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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유세를 마친뒤 차량에 올라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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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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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에게 찾아와 부친의 사학에 대한 감사 무마를 청탁했다고 정 전 의원이 폭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나경원 후보측은 허위 사실이라면서 검찰에 형사 고발했고, 정봉주 전 의원 역시 무고로 맞대응을 선언했다.
이어 정봉주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Y씨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면서 "당시 빼달라고 한 것은 교육부 감사가 아니라 감사원 감사"라고 추가 폭로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후보측은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 사실에 대해서 해명한 것", "아버지 학교에 대해서 전교조 교사들이 제기한 문제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을 한 것" 등의 말로 감사 무마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00년 홍신학원 회계자료 불법 소각에 대해선 "당시에는 학교 회계 자료 보관이 법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나경원 의원이 정봉주 의원에게 말한 "아버지 학교"가 정확하게 어느 학교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먼저, 아버지가 설립자이며 자신이 이사로 있는 홍신학원일 가능성이 있는데, 당시 홍신학원 소속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에 대해서 감사를 청구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학교일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나 후보의 아버지가 이사로 있고 당시 서울교육청 감사에 대한 후속 감사를 청구한 바 있는 서울 동일학원일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든 나경원 후보의 "전교조 교사들이 제기한 의혹 또는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또는 "학교 회계 서류 파기가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다"는 식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 확인되었음이 밝혀졌다.
[홍신학원] '학교 회계 서류 소각은 형사 처벌 대상' 대법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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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회계 서류 파기는 유죄라는 내용의 판결문. 경기 평택 H고, H여고에서 학교 회계 서류를 무단으로 파기한 것에 대해서 수원지법은 유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나경원 의원은 학교 회계 서류 보존 관련 법이 없었다고 했는데 법원은 사립학교법과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에 근거 조항이 있다고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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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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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경기도 평택의 H사학재단 산하 H고와 H여고의 두 학교 행정실장은 학교의 수입결의서, 지출결의서, 세입세출외 현금증빙서 등 회계 관련 서류를 무단으로 파기한 혐의로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이하 공공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들은 법정에서 "학교의 회계 서류는 공공기록물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학교 회계 서류의 보존 연한이 있는 줄 몰랐다" 또는 "회계 서류 보존 기한이 3년인 줄 알았다"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런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결국 이들은 공공기록물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각각 벌금 500만 원의 유죄가 확정되었다.(대법원 2006도8791, 수원지방법원 2006노2329,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06고정80)
법원은 판결문에서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제29조제1호는 '공공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또는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제29조제1호는 사립학교의 회계자료 등을 포함한 공공기록물을 실제로 파기한 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 제74조 제1항3호는 학교법인의 이사장, 감사 또는 청산인이나 사립학교경영자가 사립학교법에 정한 재산목록 등을 비치할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 과태료를 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여 회계 관련 서류 보관에 대한 최종 의무가 이사장이나 사립학교 경영자에게 있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당시 검찰은 이 학교 이사장과 교장은 서류 불법 폐기에 대해서 몰랐다는 이유로 행정실장만 기소해 처벌했다.
이렇게 평택 H학원 회계자료 무단 폐기에 대한 판결에서 법원은 학교 회계 서류 파기는 공공기록물법에 의하여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임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회계서류 보관의 책임이 행정실장뿐 아니라 이사장과 감사, 학교 경영자에게도 있음을 명백히 했다.
2000년 홍신학원이 회계 서류를 파기한 당시 이사장은 정아무개(나경원의 어머니)씨, 학교장은 나아무개(나경원의 아버지)씨, 행정실장은 김아무개(개교 공신으로 불리던 설립자의 최측근)씨였다. 만약, 2000년 당시 서울교육청이 회계 서류 폐기에 대해서 책임자들을 고발했다면 나 의원의 부모가 동시에 형사 처벌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이 H학원에 대한 대법 판례는 판사 출신이자 변호사인 나경원 후보가 "(회계 서류 폐기) 당시에는 학교 회계 서류 보존 규정이 없었다.(회계서류 무단 폐기가 불법이 아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법원이 밝힌 것이다.
[동일학원] 대법원 '전교조의 허위 주장, 인터넷 루머' 아닌 사실 인정
나경원 후보측은 정봉주 전 의원에게 "전교조 교사들이 제기한 의혹 제기(감사 청구) 또는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 해명의 대상학교는 아버지가 설립자인 홍신학원보다는 아버지가 이사인 동일학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시 동일학원은 2004년 서울교육청 특별감사를 통해 15억의 비리가 밝혀졌고(동일학원은 교육청 감사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 소송 제기), 교사들에 의하여 감사 결과 이행요구와 함께 교육청에 추가 감사 요구가 제기되었고,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경원 후보가 단순한 인터넷 루머 또는 전교조 교사의 거짓 의혹 제기라고 하던 이 동일학원 비리에 대한 감사원과 법원의 결정은 어떠했을까? 나 후보의 입장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2006년 1월 감사원은 사립대학 24개와 사립 중고 100개 등 120여 개 사학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하여 1년이 넘는 감사와 검토를 거쳐 2007년 2월 최종 감사보고서를 확정했다. 이 보고서에서 동창회비 불법 모금 및 부당 사용·관리 등 동일학원의 비리 15억이 밝혀졌음을 지적했다.
또 행정소송을 이유로 감사 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동일학원에 "임원취임 승인취소"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감사의 정당성과 신뢰성의 훼손을 가져온 서울교육청의 잘못을 지적하며 "동일학원에서 감사결과를 조기에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즉, 감사원도 동일학원의 비리를 인정하고 서울교육청이 임원취임 승인취소 등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은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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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일학원 감사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1심 판결문. 서울행정법원은 동일학원에서 동창회비, 급식비 등 15억의 비리가 있었음을 확인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나경원 의원은 전교조 교사들의 문제 제기, 인터넷 루머 등이 사실이 아니라는 식으로 해명했지만 법원은 모두 사실임을 확인한 것이다. 나경원 후보의 아버지가 이 학교 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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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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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도 동일학원의 비리 사실을 확인했다. 급식비와 동창회비 등 15억의 비리를 지적한 서울교육청 감사 처분에 불복하여 동일학원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2004년 12월 1심에서 동일학원이 패소했고, 2009년 4월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동일학원 비리가 사실임이 확정됐다. (대법원 2009두3644, 서울고등법원 2008누26765, 서울행정법원 2003구합35106)
동일학원 비리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인정된 동창회비 불법 모금에 대한 법원 판결문의 한 부분만 옮겨보자.
"이 사건에서 동일여중·동일여고·동일여자전산의 교장 이하 3학년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졸업예정인 학생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동창회장 명의의 입회비 납부고지서를 배부하는 방법으로 학생들로부터 동창회 입회비를 수금하였고, 학생들은 당연히 동창회가 조직되어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동창회 입회비를 납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같은 동창회 입회비의 납부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행위가 다수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이라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관행이 일부 학교에서 있거나 피고가 이 사건 종합·특별감사 이전에 실시한 감사에서 이를 위법한 것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는 교육자가 학생들을 기망하는 행위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존재하지도 않은 동창회(이른 바 '유령동창회')를 통하여 학생들에게 동창회비를 받아온 것은 교육자가 학생들을 기망한 행위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급식비 불법 적립, 협동조합비 불법 운영, 교원 인사 부적정 등에 대해서도 법원은 동일학원의 불법성을 인정하며 감사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근거 없는 인터넷 루머이거나 전교조 교사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나경원 후보의 주장이 오히려 근거 없는 것임을 법원이 확정한 것이다. 판사 출신이자 변호사인 나 후보가 이런 법원의 판결, 그것도 대법원이 확정한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판사 출신 나경원 후보의 굴욕이다. 이제라도 나경원 후보는 홍신학원과 동일학원에 대한 교사들의 문제 제기와 사학비리에 대해서 국민들과 학교 당사자들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정치인의 국민에 대한 도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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