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통신
제18호, 2002.10.04
벌써 가을 문턱으로 깊숙이 들어 온 듯, 아침 저녁으로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나무 가지가 휘어지도록 매어 달린 누런 은행 알들이 "툭"하고 나무둥치를 건드리면 "우드득" 떨어질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스카이 통신'에서 가방 받아 주기 같은 좋은 전통들이 사라졌다는 글을 읽으신 어느 여성고객님께서는 공중목욕탕에서 서로 등 밀어 주는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라 하시더군요.
대전의 한 경찰관이 신문에 투고한 글을 보니 더욱 서글퍼 졌습니다.
간밤을 대전역 대합실에서 노숙을 하신 69세의 전직 교장선생님이 파출소에 들어와 상담을 하시는데,
아들 넷 중 위로 셋은 결혼 후 따로 살고 미혼이던 막내에게 의탁하려고 아파트까지 사 줬답니다.
결혼한 막내는 싫어하는 기색이 역역하더니 간밤에 외출했다 돌아오니 아파트 문을 안 열어 주더라는 것입니다. 신원을 알려 주셔야 방안을 찾을 수 있다니까 끝내 신원을 안 밝히고 좀더 생각해 보고 다시 오겠다며 나가시더라는 얘기였습니다.
아마도 교원 연금을 일시금으로 타셔서 자식들에게 투자를 하신 모양입니다.
노후 대책을 자식에게 의지하신 것이 잘못인가요?
어느 지혜로운 시어머니처럼 장농 깊은 곳에 보물을 감춰 놓은 시늉을 하며 끝까지 며느리에게 효도를 받으셨어야 했나요? 치매보험이나 노후 간병보험을 가입해 놓았으면 막내가 부담을 덜 가졌을까요?
서강대 장영희 교수가 수능성적이 안 좋아 신부되길 포기하고 자동차 정비공이 되려고 낙향하는 야학제자에게 책을 선물했답니다. 그 책갈피에 '이 세상에서 기쁨과 행복 주는 사람 되거라!' 라고 써 주며
마음속으로 제자에게 들려준 얘기 한 토막-
장교수가 외국유학시절, 기숙사 경비아저씨가 전직 콜 택시 운전기사였는데, 어느 날 콜을 받고 가보니 파티에 참석을 하려는지 할머니 한 분이 성장을 한 채 집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더랍니다. 짐을 가질러 집안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곧 이사를 가시려는 듯 가구들에 흰 천을 덮어 놓았더랍니다.
행선지는 한 병원이라 했는데 시간이 좀 있으니 좀 돌아 다니다 가자며 "여기는 내가 처녀시절, 첫 직장 이였어", "이 집은 신혼 때 살던 집..." 이라는 등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 기쁜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눈가에 이슬이 맺히더라는 겁니다.
알고 보니 불치의 병으로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병원에 마지막 입원하러 가시는 중이였고 다시는 못 볼 추억이 담긴 도시 여기 저기를 눈에 넣어 두고 싶어 하신 것 이였습니다.
아저씨는 슬그머니 택시 요금메타기를 원위치 시키고는 원 없이 드라이브를 시켜 드렸답니다.
작은 일이였지만 그 것은 지금도 아저씨에게는 보람된 일로 기억되고,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그 때, 그 할머니에게 그처럼 중요한 일은 해 드리지는 못했을 거라며 행복해 하더라는 얘기입니다.
화재로 모든 걸 다 잃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다시 �아 주고, 사랑하는 가장을 잃고 경제적인 고통까지 떠 안게 된 유가족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달하는 일은 또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이 넉넉한 결실의 계절에 고객님들께서도 하고 계신 모든 일에 풍성한 열매가 맺게 되길 기원합니다.
스카이 대리점 대표 RC 황 부 호 드림 (www.insvill.com/skyri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