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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사태 책임자들에게 경제위기를 해결하라고? 강만수 윤증현 사공일 중용

by skyrider 2009.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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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경제위기가 불러온 ‘경제위기 경험자들’

위클리경향 | 입력 2009.03.05 11:45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윤증현 장관 이어 사공일 무협회장 취임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건재'


"구관이 명관이다?"
최근 들어선 MB정부 2기 경제팀에 윤증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5년 만에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컴백하고, 이어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이 청와대 입김을 타고 무역협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제계에 돌아온 구관, '올드보이(old Boy)'들이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고환율정책 등 경제정책 실패로 물러난 강만수 전 장관이 퇴임 직전 대통령과 독대하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추대되자 "한승수·최시중·강만수에 이어 윤증현과 사공일까지, 내년 칠순을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동년배 사랑이 극에 달했다"는 뒷말마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이들이 모두 한국 경제에 큰 생채기를 낸 장본인들이라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은 IMF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재정경제원 차관에서 사퇴한 이후 10년 만에 친정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돌아왔지만 결국 낙마했다. 또 10개월이 지난 후, 외환위기는 물론이고 2004년 카드대란의 책임자로 꼽히는 윤 장관이 뒤를 이었다. 이를 두고 경제위기의 주범이었던 이른바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 역시 두 사태의 책임선으로 구분되고 있다.

경제위기 타고 개발세대 '대약진'

시장은 민감했다. 새 경제팀에 대한 국민과 일부 언론의 기대 속에서도 윤증현 장관 취임 이후 환율은 상승세를 보여 2월 26일 현재 달러당 1500원대를 넘어섰다. 강 전 장관이 퇴임할 당시 1300원대에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이 정도면 "현 금융위기의 적임자를 뽑았다" "윤증현 경제팀은 드림팀"이라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내각 구성을 보면 "위기가 그들을 불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과거 재무부와 재경원 출신들이 장악한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물론이고 비경제부처와 청와대까지 옛 경제관료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정·관계 안팎에서는 "경제관료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 대표주자는 '제2기 경제팀'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여기에 퇴임과 동시에 다시 선임된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최근 무역협회 회장에 취임한 사공일 회장까지 더하면 모두 재무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다.

돌아온 경제관료 올드보이들의 약진은 경제부처뿐이 아니다. 온 나라가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할 첫 손가락으로 꼽고 있는 분위기에서 행정, 외교, 국방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에 걸쳐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는 것. 대통령과 독대하며 정책자문을 수행하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 맡아 '만수무강'이라는 세간의 평을 재확인했고, 최근 퇴임한 김동수 1차관은 수출입은행장으로, 배국환 재정부 제2차관은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공백 없이 자리를 옮겼다.

행시 15회의 장수만 전 조달청장이 국방부 차관으로 이직한 것도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장 차관은 한직으로 분류되는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 초대청장으로 내려가 있다가 조달청장으로 발탁된 뒤 다시 1년도 안 돼 차관으로 승진하는 진기록을 낳았다. 장 차관의 약진은 강만수 장관과 고교 동문이라는 인연과 지난해 초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이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앞서 주미대사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발탁된 것도 이채롭다.

이 같은 경제관료의 대거 약진을 두고 "관치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기에는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논리다.

'MB코드' 맞는 개발세대·친기업 인사

하지만 이들의 공통적인 추억은 상처뿐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장관의 바통을 이은 강 전 장관과 윤 장관은 서울대 법대 동기생으로 44년 지기인 두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한국 경제를 '말아먹은' 추억, 동병상련이 존재한다. IMF 외환위기 당시 각각 재정경제원 차관과 금융정책실장으로 있던 두 사람은 이후 환란 주범으로 몰려 무역협회와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 귀양 아닌 귀양을 떠나야 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MB가 강 장관에 이어 윤 장관을 중용한 것에 대해 아이러니라는 평가다. 윤 장관이 내정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윤 내정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핵심 책임자로 지적받은 인물"이라며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한 사람을 경제위기 극복의 책임자로 등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도 "2004∼2007년 개인 주택담보대출 및 기업대출의 급증으로 상징되는 원화 유동성 관리의 실패 당시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을 위기 극복의 책무를 안고 있는 경제팀의 수장으로 재기용하는 것은 한 편의 희극"이라고 비꼬았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올드보이들을 다시 불러모은 것일까? 이에 대해 컴백한 올드보이의 면면을 분석하면 답이 나온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강 전 장관과 이 대통령의 인연이야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서로 어려웠던 시절, 소망교회에서 만나 후일을 도모한 두 사람은 이후 권력이 눈앞에 보이자 본격적으로 'MB노믹스'를 만들어갔다. '와신상담'의 인연은 그에게 경제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겼고, 재정부 장관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기도 전에 대통령 직속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을 정도다.

이에 반해 윤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끈이 약하다. 윤진식 신임 경제수석이 대통령 선거 캠프에 있을 때부터 MB맨이었다면, 윤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상당히 늦은 편. 정가에 떠도는 말로는 2006년 서울시 주최 국제행사에 당시 윤 금감위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안 보고 참석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상당히 고마워했다고 한다.

"무협회장을 청와대가 선출하나"라는 일부 회원사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무협 수장에 오른 사공일 신임 회장은 강만수 전 장관과 함께 대표적인 'MB노믹스 전도사'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미국 뉴욕대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등을 지낸 경제학자로 5·6공화국 때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재무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1993년부터는 민간연구원인 세계경제연구원을 설립,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 등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 대통령과 사공 회장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KDI 수석연구원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밑그림을 그렸던 사공 회장은 현대건설에 몸담고 있던 이 대통령과 많은 교류를 나눴다. 둘은 사공 회장이 청와대, 재무부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은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선 경선으로까지 이어져 이 대통령의 경선 당시 선거 캠프에서 정책자문역으로 활동한 사공 회장은 이후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경제살리기특위 고문으로 영입돼 이 대통령에게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돌아온 올드보이들에겐 'MB코드'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강 전 장관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MB노믹스의 기반을 구축한 인물이다. 게다가 환율을 올려서라도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수출지상주의자이며, 그 중심을 대기업에 두는 '대기업 프렌들리'다.

윤 장관 역시 한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눈빛만 보면 안다. 소위 영혼으로, 마음으로 대화한다" "앵글이 맞으면, 프로끼리 몇 번 만나면 대화가 필요 없다"며 이 대통령과 경제 관점이 같음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금융감독위원장 재임 당시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과 달리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정책을 완화할 것을 꾸준히 주장해 청와대와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사공 회장 역시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특사 자격으로 다보스 포럼 등에 참석해 '7·4·7' 전략 등 현 정부의 경제 비전을 알리는 등 이 대통령의 '경제 멘토'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60~70년대 '개발성장'도 이들이 함께 공유한 추억이라는 분석이다.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수출로 국부를 창출하던 시기, 건설경기로 전국이 들썩이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올드 세대"라며 "수출이 성장으로까지 이어지는 시기가 지났음에도 MB의 경제팀은 여전히 수출 우선정책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70~80년대 개발세대와 90년대 이후 민주화세대 간 대립 구도이던 지난 대선 이후 경제 전반적인 분위기인 셈. 이명박 정권의 핵심정책 입안자들은 성장에 대한 추억과 자수성가형 성공의 향수를 공유하고, 이에 근거한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장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친기업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 장관은 금감위원장 시절 금산분리 완화 주장 외에도 금융지주회사법 규정을 바꿔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적용받지 않도록 했으며, 금산법을 편법 개정해 생명보험사의 상장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금산법 문제와 관련해 윤증현 내정자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사공일(70) 무협회장이 취임하고, 조석래(75)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손경식(71)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연임이 연달아 확정되면서 국내 3대 경제단체장 모두 나이가 '고희'를 넘어섰다. 이들이 임기를 마칠 쯤이면 70대 중반이나 후반까지 바라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와 재계가 60~70년대 개발경제의 추억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험은 많은데 뒤처진 '감각'은 어쩌랴

새 경제팀을 두고 올드보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 흐름, 특히 거스를 수 없는 거시경제에 대한 학습과 그에 따른 적용 여부"라는 지적 때문이다. 경제위기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해서 나타나고 있는데, 정책 당국은 'MB노믹스'에만 집착한 나머지 여전히 성장 숫자놀음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윤증현호'에 대한 기대는 일각에서 실날같이 존재한다. 정권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집권 2년차의 경제수장을 맡았지만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가 동반하는 현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증현식 해법과 색깔을 어떻게 드러내느냐다. 사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강 전 장관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정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바탕 위에서 전임자가 내놓은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한꺼번에 5%포인트나 뒤집어 내놓고,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부의 정직성을 강조하는 등 그의 행동엔 강 전 장관과 다른 컬러가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엔 '현실과 맞지도 않는 무리한 성장 중심 정책을 추진하다 시장에서 외면받은 1기 경제팀과 달리 가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새 경제팀의 정책 또한 1기팀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경제관료로 수십 년을 살아온 보수적인 사람에게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 현 정부의 코드 인사라면 MB노믹스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장관의 정책 역시 금산분리 완화는 물론이고, 원화와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예산 조기집행 등을 통해 재정의 경기대응 능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1기 경제팀과 같은 방향이다.

때문에 현 경제팀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많다.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기가 왔다고 금융전문가를 불러모으는 모양새인데, 지금은 금융위기가 아니라 실물경제위기에 금융위기가 복합적으로 오면서 커진 것"이라며 "금융위기는 세계적으로 풀 수 있지만 우리의 산업 구조는 누가 풀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힘이 필요한데 신뢰성 잃은 정부와 구시대 인물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대해 '올드보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를 끌고 갈 위치에 있는 사람 중 전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 수석연구원은 "전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을 받아들일 만한 사회적 여건이 되어 있지 않고, 그에게서 정책의 핸디캡을 지적하느라 바쁠 것"이라며 "쓸 수 있는 인재풀엔 엄격한 한계가 있으며, 그것이 현재 우리 경제의 문제"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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