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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컬럼,글

한미 FTA! 이래도 불평등조약이 아니라고? 미국에선 연방법,주법이 우선인데 우리나라에선 헌법보다 우선하는 ISD???

by skyrider 2011. 11. 7.

시론
[시론]미 연방·주정부법 밑에 한·미 FTA
김영석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동의와 관련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그중에서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관련한 논의가 핵심 쟁점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한·미 FTA의 국내법적 효력을 보여주는 미국 국내법 조항을 제기했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률 제102항이 그것이다. 이 조항은 크게 세 가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첫째, 미국의 국내법(연방법)이 한·미 FTA보다 우선하며 미국의 국내법에 충돌하는 한·미 FTA 조항은 효력이 없다는 것을 규정한다.

 
둘째, 미국 연방정부가 주의 법을 무효로 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을 제외하고 미국 주의 법이 한·미 FTA에 불합치한다는 이유로 무효로 선언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즉, 한·미 FTA와 다른 법률을 미국의 50여개 주 중에서 어느 한 주가 제정하면 미국 연방정부가 그 주의 법을 무효로 선언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그 주에서는 한·미 FTA의 해당 조항이 적용될 수 없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셋째, 미국 연방정부 이외에 누구도 한·미 FTA나 그 의회의 승인을 근거로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미국의 이행법률 조항을 보고 국제법, 특히 조약법을 연구하는 필자는 미국 국내법상 한·미 FTA의 법적 효력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헌법상 ‘조약’(treaty)은 미국의 연방 법률과 대등하며, 미국 주의 법보다 우선한다. 또한 미국은 외국과의 합의 형태로서 조약이 아닌 ‘행정협정’(executive agreement)을 체결하기도 한다.

이 행정협정은 이번 한·미 FTA처럼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승인하는 의회행정협정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처럼 미국의 행정부가 상원의 비준동의나 상·하원의 승인 없이 단독으로 체결하는 단독행정협정으로 나뉜다. 의회행정협정이든 단독행정협정이든 모두 조약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연방 법률과 대등하며 미국의 주 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미국 의회는 의회행정협정 중에서 통상협정(trade agreement)에 대해서만 위의 제102항과 유사한 조항을 두어, 다른 행정협정이 가진 효력, 즉 연방법과 대등하고 주의 법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법을 제정하면서 한·미 FTA 이행법률 제102항과 거의 동일한 조항을 두었다. 이 점에서 한·미 FTA 이행법률 제102항도 미국이 체결하는 다른 통상조약의 이행법률 조항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고 보인다. 어쩌면 미국의 이행법률 내용은 미국의 국내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간섭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국내법적으로 한·미 FTA를 그 이행법률에 따라 연방법보다 하위이며, 주의 법보다 우선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미 FTA가 조약으로서 체결, 공포되면 국내법과 대등한 효력을 갖는 반면, 미국에서는 그 효력이 다른 조약이나 행정협정보다 약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없는지, 이러한 양국의 국내법상 차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한·미 FTA가 체결되어 양국 간에 적용될 때 미국 이행법률 조항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불리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사전에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약은 일단 체결되면 그 개정이나 폐기가 법적, 정치적 이유로 대단히 어렵다. 한·미 FTA도 체결되면 한·미 양국 간에 중요한 조약이 될 것이기 때문에 체결 전에 최대한의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 한·미 양국이 모두 만족할 만한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 우리 국회와 정부가 지혜롭게 대응하여 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