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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준비물 무상지급은 자기 공약이라 되고 무상급식은 표퓰리즘이라 안된다?

by skyrider 2010. 12. 6.

무상급식하면 대한민국 무너진다”…오세훈 시장, 대선전략?

경향신문 | 김보미 기자 | 입력 2010.12.05 14:40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킨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의회 출석 거부에 이어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의회를 격렬하게 비난하는가 하면 주말에는 블로그에까지 글을 올려 연일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계기로 의회와의 대화보단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 부각만 앞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기서 무너지면 서울시가,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상황이라 현실에 타협할 수 없었다"며 "포퓰리즘 전략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가슴은 답답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회다.

오 시장은 앞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한다"며 "의회 횡포에 시장의 모든 집행권을 행사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회가 조례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시정협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인 셈이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조례안이 의회를 통과되자 2일 연가를 내고 당일 예정된 시의회 시정질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블로그에서 "무상급식은 결국 세금급식, 부자급식이며 보편적 복지가 아닌 무차별적 복지"라고 했다.

그러나 오 시장 보좌관을 역임했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와 그 수장인 오 시장의 쩨쩨함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선 부소장은 지난 2007년 시 정책전문관을 맡은 바 있다.

선 부소장은 이어 4일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발언에서 시 재정 배분을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읽혔다"고도 했다. 그는 "막대한 세금을 불요불급한 토건개발사업에 탕진하면서 아이들 밥 먹이는 돈 700억 아깝다고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람은 시장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무상급식 조례안을 발의·통과시킨 시의회 민주당 측도 오 시장의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김명수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무상급식을 (시가 맡는 것이 아니라) 조례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라며 "시장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시정에) 중대한 사안이라고 할 게 아니다. 정치적 의도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무상급식에 대한 태도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해석은 '3무(無)학교' 정책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에 3무학교 정책이 오 시장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총 1445억원을 반영했다.

'3무' 중 하나는 52억4000만원를 지원, 학생들의 준비물비를 없애겠다는 정책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시내 공립 초교 학생 1인당 2만원씩을 보조하는 것에 서울시가 1만원씩을 더 보조하는 것한다. 지원대상은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초등생이다. 무상급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보편적 복지정책의 하나다.

서울시는 그러나 무상급식은 안되고 '3무학교'는 된다는 납득하기 힘든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오 시장이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무상급식 반대 주장은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된 정치적 언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 논쟁이 서울시민의 복지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벗어나 대선주자 중 하나인 오 시장의 대선 행보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