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20분부터는 숲속 너른 터에 도착해 남산 순례를 마치고 내려오는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였습니다. 스님과 악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학생들은 송구스러움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모자를 써서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어 몸가짐을 정돈하기도 했고, 철없는 아이처럼 폴짝거리며 뛰어가는 분, 스님의 모습을 좀 더 오래 바라보고 싶어서 멀찍이 서서 한참 설레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분, 손에 찬 땀을 손수건과 옷자락에 문질러 닦는 분 등, 스님을 영상 속에서만 뵙던 모습을 직접 보며 감격하는 듯했습니다.
환경 실천을 하기 위해 비닐을 사용하지 않은 도시락으로 도반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모습이 초등학생의 첫 소풍처럼 설레어 보였습니다. 정토회 의료팀은 뒤쪽에 의료부스를 마련해 놓고 아픈 분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였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학생들을 다 맞이한 스님은 아직 점심 도시락을 다 먹지 못한 분들을 위해 흥이 넘치는 노래를 청했습니다. 첫 번째 나온 분은 ‘바위처럼’을 개사하여 ‘스님처럼’이라는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셔서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여 많은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에는 대구 남산법당에서 온 남자 다섯 명이 즐거운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자에 춤을 잘 맞추지도 못하고 서로 간에 움직임이 다 맞지도 않았지만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장기자랑을 마치고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에게 질문을 할 기회는 모두 여섯 분에게 주어졌습니다. 오늘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남북 관계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근에 남북한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어 북한 개발과 교류가 이루어지면 닥칠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는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입니다.
“평소에 스님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셨고, 또 많은 대중들에게 그 중요함을 일깨워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우리 한반도에도 이제 평화의 분위기가 도래했고, 그래서 온 국민이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님께서 백악관 앞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청원운동을 독려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주변 지인들에게 청원운동에 동참하도록 많이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그 청원운동 마감일이 4월 15일이었는데 그 전에 이미 10만 명 돌파를 달성했고, 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도 해서 저도 굉장히 기뻤습니다. 저희의 바람이 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저께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너무 기뻐서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고, 그 후에 도보다리에서 함께 대화 나누는 모습도 영화의 한 장면 같았고, 만찬장에서 화기애애한 모습도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 속에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뒤집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한반도에 지금 계절의 봄이 완연하고, 또 평화의 봄도 성큼 다가와서 기쁘기도 하지만, 지금 질문자의 말씀처럼 약간 걱정도 되는 게 사실입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전쟁한다고 난리더니 올해는 또 갑자기 평화롭게 지내자고 난리인 게 좀 모순이다 싶어 여러분들은 약간 혼란스러울 지도 모르겠는데, 이치로 보면 이건 하나도 혼란스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러다가도 8월이 되면 또 전쟁한다고 난리일 수도 있고, 또 금방 평화의 바람이 불수도 있는, 그런 바탕 위에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올해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65주년 되는 해로서 시간적으로는 냉전구도가 해체될 때를 지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냉전구도가 해체가 안 됐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만큼 우리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 또 한편으로는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해결될 때가 됐다는 것, 이런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거예요. 또, 북한이 핵을 만들었다는 게 이제 와서 보니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북한이 핵을 만들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 속에 우리가 살아온 거잖습니까. 또,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도 높아졌고,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전쟁으로 가기도 쉽고 또 갑자기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는 거예요. 이런 이중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우리처럼 작은 나라의 문제를 자기 식대로 해결해 왔습니다. 대부분 협박해서 자기네 뜻을 관철시키거나 협박해도 말을 안 들으면 군사적으로 공격을 해서 해치웠어요.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잖아요. 미국만 그런 게 아니고 강대국이 원래 그래요. 여러분도 그렇잖아요. 애가 말을 안 들으면 고함을 쳐서 일단 말을 듣게 하거나,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하잖습니까. 힘이 있는 존재는 늘 그렇게 하는 겁니다. 미국이 꼭 나빠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데 미국이 그런 힘을 가지고 ‘때리겠다’고 했을 때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저항한 나라는 지구상에 10개 나라도 안 됩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이런 나라들은 다 미국에 맞아서 부서진 나라들이고요. 북한, 이란, 시리아 등은 아직도 말을 안 들어서 항상 전쟁 위험 속에 있는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협박은 하면서 왜 실제 북한에 군사적 공격은 못 한 걸까요? 그건 군사적으로 공격했을 때 너무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큰 피해가 예상되니까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미국 내부적으로도 반대여론이 일어난 거예요. 그 반대여론 때문에 정책의 방향을 바꿔서 협상을 하는 겁니다. 협상을 했을 때 상대가 말을 고분고분 잘 들으면 쉬운데, 안 들으면 양보를 많이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또 양보를 많이 하면 미국 내 여론이 ‘왜 그 작은 나라한테 끌려 다니느냐?’고 하는 거예요. 지금 우리 야당이 정부한테 ‘북한에 끌려 다닌다’며 난리치는 것처럼 양보를 많이 하면 미국 내 여론도 나빠지는 거예요. 미국의 대북외교는 늘 협상을 하다가 중지하고 그 다음 정부에서는 협박하는 쪽으로 가고, 또 협박을 해서 전쟁 분위기가 되면 반대여론이 일어나서 그 다음 정부는 또 협상을 하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60년 세월이 흐른 거예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은 아무리 누가 뭐라 그래도 자기한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전쟁을 할 사람이에요, 안 할 사람이에요?”
“(대중들) 할 사람이에요.”
“예,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또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은 뉴욕타임즈고, 장관이고, 뭐고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어도 자기한테 이익이 된다 싶으면 협상을 할 사람이에요, 아니에요?”
“(대중들) 할 사람이에요.”
“지금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 참모조차도 다 그 자리에서 반대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도 본인 고집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고집’이란 건 보통 나쁜데 우리 입장에서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그 고집만이 우리의 살 길입니다.(모두 웃음)
우리는 지금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고, 오직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고집을 안 꺾고 끝까지 밀고 가야 비로소 우리한테는 뭔가 답이 나올, 그런 상황이 되었어요. 북한과 얘기하다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군사적 공격으로 갔다가, 하루아침에 협상으로 갔다가, 하는 걸 우리가 이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또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이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헷갈리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전쟁난다’ 할 때도 스님은 늘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 그러니 희망을 놓지마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처럼 세상 사람들이 다 ‘좋은 일 생긴다’ 할 정도로 낙관적인데도 스님은 혹시라도 북미회담에서 안 될 때를 대비해서 평화대회를 6월에도 잡아 놓고, 9월에도 잡아 놨어요. 이 분위기가 뒤집어지면 우리는 또 전쟁이 안 일어나도록 해야 되니까요. 현재처럼 굴러가면 괜찮지만요.
그런데 현 시점에서는 잘 될 확률이 뒤집어질 확률보다는 조금 더 높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이유는 북한이 선량해서도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량해서도 아니고, 북한이 처한 현실과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현실이 모두 이 문제를 푸는 게 유리한 국면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봐라. 부시도 못하고, 클린턴도 못하고, 오바마도 못한 걸 내가 했다’고 큰소리 칠만한 성과를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제공해 줄 수 있느냐, 또 거꾸로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 국민들에게 ‘드디어 미국이 우리한테 무릎을 꿇었다’고 할 만한 걸 미국이 얼마나 제공해 줄 것이냐, 다시 말하면 같은 일을 두고 어떻게 하면 서로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들 것이냐는 게 사실 해결책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이 두 사람의 체면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은 이 상황을 그저 좋게만 보고 있겠지만 스님이 가만히 들여다 볼 때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한에서도 이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있고, 북한에서도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비핵화 합의’를 문서에 서명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걸 안 했으면 남한에서 난리 났을 거예요. 그런데 그 발표를 김정은 위원장이 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했잖아요. 김정은 위원장은 그런 말을 한 마디도 안 했습니다. 문서로써 서로 합의해 놓고 우리한테 필요한 얘기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했단 말이에요. 김정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핵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 했고, 민족을 내세운 감동적인 얘기만 했지요. 그러니 북한에 선전이 나갈 때는 뭐만 나가겠어요? 김정은 위원장 얘기만 내보낼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걸 북한주민들이 몰라요. 그렇다고 ‘북한이 사실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안 돼요. 이게 정치라는 거예요.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한테는 ‘핵을 포기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자기네 국민들한테는 지금 그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까지 20년간 굶어 죽어 가면서도 ‘핵만이 살 길이다’고 선전해 왔는데, 이제 와서 핵을 포기한다고 하면 앞뒤가 안 맞잖아요. 그래서 지난번에 ‘우리는 핵 무력을 완성시켰다’고 했잖아요. 그건 무슨 뜻이겠어요? 완성시켰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실험할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요. 즉 ‘핵동결’만 얘기한 거예요. 이렇게 ‘핵동결’이라는 첫발은 디뎠으니까 다음에 미국과 대화할 때는 더 나아가 ‘핵 폐기’의 절차에 대해서 약속하면 미국이 또 뭔가를 내놓겠지요? 바로 ‘전쟁의 종결’, 즉 우리의 바람대로 평화협정 카드를 내놓겠지요. 평화협정 체결, 즉 전쟁의 종결이라는 확실한 걸 북한에게 줘야 북한도 핵 폐기의 절차를 밟아 나갈 수가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나온 거예요. 뭘 선제적으로 했다고요? 핵의 동결. 미국에 조건 안 붙이고 스스로 동결을 선제적으로 했지요. 북한이 그렇게 나왔으니까 이제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동의하면 북한도 폐기를 실행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북한은 지금 ‘우리에 대한 적대정책을 폐지하면 우리도 더 이상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거거든요. 그러나 전에는 핵 폐기에 대해서는 말로도 ‘절대 안 된다’고 하더니 이제는 서로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서로가 실제 그렇게 할지는 이제 남은 과제겠지요. 그런데 실행 여부는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래서 요즘의 상황을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겨우 첫발을 뗐다.’ 이렇게 봐야지, ‘계속 이렇게 가는 거다’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다만,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옛날처럼 뒤로 가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했던 말은 제가 봤을 때 이번 회담에서 제일 중요한 말이에요. 앞으로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뒤로 가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요.
지금은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은 게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요소가 해결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그 어려운 가운데에도 긍정적인 길을 향한 첫발이 디뎌졌는데,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이냐 하는 것에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남북이 합의한 건 우리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지금 해외에서는 이 합의가 썩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혁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대해서는 갈수록 비판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회담이 잘못됐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돼요. 만약 남북한이 핵 합의를 다 해 버리면, 김정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서 ‘핵을 없애겠다’, ‘비핵화를 하겠다’는 발언을 해 버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할 일이 없어져서 체면이 안 서지요.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훼방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성과를 누구한테 남겨 주려고 지금 이렇게 약간 부족하게 해 놨다고요?”
“트럼프 대통령한테.” (모두 웃음)
“그러니까 앞으로 비판이 나오더라도 여러분들은 그 비판에 휩쓸리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부족한지도 모르고 좋아하지만 스님은 첫째, 벌써 부족한 줄을 알고 있고, 둘째, 부족한 것이 앞으로 시비 거리가 될 줄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북미회담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로 남겨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이걸 이끌어 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 누구도 못한 것을, 문재인 대통령도 못한 것을 내가 했다.’ 이러면서 체면을 차린다는 거예요. 정치에는 이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둘이 다 해 버리면 안돼요.
과정에서 좀 부족한 게 있어도 시비하면 안 되고, 앞으로 다가올 5월 말, 6월 초에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합의로 나아간다면 ‘정상회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첫발 뗀 데서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후에 실제로 이행하는 과정은 굉장히 싸울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고, 엎치락뒤치락 할 수도 있을 건데, 결국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아가게 될 겁니다.
다만 우리의 바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는 냉전을 해체할 때가 됐다. 그래서 확실히 평화를 정착시켜야겠다. 또, 우리는 통일을 향해서 나아가야 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우리가 평화를 지키자고 하는 건 현재의 이익을 지키자는 거고,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거예요. 평화만 오면 현재의 이익은 지키지만 현실 안주가 되고, 통일지상주의로 가면 자칫 현재의 이익도 파괴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평화만’도 아니고, ‘통일만’도 아니고, ‘평화를 딛고 통일로 간다’는 관점을 갖고 정세를 보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3년간 정토회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를 해 왔지만 오는 5월22일이 그 회향일이에요. 2000년에 1차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도 남북 간에는 한참 갈등이 고조되었는데요, 그래서 우리 정토회는 1999년도부터 천일기도에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천일기도 시작하고 1년도 안 되서 남북정상회담의 소식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천일기도 시작한 뒤에 계속 ‘전쟁한다’고 난리더니 열 번째 백일기도 기간에 이런 희소식이 있었습니다. ‘진짜 기도를 해서 이렇게 된 거냐?’고 물으신다면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고 말하겠습니다.(모두 박수)
우리가 그런 기도를 천일동안 해 왔다는 것은 우리가 희망을 버렸다는 거예요, 안 버렸다는 거예요?”
“(대중들) 안 버렸다는 거예요.”
“예,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우리는 희망을 안 버리고, 꾸준히 했다는 거예요. 또 전쟁의 위기가 올 때는 ‘전쟁은 안 된다’면서 전쟁의 위험은 낮추고, 평화의 희망은 높이는 쪽으로 나아갔다는 거예요.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났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우리가 노력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법문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은 마지막 목적지인 염불사지에 도착할 때까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를 하면서 이동하였습니다,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는 학생들의 마음에 빨간 영산홍 같은 열정이 모여 평화통일이 한걸음 앞당겨질 것 같은 희망이 보였습니다.
11시 20분부터는 숲속 너른 터에 도착해 남산 순례를 마치고 내려오는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였습니다. 스님과 악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학생들은 송구스러움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모자를 써서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어 몸가짐을 정돈하기도 했고, 철없는 아이처럼 폴짝거리며 뛰어가는 분, 스님의 모습을 좀 더 오래 바라보고 싶어서 멀찍이 서서 한참 설레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분, 손에 찬 땀을 손수건과 옷자락에 문질러 닦는 분 등, 스님을 영상 속에서만 뵙던 모습을 직접 보며 감격하는 듯했습니다.
환경 실천을 하기 위해 비닐을 사용하지 않은 도시락으로 도반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모습이 초등학생의 첫 소풍처럼 설레어 보였습니다. 정토회 의료팀은 뒤쪽에 의료부스를 마련해 놓고 아픈 분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였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학생들을 다 맞이한 스님은 아직 점심 도시락을 다 먹지 못한 분들을 위해 흥이 넘치는 노래를 청했습니다. 첫 번째 나온 분은 ‘바위처럼’을 개사하여 ‘스님처럼’이라는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셔서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여 많은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에는 대구 남산법당에서 온 남자 다섯 명이 즐거운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자에 춤을 잘 맞추지도 못하고 서로 간에 움직임이 다 맞지도 않았지만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장기자랑을 마치고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에게 질문을 할 기회는 모두 여섯 분에게 주어졌습니다. 오늘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남북 관계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근에 남북한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어 북한 개발과 교류가 이루어지면 닥칠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는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입니다.
“평소에 스님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셨고, 또 많은 대중들에게 그 중요함을 일깨워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우리 한반도에도 이제 평화의 분위기가 도래했고, 그래서 온 국민이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님께서 백악관 앞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청원운동을 독려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주변 지인들에게 청원운동에 동참하도록 많이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그 청원운동 마감일이 4월 15일이었는데 그 전에 이미 10만 명 돌파를 달성했고, 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도 해서 저도 굉장히 기뻤습니다. 저희의 바람이 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저께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너무 기뻐서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고, 그 후에 도보다리에서 함께 대화 나누는 모습도 영화의 한 장면 같았고, 만찬장에서 화기애애한 모습도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 속에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뒤집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한반도에 지금 계절의 봄이 완연하고, 또 평화의 봄도 성큼 다가와서 기쁘기도 하지만, 지금 질문자의 말씀처럼 약간 걱정도 되는 게 사실입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전쟁한다고 난리더니 올해는 또 갑자기 평화롭게 지내자고 난리인 게 좀 모순이다 싶어 여러분들은 약간 혼란스러울 지도 모르겠는데, 이치로 보면 이건 하나도 혼란스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러다가도 8월이 되면 또 전쟁한다고 난리일 수도 있고, 또 금방 평화의 바람이 불수도 있는, 그런 바탕 위에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올해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65주년 되는 해로서 시간적으로는 냉전구도가 해체될 때를 지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냉전구도가 해체가 안 됐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만큼 우리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 또 한편으로는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해결될 때가 됐다는 것, 이런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거예요. 또, 북한이 핵을 만들었다는 게 이제 와서 보니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북한이 핵을 만들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 속에 우리가 살아온 거잖습니까. 또,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도 높아졌고,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전쟁으로 가기도 쉽고 또 갑자기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는 거예요. 이런 이중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우리처럼 작은 나라의 문제를 자기 식대로 해결해 왔습니다. 대부분 협박해서 자기네 뜻을 관철시키거나 협박해도 말을 안 들으면 군사적으로 공격을 해서 해치웠어요.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잖아요. 미국만 그런 게 아니고 강대국이 원래 그래요. 여러분도 그렇잖아요. 애가 말을 안 들으면 고함을 쳐서 일단 말을 듣게 하거나,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하잖습니까. 힘이 있는 존재는 늘 그렇게 하는 겁니다. 미국이 꼭 나빠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데 미국이 그런 힘을 가지고 ‘때리겠다’고 했을 때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저항한 나라는 지구상에 10개 나라도 안 됩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이런 나라들은 다 미국에 맞아서 부서진 나라들이고요. 북한, 이란, 시리아 등은 아직도 말을 안 들어서 항상 전쟁 위험 속에 있는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협박은 하면서 왜 실제 북한에 군사적 공격은 못 한 걸까요? 그건 군사적으로 공격했을 때 너무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큰 피해가 예상되니까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미국 내부적으로도 반대여론이 일어난 거예요. 그 반대여론 때문에 정책의 방향을 바꿔서 협상을 하는 겁니다. 협상을 했을 때 상대가 말을 고분고분 잘 들으면 쉬운데, 안 들으면 양보를 많이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또 양보를 많이 하면 미국 내 여론이 ‘왜 그 작은 나라한테 끌려 다니느냐?’고 하는 거예요. 지금 우리 야당이 정부한테 ‘북한에 끌려 다닌다’며 난리치는 것처럼 양보를 많이 하면 미국 내 여론도 나빠지는 거예요. 미국의 대북외교는 늘 협상을 하다가 중지하고 그 다음 정부에서는 협박하는 쪽으로 가고, 또 협박을 해서 전쟁 분위기가 되면 반대여론이 일어나서 그 다음 정부는 또 협상을 하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60년 세월이 흐른 거예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은 아무리 누가 뭐라 그래도 자기한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전쟁을 할 사람이에요, 안 할 사람이에요?”
“(대중들) 할 사람이에요.”
“예,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또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은 뉴욕타임즈고, 장관이고, 뭐고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어도 자기한테 이익이 된다 싶으면 협상을 할 사람이에요, 아니에요?”
“(대중들) 할 사람이에요.”
“지금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 참모조차도 다 그 자리에서 반대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도 본인 고집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고집’이란 건 보통 나쁜데 우리 입장에서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그 고집만이 우리의 살 길입니다.(모두 웃음)
우리는 지금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고, 오직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고집을 안 꺾고 끝까지 밀고 가야 비로소 우리한테는 뭔가 답이 나올, 그런 상황이 되었어요. 북한과 얘기하다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군사적 공격으로 갔다가, 하루아침에 협상으로 갔다가, 하는 걸 우리가 이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또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이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헷갈리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전쟁난다’ 할 때도 스님은 늘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 그러니 희망을 놓지마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처럼 세상 사람들이 다 ‘좋은 일 생긴다’ 할 정도로 낙관적인데도 스님은 혹시라도 북미회담에서 안 될 때를 대비해서 평화대회를 6월에도 잡아 놓고, 9월에도 잡아 놨어요. 이 분위기가 뒤집어지면 우리는 또 전쟁이 안 일어나도록 해야 되니까요. 현재처럼 굴러가면 괜찮지만요.
그런데 현 시점에서는 잘 될 확률이 뒤집어질 확률보다는 조금 더 높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이유는 북한이 선량해서도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량해서도 아니고, 북한이 처한 현실과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현실이 모두 이 문제를 푸는 게 유리한 국면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봐라. 부시도 못하고, 클린턴도 못하고, 오바마도 못한 걸 내가 했다’고 큰소리 칠만한 성과를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제공해 줄 수 있느냐, 또 거꾸로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 국민들에게 ‘드디어 미국이 우리한테 무릎을 꿇었다’고 할 만한 걸 미국이 얼마나 제공해 줄 것이냐, 다시 말하면 같은 일을 두고 어떻게 하면 서로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들 것이냐는 게 사실 해결책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이 두 사람의 체면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은 이 상황을 그저 좋게만 보고 있겠지만 스님이 가만히 들여다 볼 때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한에서도 이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있고, 북한에서도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비핵화 합의’를 문서에 서명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걸 안 했으면 남한에서 난리 났을 거예요. 그런데 그 발표를 김정은 위원장이 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했잖아요. 김정은 위원장은 그런 말을 한 마디도 안 했습니다. 문서로써 서로 합의해 놓고 우리한테 필요한 얘기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했단 말이에요. 김정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핵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 했고, 민족을 내세운 감동적인 얘기만 했지요. 그러니 북한에 선전이 나갈 때는 뭐만 나가겠어요? 김정은 위원장 얘기만 내보낼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걸 북한주민들이 몰라요. 그렇다고 ‘북한이 사실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안 돼요. 이게 정치라는 거예요.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한테는 ‘핵을 포기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자기네 국민들한테는 지금 그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까지 20년간 굶어 죽어 가면서도 ‘핵만이 살 길이다’고 선전해 왔는데, 이제 와서 핵을 포기한다고 하면 앞뒤가 안 맞잖아요. 그래서 지난번에 ‘우리는 핵 무력을 완성시켰다’고 했잖아요. 그건 무슨 뜻이겠어요? 완성시켰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실험할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요. 즉 ‘핵동결’만 얘기한 거예요. 이렇게 ‘핵동결’이라는 첫발은 디뎠으니까 다음에 미국과 대화할 때는 더 나아가 ‘핵 폐기’의 절차에 대해서 약속하면 미국이 또 뭔가를 내놓겠지요? 바로 ‘전쟁의 종결’, 즉 우리의 바람대로 평화협정 카드를 내놓겠지요. 평화협정 체결, 즉 전쟁의 종결이라는 확실한 걸 북한에게 줘야 북한도 핵 폐기의 절차를 밟아 나갈 수가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나온 거예요. 뭘 선제적으로 했다고요? 핵의 동결. 미국에 조건 안 붙이고 스스로 동결을 선제적으로 했지요. 북한이 그렇게 나왔으니까 이제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동의하면 북한도 폐기를 실행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북한은 지금 ‘우리에 대한 적대정책을 폐지하면 우리도 더 이상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거거든요. 그러나 전에는 핵 폐기에 대해서는 말로도 ‘절대 안 된다’고 하더니 이제는 서로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서로가 실제 그렇게 할지는 이제 남은 과제겠지요. 그런데 실행 여부는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래서 요즘의 상황을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겨우 첫발을 뗐다.’ 이렇게 봐야지, ‘계속 이렇게 가는 거다’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다만,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옛날처럼 뒤로 가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했던 말은 제가 봤을 때 이번 회담에서 제일 중요한 말이에요. 앞으로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뒤로 가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요.
지금은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은 게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요소가 해결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그 어려운 가운데에도 긍정적인 길을 향한 첫발이 디뎌졌는데,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이냐 하는 것에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남북이 합의한 건 우리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지금 해외에서는 이 합의가 썩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혁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대해서는 갈수록 비판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회담이 잘못됐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돼요. 만약 남북한이 핵 합의를 다 해 버리면, 김정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서 ‘핵을 없애겠다’, ‘비핵화를 하겠다’는 발언을 해 버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할 일이 없어져서 체면이 안 서지요.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훼방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성과를 누구한테 남겨 주려고 지금 이렇게 약간 부족하게 해 놨다고요?”
“트럼프 대통령한테.” (모두 웃음)
“그러니까 앞으로 비판이 나오더라도 여러분들은 그 비판에 휩쓸리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부족한지도 모르고 좋아하지만 스님은 첫째, 벌써 부족한 줄을 알고 있고, 둘째, 부족한 것이 앞으로 시비 거리가 될 줄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북미회담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로 남겨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이걸 이끌어 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 누구도 못한 것을, 문재인 대통령도 못한 것을 내가 했다.’ 이러면서 체면을 차린다는 거예요. 정치에는 이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둘이 다 해 버리면 안돼요.
과정에서 좀 부족한 게 있어도 시비하면 안 되고, 앞으로 다가올 5월 말, 6월 초에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합의로 나아간다면 ‘정상회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첫발 뗀 데서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후에 실제로 이행하는 과정은 굉장히 싸울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고, 엎치락뒤치락 할 수도 있을 건데, 결국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아가게 될 겁니다.
다만 우리의 바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는 냉전을 해체할 때가 됐다. 그래서 확실히 평화를 정착시켜야겠다. 또, 우리는 통일을 향해서 나아가야 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우리가 평화를 지키자고 하는 건 현재의 이익을 지키자는 거고,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거예요. 평화만 오면 현재의 이익은 지키지만 현실 안주가 되고, 통일지상주의로 가면 자칫 현재의 이익도 파괴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평화만’도 아니고, ‘통일만’도 아니고, ‘평화를 딛고 통일로 간다’는 관점을 갖고 정세를 보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3년간 정토회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를 해 왔지만 오는 5월22일이 그 회향일이에요. 2000년에 1차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도 남북 간에는 한참 갈등이 고조되었는데요, 그래서 우리 정토회는 1999년도부터 천일기도에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천일기도 시작하고 1년도 안 되서 남북정상회담의 소식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천일기도 시작한 뒤에 계속 ‘전쟁한다’고 난리더니 열 번째 백일기도 기간에 이런 희소식이 있었습니다. ‘진짜 기도를 해서 이렇게 된 거냐?’고 물으신다면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고 말하겠습니다.(모두 박수)
우리가 그런 기도를 천일동안 해 왔다는 것은 우리가 희망을 버렸다는 거예요, 안 버렸다는 거예요?”
“(대중들) 안 버렸다는 거예요.”
“예,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우리는 희망을 안 버리고, 꾸준히 했다는 거예요. 또 전쟁의 위기가 올 때는 ‘전쟁은 안 된다’면서 전쟁의 위험은 낮추고, 평화의 희망은 높이는 쪽으로 나아갔다는 거예요.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났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우리가 노력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법문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은 마지막 목적지인 염불사지에 도착할 때까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를 하면서 이동하였습니다,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는 학생들의 마음에 빨간 영산홍 같은 열정이 모여 평화통일이 한걸음 앞당겨질 것 같은 희망이 보였습니다.
'명문 컬럼,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상속세 낼 것도 없는 수꼴들이 상속세 폐지하라고 광분하고 있는데 과연 상속세가 산업을 위축시키고 기업을 죽이는가? (0) | 2018.08.06 |
---|---|
1971년 장충단공원 김대중 연설, 김대중 선생은 벌써 40년 후를 설계하고 있었다! (0) | 2018.07.26 |
이니, 으니, 두 정상 노벨평화상은 트럼프에게 주고 부디 '역사가 주는 상' 받으시라! (0) | 2018.05.05 |
김제동의 2017 청춘콘서트의 발언! 높은 사람들 끌어내리는 게 혁명이 아니라 밑바닥 인생들이 자존감을 올리는 것, 그 것이 혁명이다! (0) | 2018.04.23 |
전술핵 재배치하자는 소위 보수라는 국회의원들, 전쟁나면 재네들을 젤 앞장세웁시다! 김제동의 시원한 사이다 발언! (0) | 2018.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