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아 페이스북 강미숙님의 글
가슴을 울리는 사자후
머리를 때리는 죽비같은 외침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해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고 지금도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처단하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
광복절에 처음 들어보는 광복회장다운 연설이고 이제야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구나 생각했는데, 광복회장으로서 이런 말도 못한다면 자격이 있는 건가 싶은데 수구세력의 발호가 이 정도일 줄이야. 4.3의 넋이 깃든 땅에서 원희룡은 독립지사들을 내려다보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민족의 기치를 들었다. 친일청산을 특정정치견해로 폄훼하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광복절 행사에 협조할 수 없다며 정부를 겁박한다. 경북도지사도 약속한 듯 광복절 축사에 반기를 들었다. KBS 공영노조위원장이란 자는 광장에서 코로나 재확산이 의심스럽다며 부정선거도 모자라 대한민국을 통째로 북한에 넘겨주려는 문재인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씨부리는 게 2020년 광복절이다.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이날 광장에서 성조기를, 일장기를, 욱일기를 들고 대한민국을 두번 유린한 자들을 말이다.
보편적인 국민의 역사인식인 광복회장의 말에 드러내놓고 토를 달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식민지 조국에 '신민'으로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어쩔수 없었다며 터진 게 입이라고 국민을 편가르기 한다고 게거품을 물다니 커밍아웃을 확실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저 자는 당시에 태어났다면 노덕술 저리가라 싶게 민족을 배신하고 신민으로 충성봉사했을 놈이다.
사람들은 광복회장이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 일반을 말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그것도 신사적으로 말해서 그렇지 동의하기 어렵다. 나는 그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독립운동을 했을까 부역했을까,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던져본 질문이 아닌가. 흰소리로라도 손톱 밑을 찌르는 고문을 견뎌낼 독립운동을 했을 거라고 자신하기 어렵기에 지사들을 존경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이라도 장착하기 위해, 그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이땅의 자주와 민주를 위해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해온 게 아닌가.
먹고살기 위해 어쩔수 없었다고 대놓고 호통을 치다니, 그것도 초로의 독립지사를 앞에 앉혀놓고 말이다. 누구도 국가에 의해 어쩔수 없이 부역해야 했던 힘없는 민중을 역사의 제단에 올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죄과가 없었던 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유신에 부역하며 죄없는 국민을 무고하여 죽음으로 몰아간 자들과 전두환에 부역하며 광주를 학살한 자들, 민주화투쟁을 한 시민학생들을 고문하고 죽게 만든 자들도 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수 없었다고 용서해야 옳은가. 지금 광장에서 일장기를 흔들고 이들을 사주하는 자들을 용서해야 옳은가.
먹고사는 게 무엇인가. 세상에 이것만큼 준엄하고 이것만큼 비루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먹고사는 것으로 변명이 된다면 무엇하러 역사를 배우고 시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배우는가. 광복 75주년이 되는 날에 그동안 한번도 외치지 못한 대한민국을 광복하라는 광복회장의 피맺힌 일성에 일체의 수구세력이 발호하는 것을 보며 무엇이 저들을 이토록 당당할 수 있게 만들었을까 놀랍고 분노를 넘어 살의마저 느끼게 된다.
광장에서 전광훈같은 반민족, 반민주, 반지성적인 인간이 떠들어대도 어린 의경들을 방패로 내세우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정부라면, 더구나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방역에도 치명타가 될 게 뻔한 집회를 어떠한 방책도 없이 집회의 자유라며 판을 깔아준 사법부에 이러지저러지도 못하는 정부라면, 176석을 몰아줘도 전광훈 한사람의 입도 어찌하지 못하는 게 거대집권여당의 본질이라면 국민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정녕 국민들이 광장의 광복절 테러에 분노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인가. 미친개에게 몽둥이가 아니라 신사적으로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면 손이고 뭐고 온가족이 위태로워진다는 걸 모르는 걸까.
저들은 75주년 광복절에 정부뿐만 아니라 상식적인 국민에게 도발하고 올해 내내 감염병과 고투해온 의료진과 정부, 나아가 국가안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온나라가 감염병으로 뒤덮여 국가경제가 파탄나고 의료붕괴가 현실이 되고 국민의 생활이 도탄에 빠지게 만드는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광복절날 그 잘난 어르신들이 준 가르침은 오로지 힘센 놈한테 붙어야 살길이 있다는, 너 먹고사는 것만 신경쓰면 된다는,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조국도 동료도 등뒤에서 칼을 꽂아도 된다는, 아니 그렇게 살라는 시그널이다. 그런 목소리가 더 힘이 세다는 시그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부도 176석도 암묵적으로 전광훈과 수구꼴통 세력에 동의하는 것이 된다. 당신들도 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이다. 기꺼이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갈 국민들이 누구에게 분노하는지 똑똑히 보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는 이날로 목숨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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