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무상보육… 총선용으로 ‘전면지원’ 했다가 4개월 만에 ‘선별지원’ 목소리
경향신문 정유미·오창민·김지환 기자 입력 2012.07.04 03:01 수정 2012.07.04 03:26ⓒ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획재정부가 3일 영·유아(0~2세) 무상보육 재검토 카드를 꺼낸 이유는 '돈' 때문이다. 무상보육을 확대하려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반대 논리는 부자들까지 무상보육을 해줘야 하느냐로 요약된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재벌가 손자 보육지원이 공정사회에 맞는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놓고 찬반 논쟁이 일었을 때 "부자들 자녀까지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할 필요가 있느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반대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재정부 계획대로 무상보육 정책이 폐기될지는 미지수이다. 무상보육이 실시된 지 4개월여밖에 안됐는데 이를 되돌리는 것은 부담이 크다. 수혜자들의 반발도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는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한번 줬던 것을 다시 빼앗는 것인데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사실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드러났듯 계층별 선별 복지보다 능력껏 세금을 내고 보편적 복지로 가자는 것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다시 재정을 핑계로 선별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서초구가 10일부터 영·유아 무상보육 중단 위기에 처하는 등 보육 대란이 우려되는 3일 서울시청 어린이집에서 영·유아들이 교사들과 놀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계층에 관계없이 보편적 무상보육을 하겠다고 했지만 재원방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행정착오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일 경우 재정부가 재정지출 구조 혁신과 증세 등으로 부족한 재정을 보충해 지방교부금을 더 줘야지 무상보육 때문에 지방 재정에 문제가 생기자 다시금 선별적 복지론을 꺼내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은 일찌감치 파행사태를 예고하고 있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12월 2012년도 예산안을 기습 통과시키면서 소득 하위 70% 가정에만 지급하던 영·유아 보육비를 소득과 상관없이 전 계층으로 확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발했지만 정부는 올해 4·11 총선을 앞두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였다.
정부의 탁상행정은 영·유아 보육료 파행사태를 불러왔다. 지난해 어린이집을 다닌 영·유아는 전체 135만명의 절반 정도인 68만명이었고 소득하위 70%로 무상보육 혜택을 받은 비율은 47만명(68.5%)이었다. 정부는 68만명을 기준으로 잡고 보육료 지원을 받는 47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31.5%에 대한 예산 3697억원(지자체 부담 3400억원)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지난 3월 무상보육 사업을 모든 계층으로 확대 시행하자 어린이집을 찾는 부모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집에서 돌보던 상위 30% 아이들까지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예산이 예상보다 2~3배나 더 필요해 무상보육 재정의 고갈로 이어졌다.
지자체는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무상보육을 확대한 만큼 전액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는 정부에서 보육료의 20%를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각 구청과 서울시가 마련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각각 50%씩 부담하고 있다.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수수방관하는 상태다. 지난 3월에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3~4세에 보육료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내년부터는 3~4세도 0~2세와 마찬가지로 무상보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보육료를 핑계 삼아 중앙정부에 예산을 더 달라고 떼쓰는 것"이라며 "서울의 '부자' 자치구만 해도 사업을 중단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영·유아 무상보육은 맞벌이 가정 자녀들이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전업 주부들이 "안 보내면 손해"라며 어린이집 앞에 줄을 섰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노린 민간 어린이집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부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은 재원 아동 수를 부풀리거나 시간제 보육을 종일제로 바꾸는 수법으로 세금을 빼돌리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참여연대 김은정 간사는 "무조건 돈부터 뿌릴 것이 아니라 공공 보육시설을 늘리는 등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한다"면서 "당장이라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보육정책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유미·오창민·김지환 기자 youme@kyunghyang.com >
재정부의 반대 논리는 부자들까지 무상보육을 해줘야 하느냐로 요약된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재벌가 손자 보육지원이 공정사회에 맞는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놓고 찬반 논쟁이 일었을 때 "부자들 자녀까지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할 필요가 있느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반대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재정부 계획대로 무상보육 정책이 폐기될지는 미지수이다. 무상보육이 실시된 지 4개월여밖에 안됐는데 이를 되돌리는 것은 부담이 크다. 수혜자들의 반발도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는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한번 줬던 것을 다시 빼앗는 것인데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사실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드러났듯 계층별 선별 복지보다 능력껏 세금을 내고 보편적 복지로 가자는 것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다시 재정을 핑계로 선별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계층에 관계없이 보편적 무상보육을 하겠다고 했지만 재원방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행정착오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일 경우 재정부가 재정지출 구조 혁신과 증세 등으로 부족한 재정을 보충해 지방교부금을 더 줘야지 무상보육 때문에 지방 재정에 문제가 생기자 다시금 선별적 복지론을 꺼내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은 일찌감치 파행사태를 예고하고 있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12월 2012년도 예산안을 기습 통과시키면서 소득 하위 70% 가정에만 지급하던 영·유아 보육비를 소득과 상관없이 전 계층으로 확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발했지만 정부는 올해 4·11 총선을 앞두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였다.
정부의 탁상행정은 영·유아 보육료 파행사태를 불러왔다. 지난해 어린이집을 다닌 영·유아는 전체 135만명의 절반 정도인 68만명이었고 소득하위 70%로 무상보육 혜택을 받은 비율은 47만명(68.5%)이었다. 정부는 68만명을 기준으로 잡고 보육료 지원을 받는 47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31.5%에 대한 예산 3697억원(지자체 부담 3400억원)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지난 3월 무상보육 사업을 모든 계층으로 확대 시행하자 어린이집을 찾는 부모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집에서 돌보던 상위 30% 아이들까지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예산이 예상보다 2~3배나 더 필요해 무상보육 재정의 고갈로 이어졌다.
지자체는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무상보육을 확대한 만큼 전액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는 정부에서 보육료의 20%를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각 구청과 서울시가 마련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각각 50%씩 부담하고 있다.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수수방관하는 상태다. 지난 3월에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3~4세에 보육료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내년부터는 3~4세도 0~2세와 마찬가지로 무상보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보육료를 핑계 삼아 중앙정부에 예산을 더 달라고 떼쓰는 것"이라며 "서울의 '부자' 자치구만 해도 사업을 중단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영·유아 무상보육은 맞벌이 가정 자녀들이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전업 주부들이 "안 보내면 손해"라며 어린이집 앞에 줄을 섰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노린 민간 어린이집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부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은 재원 아동 수를 부풀리거나 시간제 보육을 종일제로 바꾸는 수법으로 세금을 빼돌리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참여연대 김은정 간사는 "무조건 돈부터 뿌릴 것이 아니라 공공 보육시설을 늘리는 등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한다"면서 "당장이라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보육정책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유미·오창민·김지환 기자 youme@kyunghyang.com >
'시사-자료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처의 딸인 박근혜의 아비는 이런 사람이였다.!" (0) | 2012.07.10 |
---|---|
기업의 분식회계를 처벌하는 정부가 분식회계? mb정부가 숨겨 논 국가채무 폭탄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 (0) | 2012.07.08 |
정치부기자들이 지켜 본 대선 후보들... 역시 문재인! (0) | 2012.07.02 |
육사 수석입학한 예비역 장교가 제주해군기지 반대하는 이유- "안보때문..쿠바 꼴이 되고 싶은가? " (0) | 2012.07.02 |
200년빈도 가뭄 대비한 4대강사업이라며?... 104년만의 가뭄에 거짓말 탄로 났네! (0) | 2012.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