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은 이날 오후 3시55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 있는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홍보담당자 크리스틴 포스터가 밝혔다. 베벌리힐스 경찰은 "휴스턴이 30분가량의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면서 "타살 등 범죄 흔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명 가스펠 가수인 씨씨 휴스턴의 딸로 뉴저지에서 태어난 휴스턴은 1985년 데뷔 이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7년 가수 겸 작곡가 바비 브라운과 이혼한 뒤 음주와 마약중독 등으로 추락했다. 미국 리코딩 예술과학아카데미의 닐 포트나우 회장은 "여섯 차례 그래미상을 받은 휴스턴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팝가수로 위대한 음악적 유산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휴스턴은 세계 최고 권위의 팝 음악상인 그래미상 시상식 하루 전날 생을 마감해 '팝의 전설'로 남게 됐다.
[도청도설] 휘트니 휴스턴
1992년 개봉된 영화 '보디가드'는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는 여가수가 주급 3000달러의 보디가드를 고용한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는 보디가드와 사랑에 빠진다. 그 보디가드는 여가수에게 날아오는 총탄을 대신 맞고 쓰러진다. '늑대와 춤을'의 톱스타 캐빈 코스트너와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각각 보디가드와 여가수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제작비까지 댄 캐빈 코스트너의 독무대였다. 보기에 따라서 유치하기까지 한 이 영화가 대박을 터뜨린 것은 워낙 가창력이 뛰어난 휴스턴의 음악 덕택이었다. '보디가드'의 사운드트랙앨범 '항상 너를 사랑해(I'll Always Love You)'는 세계적으로 2600만 장 넘게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도 200만 장 이상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1985년 휘트니 휴스턴이 데뷔했을 때 뉴욕포스트지는 '휴스턴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균형잡힌 매너와 제스처를 보며 기쁨을 느낀다'고 극찬했다. 데뷔 이후 휴스턴은 415번의 수상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1억7000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팝의 디바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는 여섯 살 연하의 가수 바비 브라운과의 불운한 결혼생활과 이혼 등으로 슬럼프에 빠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휴스턴과 한국의 인연도 특별하다. 2010년 재기를 위한 월드투어의 첫 방문국이 한국이었다. 휴스턴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 1만1000여 팬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전성기의 폭발적인 음색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편안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연출해 팬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20세기 마지막 10년을 뜨겁게 달군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지난 11일 48세로 유명을 달리 했다. 욕조 익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마약이 사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있을 뿐이다. 신이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톱스타들에게 사생활의 행복까지 허용한 일은 드물다. 휘트니 휴스턴도 이런 신의 질투를 비껴가진 못했던 같다. 강렬한 목소리로 우리 시대를 적셔온 또 한 명의 연인이 전설로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