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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앞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정의의 여신은 대체로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천칭저울을, 한손에는 칼을 들고 있습니다만, 한국 대법원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은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고 한복을 입고 있으며, 눈을 가리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의미가 있겠지만, 좀 이상하지요.

13일 대법원은 이상한 판결을 내놨습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가 해고된 노동자 153명이 쌍용차를 상대로 제시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해고는 유효하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쌍용차가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대법원은 해석했습니다.

정리해고가 부당했다는 고등법원과는 정 반대의 해석을 내놓은 것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쌍용차가 정리해고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유동성 위기를 넘어 구조적인 재무건전성 위기까지 겪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 어떻게 이런 정 반대의 해석이 나왔을까요?

때문에 대법원이 기업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이 SNS를 통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보수일색 대법원은 권력엔 약하고 약자엔 강하다. 사회정의가 아니라 정치ㆍ경제의 기득권 안정을 추구한다.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치유역할이 아니라 최후보루를 자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대법원 판결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법도 인간을 위해 만든 도구 아닌가요? 대법원은 정말 항소심의 고민과 숙고를 뒤집을 만큼의 심각한 오류를 발견하신건가요? 이런 식이면 사회통합을 어찌 하려하나요?”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도 “같은 사실 관계를 두고 재판관의 시각에 따라 유무효가 달라진다면 그게 제대로 된 법인가”라는 지적을 했습니다.

화살은 판결을 내린 박보영 대법관에게도 향합니다. 박 대법관은 지난해 ‘삼성 X파일’을 폭로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의원직을 박탈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도 항소심은 노회찬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박보영 대법관은 유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박보영 대법관은 ‘여성-비서울대’, ‘소수자 몫’으로 대법관이 되었다. 그러나 박 대법관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달라는 시민사회의 기대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도 “박보영은 노회찬 삼성떡값 폭로 유죄 판결하여 국회의원직 박탈시킨 인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판결로 기업들의 무분별한 정리해고에 제동을 걸 장치는 사라졌습니다. 이번 판결로 기업 경영진은 앞으로 경영실패의 책임을 더욱 노동자들에게 물을 것이고, 노동자들은 더욱 고용불안에 떨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쌍용차 구조조정, 정리해고가 당연하다는 댓글이 있는 모양인데, 그거 아세요? ‘당신이 겪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왜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믿고 타인의 아픔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지 모르겠네요”라고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쌍용차 해고자들이 저항하면 대법원이 ‘해고유효’ 판결을 내려버리고, 인간모욕행위에 대해 경비 노동자가 자살로 저항하면 아파트 입주민들은 경비회사를 바꿔버린다. 도덕성은 물론, 인간에 대한 예의 자체가 없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이 사태를 만든 쌍용차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띕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경영진의 배만 부르면 함께 일하는 노동자는 해고하든 죽든 다치든 신경 안쓰는 몰염치의 쌍용자동차, 신차 검토하다 어제 법원판결로 눈물 흘리는 노동자들 보고 평생 불매운동, 주변 지인들도 못 사게 적극 불매운동하렵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