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문 컬럼,글

공권력이 자국의 응급구호차와 환자를 겨냥하여 최루액 물대포를 쏘는 행위에 대해 의료인도 언론도 벙어리가 되는 나라!

by skyrider 2015. 11. 24.

“의사단체, ‘구급차 물대포’ 왜 침묵하나” 의대생 대자보 화제

등록 :2015-11-23 12:05수정 :2015-11-23 14:11

 

크게 작게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대 고은산씨 페이스북에 글 올려
“경찰, 환자 탄 열린 구급차에 최루액 섞인 물대포 직사…
환자와 의료인 공격, 전쟁터서도 용서받지 못하는 범죄”
“논평·보도자료도 없이 침묵…의사의 참모습인가” 지적
한 의대생이 지난 14일 열린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구급차에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의사단체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써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고은산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바로 가기)에 ‘의협(대한의사협회)/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을 비롯한 모든 의사 선배님들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한겨레>는 처음으로 고씨에게 페이스북 글 전재 허락을 받았다.

고씨는 글에서 “11월14일 서울 광화문 만민공동회 집회에서 끔찍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집회에서 시위를 하던 한 청년이 넘어져 팔이 부러져서 고통을 호소했고 주변 사람의 신고로 도착한 구급차는 들것에 실린 환자를 싣기 위해 뒷문을 열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호송되고 있는 환자와 열려있는 구급차 뒷문 안을 향해 최루액이 담긴 강한 수압의 물대포를 직사로 쐈습니다. 경찰이 구급차를 조준하여 사격한 것입니다. 해당 환자는 현재 뼈뿐만이 아니라 인대까지 끊어져 수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집회현장은 항상 의료의 사각지대였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 현장에서의 구호 활동을 방해하고 이를 공격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응급의료법 제12조를 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가기 :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이어지는 글에서 고씨는 “의료진은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최선을 다해 의술을 펼쳐야 하며 이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전문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의료인들께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전쟁의 포화 속으로 달려갔고, 그렇게 사람을 살리며 죽어갔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존경스러운 수많은 의료인들께서는 전 지구적 보호와 지원 아래서 구호, 지원 활동을 해나갈 수 있던 것입니다. 이 합의를 깨고 들것에 실린 환자와 이를 호송하고 치료하는 의료인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터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고씨는 또 “의료의 윤리와 양심과 긍지와 역사가 짓밟힌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동안 의사 단체들은 어떠한 논평이나 보도 자료 하나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사의 참모습입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소가 어디고 상황이 어떤지 관계없이 무방비의 환자와 의료인을 공격하는 것은 인류가 이뤄온 합의와 생명의 무게를 짓밟는 죄악”이라며 “이를 좌시한다면 앞으로 어떤 의사가 마음 놓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으며 어떤 의료인이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양심과 대의에 몸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고씨는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경찰당국/의협/의대협에 목소리를 높여 주십시오. 집회현장 내에서 경찰과 시위대를 포함한 모두가 신속하고 알맞은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데에도 함께해 주십시오”라며 “지난 14일 한순간에 짓밟힌 생명의 가치를 드높여 주십시오”라고 강조했다.

고씨가 대자보로 작성해 20일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건물에 게재한 이 글은 주말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널리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을 통해 “선배 의사들은 이 대자보를 보고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요? 아직 이런 젊은 학생들이 있어서 그나마 작은 희망을 늘 다시 가져봅니다” (퉁퉁***) “기득권층이 된 혹은 될 선배들이 읽고 아마 코웃음 치겠지만 낙심하지 마시길. 울림이 큽니다” (흔해***) “비상식 속의 상식이 홀대받는 사회입니다” (dian***), “민중 총궐기 대회 날, 구급차에 물대포 쏜걸 이제야 알았네요. 참 언론들 언론답네요” (alsanf***) 라는 댓글을 남겼다.

고씨는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구급차에 물대포를 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의협이나 의대협 등에서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전공의 폭행 문제 대해서는 문제제기도 하고 법안발의도 하려고 했다”면서 “의료진에게 가해지는 사적 폭력에 대해서는 분개하면서 사실상 공적 폭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막상 그런 모습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대자보를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또 “(대자보를 본 분들이) 실제로 의사협회쪽이나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넣거나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행동을 함께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