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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맞는 말이네? 박상인 교수, 삼성전자와 한국이 사는 길! 대권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심각하게 받아드려야 할 것!

by skyrider 2016. 7. 25.

[이재용의 뉴 삼성]⑬ 박상인 서울대 교수 "재벌, 계열 분리해야 회사도 살고 오너도 산다"

  • 설성인 기자

  • 허욱 기자

  • 입력 : 2016.07.19 13:46 | 수정 : 2016.07.19 13:52

    삼성전자가 몰락한다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산산조각이 날까. 아니면 다른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 위기를 극복할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봤을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 박상인(51)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 재벌 개혁론자다. 박 교수는 2006년부터 한국의 재벌과 정부 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생각을 담은 저서도 출간했다.

    그중 올해 2월 나온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은 노키아와 핀란드 사례를 통해 삼성과 한국의 미래를 살펴봤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몰락은 한국 경제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상인 교수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났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허욱 기자
    박상인 서울대 교수/허욱 기자
    박 교수는 “한국 재벌은 선단식 경영을 하기에 큰 충격이 오면 한꺼번에 무너진다”며 “삼성전자의 위기는 삼성그룹의 위기이자 한국 경제의 위기”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의 수직계열화는 삼성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장점이 있었지만, 혁신에는 취약하다”며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이 무너지더라도 삼성그룹 금융부문에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금산분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을 하면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컨트롤(장악력)이 나빠지지만 계열 분리를 하면 회사도 살고 오너도 살 수 있다”면서 “혼자서 다 가지겠다는 생각은 국가의 이익에 반하며, 시스템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을 책으로 썼다.

    “재벌의 심각한 경제력 집중이 계속되면 1997년과 같은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노키아처럼 몰락하면 삼성발(發)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부실 기업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

    한국 재벌은 선단식 경영을 한다. 작은 충격은 자체 흡수가 가능한데, 큰 충격이 오면 한꺼번에 무너진다. 영화 적벽대전을 보면 배를 묶어놓으니 파도에는 안 흔들리는데 불이 붙으니 다 타버린다. 대한민국의 현 체제는 경기 후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위기에 취약한 구조다.

    1997년 외환위기는 환율 덕분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단계에서 성장 국면이었다. 중국의 성장도 회복에 한 몫했다. 지금은 저성장 국면이다. 중국 특수도 사라졌고, 위기가 오면 빨리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또 다른 위기가 온다. 한국은 앞으로 남미형 경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와병중이고, 지난 2년 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가 공고해졌다. 통합 삼성물산은 주가가 하락하고 사업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경제력 집중의 폐해다. 특정 개인이나 가문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에 앞서는 구조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폐해가 심각한데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다. 일반 국민은 이게 잘못된것인지 아닌지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 재벌은 돈을 벌면서 기업을 세습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20년 전 60억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재산(대부분 주식)이 12조원이 됐다. 워렌 버핏도 못 번 돈이다. 재벌의 세습 과정을 보면 종자기업을 설립하고, 일감몰아주기와 상장을 한 다음 종자기업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전환한다.

    (통합 삼성물산이 경우)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구가 (국민연금에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는데 결국 찬성했다. 자문기구의 견해에 반대하면 보통 이유를 밝히는데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통합 삼성물산 탄생 과정에 찬성한) 국민연금에 대한 책임 추궁을 여·야 누구도 안 했다. 이런게 다 경제력 집중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용의 뉴 삼성]⑬ 박상인 서울대 교수 "재벌, 계열 분리해야 회사도 살고 오너도 산다"
    -한국이 남미형 경제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미국은 20세기 초에 재벌을 개혁했고, 이스라엘은 2013년도에 했다. 세습이 어려워졌다. 한국은 도전자, 혁신가, 경쟁자의 싹을 잘라 경제가 잘 될 수 없는 구조다.

    아르헨티나에 가서 남미의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를 찾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연구하는 사람도 없고 정보도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에 거부가 많다. 그런데 누가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우리도 지금의 상황이 심각해지면 남미처럼 될 수도 있다.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을 보자. STX 같은 기업에 정부가 수조원을 투입했는데 회생이 안 됐다.

    정부가 끼어들어 기업을 회생시킨다며 채무 탕감과 자본 확충을 통해 해당 기업을 재벌한테 다시 돌려줬다. 전형적인 정경유착이고 나라를 망치는 길이다. 기업도 청산할 건 하고, 회생에 쏟아부을 돈을 실업 대책에 투자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좋아졌을 것이다. 경제위기가 왔을 때 이런 식의 구조조정이 반복되면 경제력 집중은 심화된다. 결국 남미형 경제로 간다는 것이다.”

    -현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안 바뀔 가능성이 크다.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바뀔 가능성 조차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다.

    두번째는 이대로 가다간 5~10년 후에 한국에 커다란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됐을 때 남미처럼 제대로 대응을 못해서 경제 악순환에 빠질 수 있고, 미국의 뉴딜 정책처럼 개혁을 추진할 수도 있다. 구조개혁 타이밍이 올텐데 그때 개혁이 가능하다.”

    -삼성이 노키아보다 위기에 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나.

    “노키아가 3년 만에 망했는데 왜 그런지를 살펴보자. 2008년쯤 노키아의 주요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현지 기업의 제품 품질이 향상되면서 시장을 잃었다. 프리미엄 제품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삼성전자도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에 밀리는 형국이다. 2008년 노키아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받쳐주고 있다고 하지만 반도체 기술도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후발주자나 경쟁자보다 이윤을 많이 냈는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의문이다.

    휴대폰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강력한 혁신이 일어나면 반도체 사업이 받쳐줄 수 있을까. 바이오 사업은 언제 좋아질지 모른다.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휴대폰, D램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삼성전자가 몰락한다면 그 위기는 삼성그룹 전체로 파급될 것이다. 시스템적인 리스크를 극복하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의 위기를 막을 대안은 없을까.

    “수직계열화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에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혁신에는 취약하다. 삼성전자가 직면할 창조적 파괴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창조적 파괴는 경제적 법칙이다. 막을 수가 없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이 무너지더라도 삼성그룹의 금융부문으로 전이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금산분리를 해야 한다. 과도하게 수직계열화된 부분을 어느 정도 풀어줘야 한다.”

    [이재용의 뉴 삼성]⑬ 박상인 서울대 교수 "재벌, 계열 분리해야 회사도 살고 오너도 산다"
    -삼성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재벌이 금산분리를 하도록 유도하고, 과도한 수직계열화를 없애야 한다. 삼성그룹 내 계열사의 영업이익 70% 이상을 삼성전자가 낸다. 그룹 전체를 먹여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개혁을 하면 삼성전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좋아진다. 나빠지는 건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컨트롤(장악력) 뿐이다. 총수 일가가 회사를 놓고 싶지 않다면 나눠가지면 된다. 혼자서 다 가지겠다는 생각은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금산분리를 하고 금융 계열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다른 형제가 맡으면 된다. 결국 계열 분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주라는 것이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미래에 통일되고 2050년이 되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밋빛 전망에 삼성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해당 국가에 친정부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전망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보면 삼성전자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한 경우는 드물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가진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곳은 대부분 비재벌이다.

    외국인(단일 투자자 기준)들이 왜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갖지 않을까. 오너 리스크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재벌에 대한 투자를 회피한다는 건 근본적으로 우리 재벌의 문제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시각이 담겨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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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펴낸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휴대전화 세계 1위를 지켰던 노키아 사례연구를 통해 삼성전자도 반드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분석한다. 박 교수는 이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금산분리
    대기업 자본이 은행 등 금융권에 맡긴 고객의 돈으로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과 은행의 결합을 제한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금융자본을 마음대로 사용할 경우, 무분별한 신규 투자나 사업 확장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이 침체될 경우 금융권에 돈을 맡긴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위험이 있다. 기업은 금융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지배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금융지주회사도 비금융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창조적 파괴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자본주의에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커다란 조건으로 강조한 개념이며, 경제발전 과정에는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행위가 수반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