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둑에서 소 풀먹이던 내 친구 무현아...부디 하늘에서 잘 살거라"
머니투데이 뉴스 입력 2012.05.23 14:35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뉴스1 제공](울산=뉴스1) 김규신 기자=
"어릴 적부터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친구였어요. 크게 될 줄은 알았지만 대통령까지 될 줄은 몰랐죠. 또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도... 이젠 보고 싶어도 사진으로밖에 못 보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벗, 박구용(67·울산 남구 야음동)씨는 23일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서 열린 노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을 찾은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거 1, 2주기에는 애써 고향 봉하마을을 찾았다는 박씨는 올해는 치아 치료 탓에 고향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절친한 친구의 기일을 그냥 넘길 수 없기에 하루 시간을 내 참배에 나섰다고 했다.
노 대통령과 동갑내기인 박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인, 유년시절의 노무현과, 학창시절의 노무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저랑 같이 김해 대창초등학교, 아 그때는 국민학교였지요. 아무튼 거길 다녔어요. 저도 그렇고 무현이도 그렇고, 키가 작았거든요. 나란히 교실 제일 앞에 앉아 공부하다가 방과 후에는 둘이 신나게 뜀박질하면서 집으로 달려갔죠."
박씨는 노 대통령이 어릴 적부터 약자의 편에서 강자의 횡포를 막아 준 친구였다고 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을 도맡았고, 반장을 맡으면서 힘 약한 학생들이 덩치 큰 학생들에게 당하는 것을 막아줬다는 것이다.
"딱 부러지는 성격에 불의에 굴하지 않았죠. 다들 못 살던 때니까 1, 2년 늦게 학교에 온, 덩치가 큰 동급생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 작은 친구들에게 고구마를 가져 오라고 시키곤 말을 안 들으면 때렸어요. 저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 중 하나였죠."
박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괴롭힘을 당하는 게 싫어서 무현이한테 이야기한 당일이었나, 그 다음날인가였어요. 평소처럼 종례 후 큰 소리로 '경례'를 마친 무현이가 갑자기 선생님께 할 말이 있다고 하더니 절 때린 학생을 지목하며 육하원칙으로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하더군요. 그러면서 사과하라고 했죠. 이후로는 당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박씨는 또 노 대통령이 어릴 적부터 명석했던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방과 후 소에게 풀을 먹이러 같이 다니면서 내기를 했는데, 자신은 주로 몸을 쓰는 내기를 한 반면, 노 대통령은 고누놀이 등 머리를 쓰는 내기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는 곧바로 노 대통령의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일화를 소개했다. "할아버지한테 귀여움을 많이 받았어요. 등에 자주 업혀 다녔는데 그 때 어깨너머로 장기나 바둑을 배웠다 보더군요. 전 그 때 장기, 바둑이 뭔지 조차 모르던 때였거든요."
그러면서 "장기, 바둑을 꽤 익혔나보더군요. 아 글쎄 할아버지가 바둑이나 장기를 두면 일일이 훈수를 뒀고, 그 덕에 할아버지가 자꾸 이긴 것 같은데 결국 상대편 할아버지가 화를 내면서 손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지 뭡니까. 그 담부턴 입은 꾹 닫고 할아버지가 어려움에 처하면 등을 꾹꾹 찌르며 도와줬죠"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2009년 5월 23일. 그러니까 딱 3년 전 오늘 야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집 앞 골목에서 동네 사람에게 노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발끈했다고 한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갖고 거짓말을 한다고 나무랐단다.
집으로 와서 텔레비전을 켜면서 비보를 확인했지만, 믿을 수가, 아니 믿기가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당장 고향 봉하마을로 달려갔는데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고 했다.
박씨는 이날 행사장에 전시된 노 대통령의 사진을 어루 만지면서 "나랑 같이 학교 마치고 소 몰고 강둑에서 풀 먹이던 무현아. 어릴 적 아무 것도 모르고 뛰놀던 그 때가 그립구나"라며 "그 때 했던 콩 서리, 고구마 서리가 아직도 나는 생생히 기억나는데 이제 다시는 널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니가 대통령이 됐다고 했을 때는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기분이 좋았는데 탄핵이니 뭐니 하면서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는 걱정도 많이 했었다"면서 "임기 후에 고향에서 지낸다고 해 자주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됐구나. 친구야, 하늘에서는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노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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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친구였어요. 크게 될 줄은 알았지만 대통령까지 될 줄은 몰랐죠. 또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도... 이젠 보고 싶어도 사진으로밖에 못 보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벗, 박구용(67·울산 남구 야음동)씨는 23일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서 열린 노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을 찾은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박구용씨가 23일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대공원 동문에서 열린 서거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모 사진 속 친구를 만져보고 있다. News1 김규신 기자 |
노 대통령과 동갑내기인 박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인, 유년시절의 노무현과, 학창시절의 노무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저랑 같이 김해 대창초등학교, 아 그때는 국민학교였지요. 아무튼 거길 다녔어요. 저도 그렇고 무현이도 그렇고, 키가 작았거든요. 나란히 교실 제일 앞에 앉아 공부하다가 방과 후에는 둘이 신나게 뜀박질하면서 집으로 달려갔죠."
박씨는 노 대통령이 어릴 적부터 약자의 편에서 강자의 횡포를 막아 준 친구였다고 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을 도맡았고, 반장을 맡으면서 힘 약한 학생들이 덩치 큰 학생들에게 당하는 것을 막아줬다는 것이다.
"딱 부러지는 성격에 불의에 굴하지 않았죠. 다들 못 살던 때니까 1, 2년 늦게 학교에 온, 덩치가 큰 동급생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 작은 친구들에게 고구마를 가져 오라고 시키곤 말을 안 들으면 때렸어요. 저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 중 하나였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박구용씨가 23일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서 열린 서거 3주기 추도식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News1 김규신 기자 |
박씨는 또 노 대통령이 어릴 적부터 명석했던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방과 후 소에게 풀을 먹이러 같이 다니면서 내기를 했는데, 자신은 주로 몸을 쓰는 내기를 한 반면, 노 대통령은 고누놀이 등 머리를 쓰는 내기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는 곧바로 노 대통령의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일화를 소개했다. "할아버지한테 귀여움을 많이 받았어요. 등에 자주 업혀 다녔는데 그 때 어깨너머로 장기나 바둑을 배웠다 보더군요. 전 그 때 장기, 바둑이 뭔지 조차 모르던 때였거든요."
그러면서 "장기, 바둑을 꽤 익혔나보더군요. 아 글쎄 할아버지가 바둑이나 장기를 두면 일일이 훈수를 뒀고, 그 덕에 할아버지가 자꾸 이긴 것 같은데 결국 상대편 할아버지가 화를 내면서 손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지 뭡니까. 그 담부턴 입은 꾹 닫고 할아버지가 어려움에 처하면 등을 꾹꾹 찌르며 도와줬죠"라고 말을 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박구용(오른쪽)씨가 23일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서거 3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한 뒤 뉴스1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News1 김규신 기자 |
집으로 와서 텔레비전을 켜면서 비보를 확인했지만, 믿을 수가, 아니 믿기가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당장 고향 봉하마을로 달려갔는데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고 했다.
박씨는 이날 행사장에 전시된 노 대통령의 사진을 어루 만지면서 "나랑 같이 학교 마치고 소 몰고 강둑에서 풀 먹이던 무현아. 어릴 적 아무 것도 모르고 뛰놀던 그 때가 그립구나"라며 "그 때 했던 콩 서리, 고구마 서리가 아직도 나는 생생히 기억나는데 이제 다시는 널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니가 대통령이 됐다고 했을 때는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기분이 좋았는데 탄핵이니 뭐니 하면서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는 걱정도 많이 했었다"면서 "임기 후에 고향에서 지낸다고 해 자주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됐구나. 친구야, 하늘에서는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노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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