빨이 여러 개 빠진 사람,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 습관성으로 어깨가 빠져 정상적인 군 생활이 힘든 사람, 방송에 나온 그들은 모두 병역면제를 받지 못했다.
병무청이 말하는 그 엄격한 기준은 서민에게만, 힘없고 돈 없는 이들에게만 엄격한 것은 아닐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부터 김황식 국무총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까지 대한민국과 정부, 여당을 이끄는 수장이 모두 병역면제자로 구성된 현실, 심지어 간첩 잡는 국가정보원장도 군 면제가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과연 공정한 사회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사회자 김상중씨는 이런 얘기를 남기고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병역은 신성한 의무이기도 하지만 공정한 의무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