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 프 네이더(Ralph Nader) ― 미국 소비자운동의 대표 기수. 1934년 코네티컷 주 출생. 프린스턴대에 이어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 변호사, 교수 등을 지내다 1960년대 초부터 소비자·환경운동에 앞장서왔다. 소비자 보호조직을 만들고 의회 감시에서부터 환경운동, 법률지원 등 시민운동의 모든 분야를 선도했다. 미국의 대표적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을 창립했으며, 현재 ‘책임입법 연구센터(Center for Study of Responsive Law)’의 대표를 맡고 있다
FTA는 민주주의와 주권을 파괴한다
지금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오늘날 미국은 ‘기업범죄 물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칩니다. 한 검사가 묘사했듯이 엔론(Enron)과 같은 많은 월가(街)의 기업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같은 만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강력한 법과 규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현재, 노동자의 연금이 도난당하고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소액투자자들은 돈을 잃는, 너무나 끔찍한 상황에 와 있습니다.
당신은 FTA를 제국주의 방식이라고 비판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FTA가 다른 나라의 주권을 어떤 방식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무역협정’이라고 불리는 WTO 협정과 FTA 등의 본질은 결정권을 국내에서 국외, 즉 국제기구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이들 국제기구는 제네바에 있는 것처럼 비밀리에 운영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권력을 소수 거대 다국적기업들과 이들과 함께 일하는 정치인들에게 집중시킵니다. 그러므로 ‘반(反)민주주의 운동’이자 ‘반(反)주권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결정권은 한 나라의 국민과 정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외 대기업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정치세력들이 모여 만든 독재체제인 ‘국제기구’들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들은 주로 스위스 제네바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늘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당신의 말은 완전히 다른 말이 아닙니까?
여러 나라가 모여 합의한 모든 국제협정은 주권의 부분적 상실을 초래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무역협정, 즉 FTA는 그것으로 인해 주권의 상당한 부분이 상실됩니다. 그리고 FTA는 무역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노동, 건강, 소비자, 환경 등을 ‘국제무역 주권’에 예속시킵니다. 이 점에서 FTA는 매우 제국주의적인 것입니다. 이들은 상품과 서비스라는 무역 범위를 넘어 건강과 안전, 노동관계와 같은 공공영역에 침투합니다.
둘째, 국제 무역협정은 초국적기업에게 너무나 많은 권력을 가져다줍니다. 초국적기업은 이 권력을 사용하여 나라와 나라를 경쟁시키고 한 나라의 입법부, 법원, 규제기구 등과 같은 결정기구로부터 결정권을 빼앗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초국적 독재기구들에 넘겨줍니다.
놀랍게도, 심지어 미국조차도 주권을 초국적기업과 WTO에게 너무나 많이 빼앗겼습니다. 우리가 의회나 법원 또는 규제기구를 통해 결정했던 보건과 안전에 관한 사항은 이제 스위스 제네바에서 결정됩니다. 여기에는 선출된 공직자나 책임을 질 공직자가 없습니다. 일반 미국 국민들은 제네바에 있는 공직자들과 법관들의 이름조차 모릅니다.
FTA의 가장 위험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선진국의 기준을 후진국의 기준과 같게 하향 조정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WTO 회원국들이 자국의 노동자들을 학대하더라도 국제 무역협정을 어기는 것이 아닙니다. 환경을 너무 오염시키거나 소비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준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자국의 노동자, 환경,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 등의 조치를 취하면, 오히려 무역협정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고 이 나라의 상품 수입을 통제하지 않습니까.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국내 환경기준이 WTO 회원국들에 의해 다섯번이나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섯번 모두 미국이 졌습니다. 그 이유는 제네바의 밀폐된 법원에서 법관들이 미국의 환경기준이 화학물질 사용, 원료의 선택, 돌고래와 어류의 포획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무역협정은 생활수준과 보건 안전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하향화합니다. 가장 좋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아동노동’은 불법입니다. 아동이 공장에서 만든 상품을 구매하는 것 또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WTO 때문에 우리는 방글라데시 등과 같은 곳에서 아동이 만든 상품이 수입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WTO에 의하면 아동노동은 ‘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공장에서 학대당하는 아동들이 미국 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합법’입니다. 이것이 ‘하향화’입니다. 만약 무역협정에서 아동노동이 금지되었다면 WTO 회원국이 되고자 하는 나라들의 기준이 향상되었을 것입니다.
한국이나 베네수엘라, 멕시코의 최고 관료나 부자들이 미국 최상층의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연대하여 협력하는 것이 국제적인 새로운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기업들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최대한 많이 통제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서로 협력합니다. 임원들은 각 나라의 정부에 들어가 장관이 되고 선출직에 들어가 일을 하다 임기가 끝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정부를 ‘기업정부(corporate government)’라고 부릅니다. 미국정부는 국민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자사 임원들을 정부 고위직으로 보내고 선거자금을 후원합니다. 그리고 수천명의 로비스트를 둬서 정치인들이 그들에게 복종하게끔 합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요?
시민들의 조직력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WTO 협정이 미국 의회에서 심사를 받을 때 800쪽이 되는 보고서를 다 읽은 의원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기자들도 읽지 않고 기업 로비스트가 제공한 요약문만 참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과 TV가 국민들을 교육시킬 만한 내용을 전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대다수가 협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주권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이제 워싱턴이 아니라 제네바가 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제네바는 너무 멀고 선출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자유무역’, ‘자유무역협정’이라는 말에 속기 쉽다고 봅니다.
미국에서 ‘자유무역’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이 이데올로기의 기원은 18세기,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지금의 무역협정이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불리는 것은 틀린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자유무역’이라고 하면 좋은 뜻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서로 무역을 하면 모두에게 이득이 온다는 것입니다. 한 나라는 특정한 상품을 잘 만들고, 다른 나라는 다른 상품을 잘 만든다고 할 때, 이것들을 서로 교환하면 이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나프타, WTO, FTA와 같은 무역협정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기업들이 관리하는 무역(corporate managed trade)’입니다. 만약에 이것들이 진정한 자유무역이라면 누가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수백 페이지가 되는 규칙과 규정이 왜 필요합니까? 누가 결정하는가, 답은 대기업입니다.
만약에 진정한 자유무역이라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경쟁자를 배제하는 의약품 특허권, 또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독과점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기업이 관리하는 무역’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최근 다자적 방식인 WTO 체제 대신 양자협정인 FTA를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부시 행정부의 전략으로서, 주로 약하고 가난하기에 협상능력이 없는 나라들과 일 대 일로 상대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 국민’이 아닌 거대한 다국적기업을 대표해서 매우 강력한 요구를 내세우며 협정과정도 신속하게 진행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농업과 의약품과 같은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가장 나중에 논의합니다. 이것은 한국 국민들이 충분히 무엇을 잃게 되는지 확실히 모를 때 일방적으로 밀고나가려는 의도입니다. 주권이란 차원에서 한국인들은 무엇을 강요당하는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포기하는지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내든지 죽든지”
지금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우선 의료보험을 비롯한 미국의 의료현실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십시오.
미국에서는 소수의 대기업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회비를 지불하고 가입하는 종합적인 건강관리 시스템)가 거의 모든 보건산업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미국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통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비싼 서비스이며 매번 부정행위로 정부의 돈을 가져갑니다. 최근에 한 회사가 부정행위를 하다 걸려서 10억 달러 상당의 벌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이 회사는 워싱턴에서 메디케어 보험료를 부당하게 청구하여 폭리를 취한 것입니다.
HMO는 ‘보건유지기구’의 약자이지만, 그러나 실제로는 의료보험회사들입니다. 이들은 의료에 관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합니다. 현재 이들은 의사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의사들은 자신들의 독립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이들은 거대 병원 체인들에 소속되어 있으며, ‘유나이티드 헬스케어’를 비롯한 5대 HMO에 의해 중앙통제되고 있는 것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691421
아고라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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