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는 그 분들이 반드시 고발을 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터무니없는 사실까지도 마치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것처럼 과학의 이름을 빌려서 조작·은폐에 이용하는 과정을 보고 참 두려웠다. 날조된 과학을 들이대면서 '이게 근거다' 하는 데는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어떤 방법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일하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마지막 방법 중 하나가 사법부에 기댈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검찰은 믿지 못하지만, 사법부는 아직까지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만 내가 고발을 해도 검찰에서 각하해 버리면 끝이니, '내가 고발을 당하는 방법이 유일한 길이겠구나'란 판단이 들어서 수위를 높여 국방부와 합조단을 강력하게 비판했더니 정말 고발하더라. 지난 해 5월에 검찰조사가 시작됐고, 10월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그동안 2번의 준비 기일을 가졌고 오는 5월 2일에 3차 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고 나서 김태영 국방부장관 등을 맞고발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조사를 해보니 국방부에서 사실을 은폐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업무상 과실이 크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 명목으로 국방부 장관을 고발한 것인데, 각하되었다. 그 후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을 덧붙여서 항고를 했는데 이것도 역시 각하되었다. 그래서 고등법원에 재항고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분명한 것은 국방부가 몇 가지 명백한 증거 은폐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9시 15분으로 되어 있던 최초 사고 시간에 'ㄴ'자를 덧붙여서 45분으로 조작을 했다는 것은 내 주장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그 외에 사고 원인 규명의 중대한 단서인 천안함의 스크루를 잘라낸 점, 명확한 좌초 증거인 천안함 함체의 스크래치를 잘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 등이 증거 은폐에 해당한다. 이런 부분들을 들어서 고발했는데, 만약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진다면 병합해서 심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증거들 이미 확보... 재판 때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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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이 사고 직후 희생자 가족들에게 공개한 작전 상황도. 최초 좌초 지점이 표기돼 있다. 한 희생자 가족이 휴대폰으로 찍어 아시아경제에 제공한 사진. |
ⓒ 아시아 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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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국방부와 해군은 이 사건의 당사자다.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사건을 조사하고 결론까지 내리는 역할을 맡은 것부터가 잘못이다. 제3의 공적 기관에서 했어야 할 조사를 국방부 스스로 하게 됨으로써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급급했고, 그러다보니 조작과 왜곡, 은폐가 일어난 것이다. 그나마 감사원 감사도, 아주 부분적인 것에 그쳤지만, 이 사건의 최초 발생 시간이 조작된 것을 밝혀낸 것을 보면 국가의 공적 조사기관이 조사를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만일 다음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된다면 가장 명확하고 분명하게 진실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재판과정에서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는가.
"천안함 사건이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새롭게 발견된 단서 중의 하나가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가리비의 존재다. 어뢰 구멍에 고착되어 있는 가리비를 우리가 사진으로 찍어서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동해안에서 서식하는 참가리비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는 이게 논란이 되니 임의로 제거해버렸다. 그리고 어디선가 껍데기를 가지고 와서는 '서해안에서 서식하는 비단 가리비'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2cm 밖에 안 되는 구멍 안에서 끄집어 냈다는 가리비가 가로·세로 2.5cm였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코미디다. 지난 해 방영된 KBS <추적 60분> 취재과정에서 천안함 흡착물질과 함께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것이 바로 가리비 문제였다. 그런데 방송 직전에 가리비 문제가 거론이 되면 절대 방송을 내보낼 수 없다는 강경한 방침에 취재진이 가비리 부분을 완전히 빼고 방송한 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국방부가 제대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지난 번에는 참가리비 문제였지만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밝힐 다른 증거들을 이미 확보해 두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분명히 천안함은 해난사고에 의해 침몰했다고 본다. 좌초로 보고, 충돌이 있었을 거라고 보는데, 그 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폭발의 증거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폭발을 목격한 사람도 아무도 없다. 이제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재판정에 서게 될 것이다. 스모킹 건이라고 하는 어뢰 추진체가 발견된 것도 폭발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데, 현 정부가 이러한 것을 남북 간 문제로 가져가는 것은 갈등의 골만 더 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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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자료사진)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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