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특보 출신' 김인규씨는 KBS 사장으로 취임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25일, 사장 비서실장으로 백운기 기자, 인력관리실장으로 박갑진씨를 임명했다.
백운기도 수요회 모임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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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KBS 제1 라디오 아침 프로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를 진행할 때의 모습. |
ⓒ 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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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비서실장인 백운기 기자가 김인규씨의 KBS 입성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김인규 사장 첫 출근 때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증언 39'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반복하지 않겠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백운기 기자도 지난 두 번의 '증언'에서 이야기한 속칭 '수요회' 모임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그 '수요회' 모임에 참가한 명단을 보면, 참 희한하게도 "다 모였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고대영 전 KBS 보도국장(현 해설위원장)은 당시 이일화 보도본부장으로부터 호된 책망을 들었다고 나중 전해 들었다.
'수요회' 모임이 알려진 당시에도 그랬지만, 모임 참석자들은 이날 모임이 조직적인 것도 아니고, 김인규씨를 KBS 사장으로 옹립하는 그런 모임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 '수요회' 자리에 참석한 어느 기자가 당시 보도본부 게시판(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4월 16일(수) 저녁 7시 경부터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해 나중에는 30여 명의 선후배 동료 기자들이 모였다. 기수 별로는 20 기수까지 몇 명씩 고르게 참석했고, 현직 팀장도 2명이 참석했다. 특임 본부와 노조 측에서도 관계자 1명씩이 참석했다.
임시 진행자는 당일 모임의 취지에 대해 "최근의 회사 사정에 대해 기탄 없이 얘기를 해보자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특임본부 측 관계자로부터 최근 KBS 안팎의 사정과 방송계 현안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그는 KBS가 경영은 물론 최근 진행되고 있는 방송 통신 구조개편 과정 등에서도 전반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는 내용으로 요약해 설명했다. 이어 노조 관계자로부터 최근 노조의 동향 등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다 아시는 내용이다.
그리고 나서 회사 문제 등 아무 얘기나 기탄없이 개진되었다. 회사 경영위기 등과 관련해 기자들의 서명을 별도로 받아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 형식과 내용, 방법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의견이 개진됐다….
'수요회'가 마치 조직화된 모임이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 온 것처럼 비하 회자되고 있는데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요, 문제는 그 동안 4-5년 사이에 누적 적자가 2천 억 원 가량에 이르고 오는 6-7월이면 회사 운영 자금도 바닥이 난다는데 사실인가? 기자들이 일만 열심히 한다고 월급은 받아 먹고 살 수 있을런가?…
거짓을 버젓이 이야기한 KBS 기자
이 자리에 당시 '정연주 퇴진'에 올인했던 11대 노조(위원장 박승규) 대표가 참석하여 '최근 노조의 동향'에 대해 설명했으며, 그 내용은 '다 아시는 내용'이라 했다. '다 아시는 내용'은 노조의 '정연주 퇴진' 운동이었을 터다. 거기에다 '기자의 서명을 받아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얘기도 있었다니, 이건 그냥 회사 걱정만 한 '우연한 모임'은 아니었다.
지난 '증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특히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은 참으로 악의적인 거짓이었다. 내가 사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2002년 말 KBS의 이익 잉여금은 3955억 원이었다. 이익 잉여금은 한국방송 공사 설립 이후 현재까지 발생한 이익 또는 손실의 총합계를 나타낸다.
그러기에 나의 재임 동안 이익 잉여금이 늘어났으면, 총체적으로 흑자가 발생했다는 것이고, 이익 잉여금이 줄어들었으면 적자로 그만큼 까먹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2007년 말 결산 이후 이익 잉여금은 4144억 원이었다. 그러니까 5년 재임 기간을 통틀어 보면 189억 원의 이익 잉여가 늘어났던 것이다.
물론 5년 동안 어느 해는 적자가 있었고, 또 어느 해는 흑자가 있었다. 그 모두를 통틀어 보니, 이익 잉여가 189억 원 늘어났던 것이다. 그런데도 "4~5년 동안 누적 적자가 2천 억 원 가량에 이르고 오는 6~7월이면 회사 운영 자금도 바닥이 난다"고 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거짓과 흑색 선전이었다.
이런 인물이 기자랍시고 그동안 기사를 써 왔으니, 얼마나 엉터리 기사를 많이 썼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런 인물이었으니, 윗글에서 주장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신뢰성은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생각은 나만 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 글이 보도본부 게시판에 오르자, 바로 이를 공박하는 글이 올랐다.
사전에 특정 범주의 인물들에게 참여를 권유했고, 해당 동기의 대표성을 부여받지도 않은 사람들이 기수 별로 고르게 참석했고, 현직 팀장과 특임 본부, 노조 측이 참여했고,
일반 직원들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시간과 장소에 모여서
회사의 중요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모임이 사조직이 아니고 무엇인가.
백번 양보해도 특정 사조직이 출범하는 전형적인 코스를 답습하고 있다.
그렇게 떳떳한 모임이라면
내가 왜 몰랐을까.
회사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기꺼이 참석했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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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과 신관.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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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특채 낙하산' 박갑진의 화려한 등장
백운기 비서실장과 함께 발령이 난 박갑진 신임 인력관리실장은 한나라당의 모태인 옛 민정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전두환 군부 독재시절인 5공 때 특채된 인물이었다. KBS에 특채된 뒤에는 청와대 파견 근무도 했다.
KBS에는 군부 독재 시절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박갑진씨처럼 민정당에 몸담고 있다가 바로 KBS로 들어 온 인물도 있었고, 학도 호국단 간부 출신 중에 특채된 경우도 있었다. 요즘이면 생각도 할 수 없는 그런 '낙하산 특채'가 군부 독재 시절에는 적지 않았다.
'특보 출신 사장' 김인규씨에 의해 임명된 이 두 사람에 대해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줄여서 '사원행동'으로 표시함. KBS 구 노조의 행태에 실망하여 2008년 8월에 결성된 젊은 기자·피디 중심의 사원 단체. 훗날 KBS 새 노조의 초석이 됨)은 얼마 뒤 발표한 '논평'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청원경찰과 간부사원들의 무력적 호위를 받으며 KBS에 입성한 다음 날 비서실장에 백모씨와 인력관리실장에 박모씨를 임명했다. 물론 비서실장과 인력관리실장에 호흡과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을 앉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자격미달의 이런 인사는 정치권이라면 모를까 공영방송사의 인사로는 용납될 수 없다.
앵커 출신의 백모 비서실장은 지난해 김인규 전 특보를 공개적으로 찬양하더니 이번에는 특급 경호원을 능가하는 솜씨로 김인규 특보의 KBS 입성을 온 몸으로 이끌어냈다. 기자정신을 망각한 KBS판 '사장님 힘내세요!'가 아닐 수 없다.
박모 인력관리실장은 입사 과정부터가 불투명한 인물이다. 민정당 모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으로 5공 시절 특채된 인물로 한때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비서관으로 파견 근무한 경력도 있다. 이른바 '포우회'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만사兄통 라인으로 이번 김인규 사장영입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가 전문이 아니라 '윗사람 모시기'가 장기인 인물로 평판이 나 있다.
(박갑진 씨는 자신의 과거 경력에 대한 논란에 대해 당시 인터넷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80년대에 올림픽 관련 업무를 하다가 KBS가 88(올림픽) 요원을 모집할 때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한 것이지 5공 때의 다른 정치 특채자와는 다르다" "(채용 직후 청와대 파견 간 것과 관련해) KBS에 있다가 많은 사람이 (청와대) 파견을 많이 갔다". 박갑진씨 해명을 통해서 군부 독재 시절, KBS에 '정치 특채자'와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직원들이 적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사원행동', '조폭인사'라고 규탄
김인규씨는 백운기, 박갑진 두 명을 비서실장과 인력관리실장으로 임명한 닷새 뒤, 부사장·본부장·실·국·팀장 인사를 단행했다. 그 인사 내용이 어떠했는지는 '인사가 망사로다! - 조폭 인사를 규탄함'이라는 제목으로 된 '사원행동' 논평에 잘 드러나 있었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 김인규 호가 국·팀장 인사까지 마치며 출범의 돛을 올렸다. 하지만 취임사에서 밝힌 탕평인사, 합리적 인사, 능력에 따른 인사 등 화려한 말의 성찬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백운기 비서실장과 박갑진 인력관리실장 부분은 앞에서 인용했으므로 생략)
그리고 이어진 지난 주말의 본부장 인사와 어제의 국·팀장 인사는 김인규 호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선 이번에 부사장으로 영전한 인물들은 지난 이병순 체제 1년 동안 KBS의 신뢰도를 급격히 추락시킨 책임에다 조직을 파탄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로 이미 노동조합이나 협회의 신임 투표를 통해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가 끝난 인물들이다.
특히 김 부사장의 경우 작년 말 노동조합 선거에 직접 부당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던 인물이다. 이병순 체제에 견마지로를 다한 공을 인정받은 것인지 아니면 이병순 체제와의 탕평인사를 구현한 것인지 그는 김인규 호에서도 여전히 승승장구다.
그 외에도 '김인규 특보 사장 만들기 모임', 일명 '수요회'라는 사조직의 회장으로 알려진 인물을 보도본부장으로 앉혔을 뿐만 아니라, 학도호국단 출신의 특채자로서 입사 이후 경영본부에 단 한 번도 근무한 적이 없다는 인물을 경영본부장으로 발탁한 것은 그 인사 배경에 강한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로 경영직군의 사원들이 안게 될 낭패감과 상실감은 경악과 분노 그 자체이다. 묵묵히 조직을 지켰던 대가치고는 너무도 혹독하다. 부적격 인사 두 사람을 경영본부장과 인력관리실장으로 발탁한 처사는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였으며 경영직군 전체에 대한 모욕이며 도발이 아닐 수 없다.
국·팀장으로 발령난 인물들도 대체로 역시 김인규 사장 만들기에 노골적으로 나섰거나 배후에서 움직인 인물들이다. 특파원 시절 금품비리에 연루되어 징계까지 받은 K 지방국장, 역시 권한 남용 등 여러 차례 구설수에 휘말렸던 A 단장 등등 상식적인 인사원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먼 인물들이다.
여기에 노동조합 출신인사들로 김인규 당시 KBS 이사와의 유착 혐의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일부 10대 노조 집행부 인물들의 등용이 눈부시다. 3년 전 노조 위원장, 사무처장, 노사국장이 이병순 체제에서 주요간부로 변신하더니 이번에는 부위원장도 팀장으로 등용되었다. 노조가 자기희생과 헌신의 자리가 아니라 출세의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치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로 새로이 등장한 인물들과 배후 인물들, 그들이 누구인가? 지금까지의 행적과 주변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그들은 대부분 김인규 호의 본질을 읽을 수 있는 3가지 코드인 정치권력 지향, 후안무치, 수구반동의 전형적 인물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상식적 판단과 건전한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가 그들을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삶의 조건의 변혁'이라는 역사의 진행 방향에 부합하는 다시 말해, 공영방송 KBS의 구성원들이 추구해야 할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치관과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로 보겠는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줄줄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암담해 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3년 어떻게 이들의 발호를 견뎌낼 것인가? 해답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역사의 반동에 단호하게 맞서는 것이다. …
이제 우리의 선택은 명확하다. 압도적인 총파업 찬반투표 참여와 찬성만이 앞으로 3년 간 KBS 안에서 언론인의 탈을 쓴 정치권력 지향적이고 몰염치한 수구반동 부류의 발호를 막고 공영방송의 신뢰를 유지하고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09년 12월 1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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