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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일지

애고~ 역시 나는 너무 굼뱅이야....

by skyrider 2015. 10. 29.

일시: 2015/10/24(토)

장소: 서독산 동굴

기상: 북서~북북서 1~5m/s

체공: 3분27초

고도: 161.2m

속도: 44.1km/h

동행: 비공어르신,고길재 사장님,최윤권 님,임승철 님 외 서독산 지기들

 

 

이 번 주말은 토욜은 강풍에다 풍향은 북서, 일욜은 약한 바람에 동풍이다.

토욜엔 그럼 구봉도 행?... 그런데 구봉도는 6~7m/s 정도라 비공어르신 한테는 너무 센 바람인 것 같고 ... 서독산은 동굴에서 이륙하기는 풍향이 좀 걸리고...?

 

비공어르신을 만나 의논을 하니 쉼터 동호인들을 위해 막걸리도 사 놨으니 일단 서독산으로 가보자신다. 서독산 쉼터에는 동호인들 여럿이 나와있는데 이륙장으로 올라갈 생각들을 않고 모두들 능선의 깃발과 쉼터의 윈드색만 연신 올려다 보고 있다. 바람이 예보만큼은 아니지만 좀 센 편에다 풍향도 안 맞으니 기다리고 있는 듯.. 차를 돌려서 내려오니 삼봉 씨가 진호 씨 하우스로 안내한다. 거기엔 전인권 씨와 남 고문 부인이 텃밭에서 방금 따온 푸성귀를 씻어 내고 진호 씨는 삼겹살을 굽고 있다.

 

비공어르신이 사 가신 막걸리와 인권 씨가 담가서 가지고 온 개문주던가? 야문주던가?... 아무튼 야릇한 이름의 약초 술로 동호인들이 조그만 파티를 한다.(부식은 전인권 씨 텃밭에서 따 온 거지만 삼겹살은 누가 사온 건지 고맙단 인사도 않고 먹기만 했네?)

 

동굴 쪽 깃발봉을 보니 의외로 서풍인 것 같고 바람도 그리 센 것 같진 않은 듯 하여 모두들 동굴로 올라가는 분위기다. 내 차엔 어르신과 최윤권 씨,고길재 사장님,임승철 씨를 태우고 동굴 행!

 

주차를 시키고 비행화를 갈아신고 뒤늦게 이륙장엘 당도하니 삼봉 씨가 지난 주에 주문해 놨다는 새날개, 까레라+를 꺼내놓고 안전기원 제를 지내고 있다.

이륙장엔 누군가 날개를 펴 놨는데 썬글라이더 날개를 보니 천 대장인 듯하다.

 

^^ 박삼봉 씨의 새날개를 꺼내 놓고 안전비행을 기원하는 간단한 제를 올리고 있는 동호인들!

 

바람은 아직 북서풍으로 날개를 들어 올리면 뒤틀리는데 벌써 더미로 나가려는 듯...  동호인 홈피를 보니 어제도 천 대장이 비행을 한 모양인데 어째 혹시 짤린 거 아니냐고 농담을 하니, 내일까지 휴가란다.

 

^^ 아무도 더미로 나설 생각이 없는 기상인데 119구조대의 희생정신으로 더미를 자청하는 천 대장의 날개 세우기!

 

 

 

^^ 무사히 이륙해 나갔는데 왼 쪽 능선을 도는 걸 보니 아무래도 능선을 오르긴 힘들듯?

 

천 대장님이 나가고 나서도 아무도 이륙장에 날개를 까는 동호인이 없고 모두들 박삼봉 씨의 새 날개를 이리 뒤적,저리 뒤적이며 구경들을 한다.

 

^^ 과자 부서지는 듯한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새날개를 구경하는 동호인들! 싸이즈만 다를 뿐, 기종도 색상도 나랑 똑 같다!

 

천 대장이 능선 위로 안 나타나는 걸 보니 쫄인 모양인데 무전도 안 받고 전화도 안 받는다. 어디 불시착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 통 연락이 없다.

 

한 참 후에 천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무전을 안받았냐니까 무전기를 차에 놔 뒀단다. 잘 착륙을 했는데 릿지가 안된단다. 좀 더 있다들 나오는 게 좋겠단다.

바람이 좀 더 세졌다. 풍향도 북서~ 북북서로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는데 한량 님이 날개를 내려놓는다.아직도 풍향은 북북서!

 

^^ 날개를 세우면 왼 쪽으로 틀어진다. 북북서풍이 동굴 쪽 능선에 부딪혀 돌아서 이륙장으로 나오니 왼 쪽으로 틀어지는 듯...

 

뒤틀리는 날개를 달래고 달래 달려나가면 되련만 좀처럼 한량님은 안나간다. 쫌 전에 나갔으면 됐을텐데 왜 안 나가냐니까 오늘같은 날은 최대한 이륙장 꼭대기까지 따라 올라가 수직으로 이륙을 하기 전엔 그냥 쫄이라며 계속 날개를 달랜다.

 

^^ 날개를 달래고 달래 이륙장 위로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다가 드디어 턴! 발을 떼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탄다!

 

^^ 계속 좌우로 뒤틀리는 날개를 능숙한 솜씨로 컨트럴하며 고도를 올리는 한량 님, 역시 고수다.

 

^^ 오늘의 풍향이 북북서풍이니 이륙장 오른 쪽 릿지를 타려는 듯, 아니면 탑랜딩을 하려는가? 오른 쪽으로 도는 한량 님!

 

탑랜딩을 하려는 것이면 지금 쯤 이륙장 뒷편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소식이 없다. 기다려도 기척이 없어 무전을 날리는데 묵묵부답!

 

한참을 아무도 안 나가고 있는데 김유태 씨랑 같은 원주 탑에어 소속이라는 류제동 씨가 날개를 깐다. 헉? 이 바람에 나간다고? 놀래서 물어보니 아니 그냥 핸드링 연습이나 할려고 한단다. (그러다가 그냥 떠 버리면 어쩔려고...???)

 

그런데 몇 번 날개를 세웠다 내렸다 하더니 어느 순간 날개가 주춤주춤 앞으로 나가니 주저 앉았는데 주저 앉아서도 하네스가 바닥에 끌리면서 그대로 이륙이 되어 버렸다.

 

^^ 엉거주춤 이륙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나가는 류제동 씨!(핸드링 연습이라 해서 디카 준비를 안 했는데 ... 나간 다음에 뒷꽁무니 나마 한 컷!)

 

그나마 헬맷에다 컨테이너까지 완벽히 이륙준비가 된 상태로 연습을 한다고 했으니 다행이다.

모두들 "허 허~ 저렇게도 이륙하는 방법이 있네?" 하며 웃으며 이륙해 나가는 날개를 바라다 본다.

 

^^ "자! 다음 핸드링 연습 할 사람?" 하며 서로들 바라다 보는데 모두들 머리를 흔든다. ㅎㅎㅎ

 

남건현 고문님은 스맛폰으로 무슨 중계를 보더니 지금 광명동굴 앞 광장에서 아이유가 나오는 무슨 공연이 있다며 모두들 오늘 비행은 관 두고 거기 구경이나 가자고 바람을 잡는다. 다른 동호인들은 부인을 앞에 두고 아이유 보러가자니 간도 크다며 부인 눈치를 보는데 부인은 쿨하게 난 그런 거 신경 안쓴단다. ㅎㅎ (그러다 집에 가서 남 고문이 무사할려나?)

 

용감한 함둘라 님도 오늘은 나갈 생각을 않는다. 아니? 어째 천하의 함둘라님이 다 몸을 사리느냐고 하니 어르신들 계신데 건방진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요즘은 비행을 하면 할 수록 겁이 난단다. (에이, 천하의 함둘라 님이 겁이 나다니?)

 

그런데 그 때,  역시 이진호 씨가 나선다, 서독산 고수 중에 고수급인데 왜 안나가나 했는데...

 

^^ 이진호 씨도 역시 날개가 틀어지기를 몇 번!

 

^^ 날개를 세우면 살아있는 생물처럼 좌우로 앙탈을 부리는 날개를 겨우겨우 달래 이륙!

 

^^ 왼 쪽으로 릿지를 붙인다.

 

왼 쪽 능선으로 돌아 사라지고 난 다음, 쫄일까? 아닐까?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는데 드디어 깃발봉 위로 진호 씨가 나타났다. 오늘 처음으로 능선마루를 올라 탄 모습을 보고 모두들 술렁이는 분위기다.  그 때 천 대장의 무전이 들어온다. 이제 정풍 비슷하게 바뀌었으니 이륙들을 해도 되겠단다.

 

^^ 깃발봉 위에 나타난 진호 씨! 밑을 향해 괜찮다고 냅다 소리를 지른다.

 

이진호 씨는 광명동굴 앞에서 하고 있다는 무슨 공연에 아이유가 나왔는지 가 보고 오겠단다.

 

^^ 광명동굴 쪽으로 갔다오더니 아이유는 아직 안나왔단다.(ㅎㅎ 하늘에서 무대 위에 나온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안담?)

 

아까 그 쪽 방향으로 날아 간 한량님은 안보인단다. 어디 불시착을 했나? 걱정이 되어 남 고문님이 전화를 건다. 한 참만에 통화가 됐는데 간신히 내릴만한 곳을 찾아 무사히 착륙을 했단다. (휴! 다행!)

 

진호 씨의 비행 모습을 본 이륙장 동호인들이 너도나도 이륙 준비를 한다. 함둘라님은 아까 장비를 풀었다가 오늘은 틀렸다 생각하고 다시 챙겨 넣었는데 다시 장비를 풀고...  비공어르신은 당신은 오늘 비행을 않을 테니 나보고 동호인들 사진 찍을 생각 말고 빨리 이륙 준비를 하라신다.비공어르신이 이륙을 안 하신다니 그럼 오늘은 나도 좀 일찍 이륙 준비를 할까 생각하고 장비를 풀기 시작했다.

 

^^ 셋팅을 거의 끝내고 나니 이륙장엔 몇 사람 안 남고 하늘엔 이진호 씨를 비롯해 여러 동호인들이 능선마루를 타고 있다.

 

비공어르신이 내게 "황회장은 역시 꼼꼼하니까 이륙준비가 늦는다"고 한 말씀을 하신다. 하늘에서 놀고 있는 저 양반들과 비슷하게 이륙준비를 시작했는데 역시 내가 제일 늦었다. 나갈 사람은 다들 나가고 장비를 풀어 셋팅을 하고 이륙대기 중인 사람은 오늘 새날개 첫 비행을 하는 삼봉 씨와 요즘 비행감각이 많이 떨어졌다는 고 사장님, 그리고 나뿐이다.

 

오늘 새기체 첫 개시비행을 하는 삼봉 씨! 날개를 세우고... 고 사장님은 그 다음 대기, 그런데 그 새, 바람이 많이 약해졌다.

 

^^ 삼봉 씨 이륙해 나가는데... 이륙하자마자 고도가 푹 까진다.

 

^^ 5시가 막 넘어섰는데 벌써 해는 많이 기울고 ... 삼봉 씨는 아무래도 쫄일 듯...

 

아까 진호 씨 이륙하고 난 다음 풍향이 서쪽으로 기우러 동작 빠르게 서둘러 나간 사람들은 지금도 낮으나마 능선 마루에 매달려 있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고도가 떨어지는 추세다.

삼봉 씨가 궁금하여 무전으로 부르니 천 대장이 응신을 하는데 삼봉 씨는 무사히 착륙을 했는데 바람이 다 죽어 아까 능선을 타던 기체들도 모두 착륙을 하고 있다며 좋은 비행은 안 될 거란다.ㅠㅠ (애고 서둘러 나갔어야 하는데... 이륙준비가 늦다고 천 대장한테 예전부터 구박을 엄청 맞았는데 오늘도 비공어르신 말씀대로 너무 늦었네 ㅠㅠ)

 

어느 새 고 사장님은 이륙해 나갔는지 안 보이고 캐노피를 이륙장으로 옮기려니 비공어르신이 냉큼 들어서 옮겨 주신다. 최윤권 씨와 김보중 씨는 아예 오늘 비행은 포기를 했는지 장비도 안 풀고 내 이륙을 돕는다.

 

죽은 바람이 살아나길 기다리다 일단은 한 번 들었다 놓고 다시 바람을 기다려 날개를 세우고 턴! ...이륙 성공! 그러나 이륙하자마자 바리오에서는 김빠지는 소리만 난다.

 

6부 능선 쯤을 끼고 A이륙장을 향해 가다보니 한 번 들썩하기에 사면 가까이 들이 대 보는데... 다시 김 빠지는 소리가 난다. 아이구 이젠 포기! 어쩔 수 없이 착륙을 할만한 곳을 찾는 수 밖에..

 

한 동안 서독산 비행을 안 했더니 어느 새 내가 자주 내리던 공사장 광장엔 톨게이트 구조물이 다 완성되고 좌우로 지붕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

그 바로 앞에 동호인들이 장비를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로 착륙지점을 정하고 좌우로 고도를 깎고 진입을 하는데 아뿔싸 거기가 바로 고압선 밑이라 언뜻 보니 고압선 맨 밑가닥이 내 날개에 닿을 듯 해 얼른 좌로 틀었다.

그랬더니 날개가 휘청하며 접힐 듯 했는데 견제를 약간하니 다행히 날개는 원상회복!(나중에 생각을 해 보니 오늘 풍향을 봐서는 왼 쪽이 아니라 오른 쪽으로 틀었어야 됐었는데....)  

 

동호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착륙을 하기엔 다소 무리가 갈 듯하여 편안하게 더 앞으로 나아가 착륙을 하니 왼 쪽으론 철근이 일열로 박혀있고 오른 쪽으로는 도로를 다지는 대형 롤러가 있다. 착륙을 하고 보니 휴~ 소리가 절로 나온다.

 

^^ 왼 쪽으로는 철근이 일열로 박혀 있고... 저 앞 좌측으로는 오늘 개시비행을 한 삼봉 씨가 정성스럽게 새날개를 접고 있다.

 

^^ 아까 신나게 비행을 하던 동호인들이 날개를 챙기고 있다.

 

문 사장님께 아까 내릴 때 고압선 때문에 씨겁을 했다니까 밑에서 보니 그래도 여유가 좀 있어서 그냥 들어와도 될 뻔 했단다. 이진호 씨는 아까 착륙 들어 오시는데 롤러를 못 보셨냔다. 사실 롤러는 걱정이 덜 됐는데 착지 직전에 왼 쪽의 철근들이 일열 종대로 박혀 있는 게 보여 겁을 먹었다니까 밑에서 볼 때는 롤로를 들이 받을 거 같이 보였단다.

 

제일 늦게 장비를 챙겨 쉼터로 들어오니 모닥불 주위에 모여 있는 동호인들 중 권태엽 님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오늘 비행은 못하고 바로 쉼터로 온 모양이다.

 

^^ 아까 행방이 묘연하던 한량 님도 돌아와 있고...쉼터에 모여있는 동호인들 인증 사진 한 장!

 

그런데 비공어르신한테서 전화가 온다. 내 차를 가지고 내려 오시다가 주차장 요금소 막 지나서 시동이 꺼져 다시 몇 번을 걸어도 안 걸려 꼼짝도 못하고 계시단다. 깨스가 너무 많이 나오면 안 되니까 조금 기다리셨다가 악세레이터 밟지 마시고 시동 키만 돌리시라니까 한 참 있다가 그래도 안 걸린다고 또 전화가 왔다. 그래서 동호인들한테 얘길 하니 삼봉 씨가 선뜻 가보시자며 차를 가지고 온다. 삼봉 씨가 전에 정비공장에 근무한 기술자이니 든든하다.

 

다행히 요금소 내리막을 막 지나서 였으니 천만다행이였다. 삼봉 씨가 운전석에 앉아 살펴보더니 깨스 개페 보턴이 올라와 있다. 이런? 그러니 깨스가 너무 많이 나온 게 아니고 반대로 께스가 차단된 거 였다. 아마 어떻하다 보턴이 살짝 건드려졌나보다. 역시 삼봉 씨와 같이 오길 잘했다! 고마워요 도담삼봉 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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