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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온통 나라가 비리투성이라구? 자기는 깨끗한데...? 참! 어이가 없네..ㅎㅎㅎㅎㅎ

by skyrider 2011. 6. 20.

“마치 자기는 깨끗하듯, 옳지 않다”
“출범부터 인사 난맥상 보이고선…”

등록 : 20110619 20:28 | 수정 : 20110619 23:25

 

MB “온통 나라가 비리투성이” 발언 도마위에

»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앞줄 왼쪽) 등이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29분간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동안 취재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줄 몰랐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기자들이 모두 행사장에서 퇴장하고 청와대 전속(기록용) 카메라만 남은 걸로 생각하고 장차관, 청와대 수석 80여명에게 작심한 듯 발언했다는 것이다. 할 말을 첫날 다 쏟아낸 탓인지, 이 대통령은 이튿날인 18일에는 토론회 마무리발언마저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넘기고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의 17일 ‘격정 토로’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19일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을 했다”고 했지만, 청와대 밖의 평가는 달랐다. 한 일선 공무원은 “정권 초기 같았으면 엄청난 무게로 받아들였을 텐데, 대체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마치 자기는 깨끗하고 아무 책임도 없으며 다 공직자들이 문제라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남 탓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집권 4년차에 공직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은 모든 정권의 공통된 현상”이라며 “이 대통령의 문제는, 이를 마치 남 얘기하듯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이 공직자들을 질책하기 전에, 집권 3년4개월 동안 자신은 뭘 했는지 무한책임을 느낀다며 자기반성부터 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국정토론회에서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다”, “국토부뿐 아니라 여러 곳이 다 그렇다”, “공직자들이 3김시대 행태를 이어온다” 등 온 나라를 부패·구악으로 묘사하면서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그간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비리가 우리 정권에서 유난한 게 아니라 과거 10년, 20년 전에서부터이지만…”이라며 과거 정권으로 뿌리를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공직기강 해이의 원인을 이 대통령의 ‘불공정 인사’에서 찾는 목소리도 크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정부가 출범 때부터 인사 난맥상을 보이고 있어서 공무원들도 연줄과 이권을 찾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의 영이 서질 않는다. 대통령 본인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출범 때부터 측근·보은 인사를 되풀이하면서 공직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의 ‘말 따로 행동 따로 리더십’과도 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공정사회’를 내건 뒤에도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정동기)을 감사원장에 앉히려 했고, ‘전관예우 철폐’를 주장하면서 전관예우로 로펌에서 고액 월급을 받은 사람(권도엽)을 국토부 장관에 기용했다.

또 이 대통령은 17일 국정토론회에서 공직자들에게 “과거의 경험은 참고할 뿐이지, 과거의 경험 그대로 하면 안 맞는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은 기업경영식 ‘내가 해봤다 정신’을 4대강 사업 등 국정에 강력하게 반영해왔다. 이 대통령은 “내가 기업을 해봐서 아는데”를 비롯해, “내가 어린 시절 노점상을 해봐서”, “나도 한때 수재민이어서”, “내가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어서” 등 크고 작은 일에 과거의 경험을 갖다 붙였다. 17일에도 “나도 민간에 있어봐서 잘 안다.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해준 일 있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공직자들 사이에 이 정부가 공정하다는 인식이 있는지, 없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이유주현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