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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정말, 내 손녀 손자가 이런 선생 만날까봐 무섭네! 도움 요청한 편지 쓴 제자를 색출한다고 집단 벌을 세워 결국 자살하게 만든 선생!

by skyrider 2012. 1. 2.

 

교육·입시
[10대가 아프다]“따돌림 근절 호소한 학생을 질책한 담임, 대책 팽개친 학교”
대구 |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ㆍ지난 7월 자살 대구 여중생 부친의 한숨
ㆍ“후속조치 없어 또 다른 자살” 경찰선 뒤늦게 재수사 의향

“학교에서 제 딸의 자살 경위만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30일 오후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박모씨(47·사진)는 지난 20일의 권모군 자살 사건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군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 박씨의 딸(14)도 지난 7월14일 자살했다.

박씨는 “딸이 담임교사에게 친구의 집단따돌림 피해를 호소하다 되레 호된 질책을 받자 심리적 부담을 못 이겨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학교가 집단따돌림 실태를 고발하고 해결책을 마련해달라고 외치는 딸의 간절한 요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되레 사태를 악화시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딸의 죽음 이후 몇 개월 동안 자살 배경을 수소문하며 왜 딸이 자살까지 택했는지를 추적해왔다.

유서가 된 편지 박모양이 사망 당일 담임교사에게 남긴 편지.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글에는 ‘왕따’ 피해사례와 정신적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구 | 박태우 기자

 

박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박양은 단짝 친구였던 ㄱ양으로부터 고민을 듣게 됐다. “친구 몇몇이 아빠의 직업과 경제사정 등을 이유로 부모님 욕을 하면서 집단따돌림을 해 괴롭다”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박양은 ㄱ양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다. 집단따돌림을 하는 친구들에게 “아빠의 직업을 갖고 왜 그러느냐. 제발 그러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담임교사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했다.

박양은 A4용지 한 장에 ㄱ양에 대한 집단따돌림 실상을 밝히고 이의 근절과 학급분위기 쇄신을 선생님에게 호소했다. ‘친구 몇 명이 누구를 집단따돌림하고 있다.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친구가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 선생님이 바로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편지를 7월11일 아침 등굣길에 2학년 교무실에 들러 담임교사 책상에 두고 나왔다.

이날 2교시 교실에 온 담임교사는 크게 화를 냈다. “누가 이 편지를 썼느냐. 당장 자수하라”고 말했다. 자수자가 나오지 않자 벌을 세웠다. 박양과 반 친구들은 1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책상 위에 올라가 손을 들고 있어야만 했다.박양은 자신의 행동으로 친구들이 고통받는 걸 보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수업이 끝나자 반 친구들은 그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박양은 이날 오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13층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씨는 “딸이 마지막 희망으로 기댔던 담임교사마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되레 작성자 색출에 나서면서 딸이 겪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면서 “여기에 반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이 밀고한 것으로 지목되면서 심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밝고 명랑한 성격에다 리더십도 강했고 성적도 전교 20등일 정도로 우수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살 당시 박양이 입고 있던 바지의 호주머니에는 ‘날 해친 아이들’과 ‘날 구하려 했던 아이들’이라고 적힌 쪽지가 들어 있었다. 박양은 이 쪽지에 각각 5명·6명의 명단을 적었다. 박씨 부부는 다음날 학교에 찾아가 자살소식과 함께 쪽지를 학교 측에 전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담임교사는 박양이 쓴 편지를 건넸다.

박씨 부부는 이후 학교 측에 담임교사의 사퇴와 철저한 진상조사 등을 요구했다. 박씨는 “학교에 몇 차례나 찾아갔지만 ‘우리가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미적거렸다”면서 “결국 담임을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박씨 부부는 경찰에도 수사를 요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찰은 박양이 남긴 글이 구체적이지 않고 ㄱ양에 대한 집단괴롭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들어 박양 사건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문제화되자 교내폭력과 연관이 있다며 재수사 의향을 밝혔다. 대구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재수사 요청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 당시 담임교사는 박씨의 주장과 관련해 “(당시) 박양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였다. 그런 벌을 받았다고 자살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박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지 5개월이 됐지만 담임교사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면서 “언제까지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이 이어져야 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