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박정희 시대를 논했던 23년 전 인터뷰 발언 전문이 공개된 데 대해 많은 시민들은 “놀라고 섬뜩했다” “아직도 생각이 그대로라는 것이 더 무서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 후보가 24일 5ㆍ16쿠데타와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 조만간 죽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23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3년 전 MBC와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머리끝까지 차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뉴스타파는 22일 새벽 인터넷에 올린 방송에서 일주일 전 방송을 통해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 데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젊은 층은 대부분 무섭고 소름끼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학생 김민성(19)씨는 “학교에서 배운 근현대사에는 분명히 5·16이 쿠데타라고 써있는데 5·16은 구국의 혁명이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랬다”며 “그 인터뷰를 보고 나니까 도대체 이 사람하고 내가 21세기에 같이 살고 있는 게 맞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승록(28)씨는 “좀 놀라웠죠. 섬뜩하기도 했고”라며 “아버지 서거 이후에 10년 이라는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아직도 박정희 정권 때의 세뇌교육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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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타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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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황윤식(23)씨도 “89년도 인터뷰인데 지금 2012년인데도 그 사람이 하는 박정희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도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그게 더 무섭다”고 말했다.
박정희 시대를 살았던 노·장년층 가운데 제작진이 만난 한 장년층 인사는 강도높게 박정희 시대를 비판했다.
“유신은 하면 안되는 거에요. 절대로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안하고 그 때 물러나야 영웅으로 남는 거에요. 그런데 강행을 해가지고 어마나 국민이 바라지 않는 빗나간 정치를 했어요. 지금 박근혜가 그것을 정당하다고 하는 것은 역사를 다시 후퇴시키는 반 시대적인 정치 견해에요.”
이에 반해 대부분의 장·노년층은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특히 제작진이 만난 나머지 할아버지들은 박근혜의 역사인식을 옹호했다. 한 장년층 인사는 “민주당 때 심지어 여자들까지 데모하고 나라가 망할 지경인데 그 때 가만히 놔두었으면 어떻게 됐겠어요”라며 “북한에서 쳐들어와서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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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타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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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인식은 박 후보의 1989년 발언과 유사하다. 박 후보는 1989년 5월 19일 MBC <박경재의 시사토론> ‘박근혜씨 아버지를 말하다’ 편에 출연해 “매일 데모가 의사당 안에서 있고, 또 국회의원들이 의사당 안에서 이불깔고서 극한투쟁을 벌이고 학생들도 연일 데모하고 심지어는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데모하고 그러니까 지금하고 그때하고는 우리나라 형편이 말할 수 없이 달랐다”며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볼 때. 그 때 북한에게 지고 있을 때였거든요. 군사력에서나 경제력에 있어서나 그러면 그 때 공산당이 가만히 있겠어요. 가만 있으면 공산당이 아니죠”라고 말했다.
또한 박 후보의 1989년 인터뷰 전문이 공개된 이후인 지난 17일엔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쓴 글도 뉴스타파에서 소개됐다. 김 위원은 “박정희는 천상에서 인혁당 8인에게 사죄했을 것”, “그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조국을 얘기하고 있을 것”, “박정희 개발독재 탐욕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선택, 애국 독재” 등으로 박정희 시대를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는 박정희 유신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왜곡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1989년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유신으로 자기의 집권 연장에 이용한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박경재 당시 방송진행자의 비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게 바로 역사의 왜곡이에요 우리가 일본한테 왜 남의 나라 역사를 왜곡하느냐고 데모도 하고 그랬는데, 일본도 역사왜곡하면 안되지만 우리도 우리 스스로의 역사를 왜곡하면 안돼요. 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정말 욕을 먹고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결정을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서 안보를 이용했다, 그렇게 말을 갖다 붙여서 자라나는 세대도 전부 그렇게 알아듣도록 한다는 것. 이건 얼마나 큰 왜곡이에요.”
이어 박 후보는 아버지에 대해 진한 그리움을 전하기도 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머리끝까지 차있고 어떻게 평점을 내리고 말고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그동안 억울하게 당하셨는데 그걸 어떻게 벗겨 드려야 하나 저한테 그런 걸 물으신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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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타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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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타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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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뉴스타파 제작진은 방송 이후 박근혜 대표에 질의서를 발송해 ‘현재의 의견이 변함없는 것인지’, ‘변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간략한 요청을 했지만, 박 후보로부터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뉴스타파 제작진이 지난 15일 새벽 공개했던 박 후보의 23년 전 인터뷰 전문에서 박 후보는 지난 1989년 5월 19일 방송된 MBC <박경재의 시사토론> ‘박근혜씨, 아버지를 말하다’ 편에 출연해 “5·16은 구국의 혁명”, “나라가 없어지는 판에 민주주의 중단시켰다는 말이 나오느냐”, “5000년간 가난한 우리 나라의 가난을 몰아낸 것은 (박정희) 지도력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것” 등 황당한 주장을 폈다.
박 후보는 또한 5·16과 유신이 없었다면 5·16을 비판하고 매도하는 사람들과 가족, 이 땅,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겠느냐며 5·16이 먼저나서 파멸직전에 국가가 구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5·16이 무혈혁명이었다는 점을 들어 박 후보는 아버지가 인명을 가볍게 볼 분이 아니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