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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이재명! 그가 변한건가?

by skyrider 2017. 12. 6.

여성중앙

이재명이 변한 걸까

입력 2017.12.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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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변한 걸까

그 험한 정치판에서도 가장 ‘쎈’ 말로 싸우던 그가 이제 너털웃음 웃으며 아내에게 쩔쩔매는 이웃집 아저씨가 돼 있다. 정치인 말고, 이재명이라는 남자가 다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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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대통령이 되었고, 나머지는 각자의 자리로 흩어져 갔다. 경기도 성남시라는 작은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극적 변화의 주인공이던 이재명도 다시 성남시장으로 돌아갔다. 그런 그를 다시 맞닥뜨린 건 신문의 정치·사회면이 아니라 ‘동상이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것도 정치인으로서의 일회성 출연 말고 한 집안의 가장, 남편과 아빠로서의 사생활이 낱낱이 드러나는 리얼 예능 말이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터지기 전, 서서히 대선 후보급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던 성남시장 이재명을 인터뷰한 바 있다. ‘변방에서 온 이재명’, 그가 지자체 예산 문제로 박근혜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며 SNS를 통해 연일 싸워대던 ‘싸움닭’ 시절이었다.

그러고 얼마 후,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이재명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면서 그의 아내 김혜경씨도 만났다. ‘대선 주자의 아내’라는 기획으로 그녀를 인터뷰했다. 경선 과정 동안 부부는 늘 함께 다녔고, 가끔 떨어져 있을 때 아내는 남편의 제1보좌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아내는 경직된 태도나 정제된 말로 정치인의 아내가 되고자 ‘애쓰기’보다는 짐짓 신나는 표정으로 “나만 아는 실제 남편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부의 사진을 받아 봤을 때 이들은 거짓말 같게도 여전히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예능인이 다 된 이재명 시장을 그의 터전인 성남시청에서 만났다. 방만 경영의 상징이던 ‘호화 청사’는 시민들 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청사 마당에서는 아빠와 딸이 킥보드를 타고, 청사 안 곳곳에 설치된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는 시민들의 차지, 학생들의 스터디 룸이나 각종 만남의 장소로도 쓰였다. 시청 입구에 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바로 2층에 내리니 활짝 열려 있던 시장실에서 이재명이라는 남자가 걸어와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이재명 시장을 예능에서, 그것도 리얼 관찰 예능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경선할 때부터 이미 제작진이 우리 부부를 눈여겨봤다고 하더라. 제일 먼저 우리를 본 게 방송사 토론회인데, 그런 자리에 대선 후보 부부가 같이 온 걸 처음 봤다고(웃음). 우리는 늘 같이 다니니까. 손잡고 다니고. 그때 우리의 대화나 태도, 표정을 보니까 ‘저 부부 재미있겠다’ 싶어서 관찰을 하러 경선장을 다 쫓아다녔단다.

경선 후에 취재하자고 얘기했는데, 나쁘게 얘기하면 ‘어차피 떨어질 거니까 떨어진 다음에 하자’ 이런 취지였던 거지(웃음). 나는 대중의 눈을 믿는 사람이다. 이렇게 인터뷰해서 글자로 표현을 해놔도 그 사람의 마음이 읽힌다. 하물며 영상을 통해서는 어떻겠나. 내가 연기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연기하면 대중이 다 안다.

결국 내 내면이 다 보여지게 될 텐데, 또 집의 온갖 것을 다 보여줘야 하고. 특히 아내 입장에서는 살림을 보여주는 게 정말 싫지 않나. 아내의 부담이 컸다. 두어 달 가까이 망설이고 사양했는데, 제작진이 “다 보여줘도 상관없는 사람들 같다. 이게 좋은 기회가 될 거다”라고 설득했다. 우리는 액면 그대로 사니까. 출연을 결정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정치인 하면 보통은 높은 지배자, 권력자, 일반 사람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좀 없애고 싶었다. 그게 진짜 민주주의거든. 성남시장이 시민들에게 좀 우습게, 가까운 동네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하려고 몇 년 동안 노력했고. 이걸 모든 국민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다. ‘정치인 참 별거 아니구나.’ 평범한 이웃이고 우리가 월급 줘서 고용한
사람이고 우리 일 대신하는 머슴 또는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했으면 했다.

또 하나는 내가 워낙 거칠고 강박하고,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가 있지 않나. 정치인들이 잘 하지 않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니까 딱딱하고 세고, 어쩌면 대중은 내가 과격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데. 내가 가진 원래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 주면 ‘저 사람도 같은 사람이구나. 찌르면 피 나오고, 슬플 때는 눈물 흘리는 평범한 사람이구나’를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아내의 반대는 어떻게 극복했나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사실 그 정도면 해도 괜찮은 단계거든(웃음). 그냥 막판 가서 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더니 “그럼 할 수 없지 뭐” 그렇게 됐다. 출연 초반에는 불신이 깔려 있어서인지 대중이 작은 사안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더라.

‘가부장적이다’ ‘남편이 하나도 안 져준다’, 또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무슨 전업주부가 말이야?’ 하며 비난하고. 그러다 회가 반복되니까 결국 본질에 근접해졌던 것 같다. ‘저 부부는 원래 저러고 노나 보다’ ‘참 재미있게, 별짓 다 하고사네’ 하고. 그때부터는 좀 공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대선이라는 큰 레이스를 치렀다.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엄청난 경험이라고들 하는데, 이후 어떻게 추스르고 지냈나

나는 대선 경선 자체를 이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역할 분담을 하러 간 측면이 강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영 안 될 거라는 건 아니지만. 많이 배웠고 얻은 게 많은 선거였다. 보통은 지면 패배 후유증이 크다고 하는데 내 경우 후유증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나를 지지해주신 분들, 이재명이라는 하나의 도구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려고 온몸 던지다시피 했던 소수의 지지자들께 정말 미안했다. 없는 살림에 적금 깨서 전국을 같이 쫓아다닌 사람들도 있었다. 그분들이 느꼈을 좌절감을 생각하면 좀 가슴 아프다.

스스로의 장단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됐을 것 같은데

정치는 경쟁이어야지, 전쟁이 되면 안 된다. 적으로 만들어서 제거하는 게 아니라 누가 더 나은지 경쟁하고 국민에게 선택을 받고, 그 선택이 끝나면 힘을 합쳐서 협력해야 하는 관계들인데 막상 현실은 전쟁처럼 치러질 때가 많지.

나도 온전한 경쟁으로 치르고 사랑하는 동지로 위해주려고 노력했지만, 가끔씩 과도하게 몰입했던 지점이 분명 있었다. 지지자들의 열망 때문에도 그렇고 소위 좀 ‘오버’했던 순간들. 지나고 나니 역시 경쟁은 순리대로, 합리적으로 우아하고 부드럽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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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민주당 경선처럼 나이스했던 경우도 드물다. 떨어진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당선인에게 뽀뽀하는 장면도 그렇고, 경쟁자들이 모두 웃으면서 축하하는 보기 드문 장면들이 나왔다

보통 경선 끝나면 서로 원수가 되거나 심지어 탈당해서 다른 정치 세력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 서로 헐뜯고 도저히 봉합이 안 되는 경우. 그에 비하면 나무랄 데 없는 경선이었다. 경선 후 수습도 잘되고 선거 끝난 후에도 매우 협조적인 관계가 유지되는 모범적인 경우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든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겠지. 이제 이재명이 방송을 통해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해졌다. 아내한테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결혼할 거라고 말하는 사랑꾼이기도 하고. ‘진짜 저럴 수 있나?’ 싶기도 했는데 진짜로 아내를 사랑하니까(웃음).

아마 이재명은 아내한테도 함부로 하고 살 것 같은 느낌을 가졌을 수도 있다. 사실 정치적 영역에서는 그 세계가 워낙 거칠다 보니까 안 하던 짓을 많이 했다. 그래서 ‘사이다’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지만.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 어릴 때 엄청나게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랐다.

아버지 밥상은 따로, 아이들 밥상은 개다리소반에, 어머니는 뒤에 서서 바가지에 남은 거 비벼 드시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어머니, 아버지는 서로 말도 잘 안 하고, 말을 해도 예쁘게 할 수 있는데 괜히 거칠게 표현하고. 싸워도 애정에 기반한 다툼 정도가 아니라 진짜 싸워버리고. 그래서 막연히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또 정치를 하면서 배운 것이기도 한데, 인생 짧다. 애정 표현하고 서로 위해주고 살기에도 짧은데, 뭘 그렇게 거칠게 사나. 가능한 한 표현 많이 하고 또 상대방에게도 표현하게 하고. 근데 나는 사랑한다는 말 진짜 많이 하는데 아내는 영 안 한다(웃음). 표현을 해야 사랑도 커진다.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메말라간다. 최소한 있는 거라도 잘 표현하고, 없는 것도 만들어서 해야 더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이재명에게 어떤 존재인가

가끔 드라마 보면 이혼하고 헤어지고 이런 거 나오지 않나. 우리도 가끔 농담으로 헤어지는 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상상을 해보면 난 (헤어지면) 못 살 것 같은 거다(웃음). 사람이 다 다르잖나. 특히 남녀가 얼마나 다른가.

결국 부부라고 하는 게 평생 맞춰가면서 사는 건데, 우리 부부는 나름 잘 맞춰서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서로 잘 몰라서 힘들 때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다시 맞출 생각을 하니까 끔찍한 거다.

또 내 눈에는 아내가 여전히 너무 예쁘고(웃음). 특히 내가 해온 일이라는게 웬만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이야 월급 잘 나오고 지위와 명예도 있지만 과거에는 끊임없이 고통당하는 영역의 일을 했다. 인권 변호사, 시민운동가, 구속되고 수배되고. 수시로 집에 수사관들 들이닥치고, 사업자들한테 ‘아이들 죽이겠다’는 협박 듣고.

아내는 그걸 다 견뎌냈고 이해해줬다. 어떤 여자가 이해하겠나. 남들은 자기 가족들 건사하는 데 온몸을 바쳐도 불만인데 거의 상당 부분 삶을 가족들과 관계없는, 어쩌면 가족의 행복에 반하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사회운동가가 대개는 가정에서 불행한 경우가 많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상황이 너무 힘든 거다. 그러니까 늘 고마운 마음이 있다. 다시 태어나면 아내랑 결혼하겠다는 게 내가 이기적일 수도 있는데,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아내는 답을 안 해, 섭섭하게(웃음).

경선 치르고 나서 ‘이재명이 너무 유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더라. 조심스럽게 말하고, 웬만하면 판단을 유보하려고 하고. 예전만큼 시원한 맛이 없어졌다. 이재명이 변한 건가

그 평가가 맞다. 변했다기보다는 바뀐 게 맞지. 우선 내가 처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스피커가 작았는데 이제는 스피커가 커진 측면이 있고. 그건 책임이 커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듣는 사람이 많아졌고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서 무게가 많이 무거워진 거다.

벼룩일 때는 많이 튀어야 되고, 튀어도 더 요란하게 튀어야 다른 벼룩과 구별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덩치가 좀 커진 거다. 돼지 정도? 어쩌면 더 커져서 소 정도로 되어간다고 친다면 벼룩처럼 튀다가는 다리 부러진다. ‘미친 소’ 되는 거지(웃음). 위치, 역할, 처한 상황에 따라서 좀 더 책임 있는 태도,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되는 게 맞다. 스스로가 그렇게 바뀐 거다.

그래도 섭섭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시원하게 말해주는 정치인이 없었으니까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지향하는 가치나 내용이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표현 방식, 수위들이 조금 수정되고 부드러워진 것이지. 센 말, 자극적인 말, 거친 말, 생경한 언어를 쓰면 관심을 끌 수는 있다. 그러면 자꾸 거기에 탐닉하게 된다. 그러다 나중에는 선을 넘게 되지. 나는 이제 반대쪽으로 가야 한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 되어가고 있고, 또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게 좀 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전쟁터에서 창을 휘두르는 장수도 집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사는 인간이라는 거다. 우리는 언제나 전쟁터에서 칼 휘두르는 장수의 모습만 보는 건데. 나도 지금까지 정치판에서의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만 봤다면, 실제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남편, 대한민국의 평범한 일상인이라는 걸 보면서 변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체는 똑같은 거다. 다만 안 보던 면들을 보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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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다가 이제는 경기도지사 출마로 거의 확정을 지은 것 같다

순리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 제일 보기 안 좋은 게 선거 때문에 이사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건 사실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서울 시장 출마하려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정치적 진로 때문에 본거지를 버리고, 정치적 목적에 맞춰서 삶을 바꾸는 건 원래 내 취향도 아니다. 여긴 경기도이고 난 성남을 떠나기 싫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내가 해야 될 일, 나한테 요구되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왔다. 판검사 하고 싶었는데 당시 사회적으로 인권 변호사가 더 많이 필요한 시대여서 변호사를 선택했고, 시민운동가도 필요하니까 고통스럽지만 했던 거고. 정치도 시립의료원 만들려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공공 의료 확보 운동을 완결하기 위해서 시장이 되면서 시작한거다. 대선에도 시장 하고 있다 보니까 국민의 일부가 불러주신 것이고.

이재명이 정치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가 있다. 인생 자유롭게 사는 거다. 다만 나의 자유는 세상 사람들도 자유로워야 가능하다.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공평해야 하고, 희망과 꿈이 있는 세상이라야 한다. 정치란 내가 지향하는 자유로운 삶, 그 삶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언제든지 버릴 수도 있고,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 목적이 되는 수가 있다. 제일 두려운 상황이 그거다. 어느 순간 대리인이 아닌 지배자가 되어 있는 경우. 정치하다 보면 주변에서 자꾸만 ‘당신이 지배자다’고 하니까. 가끔씩 아내에게 고마운 게, 아내는 늘 자기가 동네 아줌마의 역할을 해주겠다고 말한다.

자기 말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자신의 평가를 잘 들으라고. 아주 가끔씩 나한테 권위적이라고 말하는데, 방송 통해서 보여지는 “반항하지 마” 같은 표현은 우리끼리 하는 농담이고, 험하게 살아서 거친 단어를 많이 쓴다. 체포, 구속 이런 말도 막 쓰고(웃음). 그거 말고 태도가 권위적인 느낌이 든다고, 기분 나쁘다고 말할 때가 있다.

권력이라는 게 이렇게 위험한 거거든. 주변에서 자꾸 위로 올린다. 본인이 가만히 있어도 누가 지렛대를 넣고 들어올리는데 그걸 견디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낮아지려고 노력해도 잘 안 낮아지니까. 소위 지위와 역할이 넓어지면 그런 게 더 심해지겠지. 그게 제일 두렵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재명의 평가도 듣고 싶다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 그 이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기획하고 노력하는 단계니까. 아직 결과를 평가할 단계는 안 됐다. 다만 안타까움이 큰 것은 대외 관계다. 외교 관계, 남북 관계에서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방 같은 애처로움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나름의 노력은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정말 힘들지만 꼭 해결해야 되는 과제다.

마지막으로 이재명에게 요즘 관심사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말했다. 적폐 청산과 경제적 활로 모색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뿌리인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리얼 예능에 출연해 평범한 남편, 이웃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정치적 표현의 세기도 한결 부드럽고 유해졌다.

동시에 이재명이라는 남자는 분명 정치인이고, 대선 주자일 때와 변함없이 큰 판을 내다본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줘야, 되도록이면 많이 불러줘야 비로소 ‘꽃’이 되는 게 정치인이라지만, 먼저 부름에 응답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느냐가 정치인을 규정한다. 이재명은 변하고 있고, 또 변하지 않았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나 내용이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표현 방식, 수위들이 조금 수정되고 부드러워진 것이지. 센 말, 자극적인 말, 거친 말, 생경한 언어를 쓰면 관심을 끌 수는 있다. 그러면 자꾸 거기에 탐닉하게 된다. 그러다 나중에는 선을 넘게 되지.

에디터_성영주 | 사진_SEO WON KI
여성중앙 2017.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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