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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글,뉴스

리우 올림픽 흙수저 선수들의 인간승리!

by skyrider 2016. 8. 20.

<올림픽> '흙수저 메달' 시상대에 주렁주렁…빛깔은 가장 '영롱'

2016/08/20 06:00송고

 

범죄자소굴 싸움꾼, 물동이 운반, 길거리 구걸 선수들 '금·은·동'
항공료 없어 대회 직전 경기장 도착한 축구팀은 3~4위전 진출

 

(리우데자네이루= 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극빈층 선수들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줄줄이 시상대에 오르며 '감동드라마'를 연출했다.

범죄자소굴 출신 여성이 유도 금메달을 따고 가냘픈 소녀의 몸으로 40kg들이 식수통을 날라야 했던 낭자가 역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출전 경비를 마련하느라 1년 전부터 도심 거리와 버스에서 구걸한 복서는 동메달을 수확했다.

생계조차 힘든 절박한 빈곤 가정에서 자라면서도 '희망의 종자'를 키워 지구촌 축제에서 '금·은·동' 3색 꽃을 피워낸 것이어서 시상대는 눈물과 환희, 감격이 어우러졌다.

'흙 수저'로 빚어 만든 이들 메달은 가난으로 고통받는 세계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가장 영롱했다.


시우바(세계랭킹 14위)가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수미야 도르지수렌(몽골)에게 절반승을 거두고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사진은 시우바가 시상대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


올림픽 개최국 브라질에 1호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은 여자 유도 57㎏급에 출전한 하파엘라 시우바(24)다.

세계랭킹 14위인 그는 각국 강호들을 잇달아 꺾고 결승전에 나가 지난 9일(한국시간) 세계랭킹 1위인 도르즈수렌 수미야(몽골)에게 절반승을 거뒀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에 매트 위에서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브라질 최악의 빈민촌 '파벨라'에서 나고 자라면서 겪은 가슴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파벨라는 영화 '시티오브갓'으로 잘 알려진 브라질 슬럼가를 일컫는다.


파벨라는 대부분 고지대에 형성돼 '신들의 도시'라는 별칭이 생겼지만, 현실은 신이 버린 '저주의 도시'다.

주민들은 수도, 전기 등 기본생활 혜택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고, 아이들은 총과 칼로 범죄행각을 일삼는다.

대낮에도 총성이 들리고 마약 중독자와 갱단이 활보하는 무법천지여서 경찰도 접근을 꺼린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도 경찰관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생겼다.

시우바도 여느 아이들처럼 싸움꾼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상대를 공격해서 먼저 제압하지 않으면 자신이 희생당하는 동네에서 목숨을 건 생존투쟁은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을 몸으로 터득한 시우바는 2003년 유도에 입문해 승승장구했다. 스포츠를 통해 지긋지긋한 빈곤에서 벗어나겠다는 집념 덕분이었다.

가난을 딛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시우바는 이제 브라질 국민의 희망이 됐다.

시우바는 우승 직후 "아이들이 나를 보고 스포츠를 통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는 시우바의 이름을 딴 유치원이 리우 시내에 문을 열었다.

시우바는 개원식에서도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공부와 스포츠를 포기하지 마라. 그러면 나와 내 가족 인생이 바뀌었듯 여러분 인생도 바꿀 수 있다"


여자 역도 53㎏급에 출전한 필리핀 대표 하이딜린 디아스(25)도 언론 조명을 받았다.


리우 올림픽에서 딴 디아스가 귀국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감격스러운 준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디아스는 필리핀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3회 연속으로 출전해 지난 8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 때문에 부모와 7남매가 먹을 물을 40ℓ 양동이에 담아 짊어지고 수백m를 걸어야만 했다.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지만, 간난신고는 역도 영웅 탄생에 자양분이 됐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 벅찬 무거운 물통은 뼈와 근육을 단련시켰다.

물통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들어야겠다는 고민은 역도 원리를 터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강철같은 정신력까지 뒷받침돼 결국, 필리핀 올림픽 역사에 금자탑을 세우게 됐다.

디아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무거운 물통을 짊어지는 것이 역도 원리와 비슷하지 않은가"라며 "(힘들수록) 가족을 위해 성공해야겠다는 의지도 점점 커졌다"고 회고했다.

가난이 뼈에 사무친 듯 "훗날 자서전을 쓰면 첫 번째 테마는 '가난'으로 정할 것"이라고 말도 했다.


멕시코 대표로 복싱 미들급에 출전한 미사엘 로드리게스(22)는 '각설이 복서'로 리우에서 유명해졌다.


붉은 유니폼의 로드리게스가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 선수를 맞아난타전을 펴는 모습.


대회 경비가 모자라 지난해부터 수도 멕시코시티 번화가는 물론, 시내버스에서도 구걸했다는 사실이 지난 17일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나 올림픽에 참가할 돈이 턱없이 부족하자 길거리로 나섰다. 올림픽에만 나간다면 체면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용기와 정성에 감동한 시민들이 한두 푼씩 보태준 덕에 리우 대회에 출전해 지난 19일 동메달을 땄다.

국제대회 성적이 변변찮은 그의 헝그리정신이 일궈낸 값진 성과다.

멕시코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복싱에서 처음 확보한 메달이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축구팀은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항공료를 마련하지 못해 하마터면 출전 자체가 무산될뻔했다.

지난달 29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비행기 값이 없어 발만 동동 굴리다 델타 항공의 전세기 지원으로 간신히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B조 예선리그 첫 경기인 5일 일본전 시작을 불과 6시간 30분을 앞두고 현지에 도착, 호텔에 가방만 던져놓고 경기장으로 달려가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런 악조건에도 예선에서 승승장구한 끝에 21일 3, 4위전을 앞두고 있다.


had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20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