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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학교-엄마도 자격증이 필요하다

by skyrider 2009. 3. 16.

“사교육 끊자” 엄마 3000명의 힘 [중앙일보]

교과부를 움직인 공교육 사랑방 ‘엄마학교’
학부모 지원 부서 만들고 재단·콜센터도 세우기로

“아이가 행복한지 살펴본 적이 있으세요?”

서울 계동 ‘엄마학교’에서 서형숙 교장(앞줄 가운데)이 ‘기쁜 엄마 과정’ 수업을 마친뒤 엄마들과 활짝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변영균·서 교장·박미경씨, 뒷줄 왼쪽부터 손은영·신혜숙·서현선·정효숙·김민아씨. [김태성 기자]
2006년 여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옆에 있는 ‘엄마학교’에서 박미경(40)씨는 서형숙(51) 교장의 질문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외동인 예훈(천안 천성중 1)이를 1등 만들려고 좋다는 학원은 다 보냈지만 마음은 헤아려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박씨는 아들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원에 떼밀었다. 레고·피아노·태권도·성악·미술·영어 학원 등 10곳이 넘었다. 월 100만원 이상을 썼다. 아이는 힘들어 했고 미소도 사라졌다.

마침 사교육에 지친 엄마들이 모이는 학교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주 수요일 천안에서 KTX를 타고 엄마학교를 찾았다. 두 자녀를 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 명문대에 보낸 서 교장의 ‘아이와 엄마가 행복하게 사는 법’ 강의는 박씨의 마음을 바꿨다.

“아이에게 학원을 선택하게 했어요. 독서·영어 두 개만 고르더군요. 처음엔 성적이 곤두박질했어요.”

그런데 예훈이는 쉬엄쉬엄 공부하는 법에 재미를 느꼈고 명랑해졌다. 6학년이 되자 1등을 했다.

엄마학교에는 박씨 같은 이가 3000여 명 다녀갔다. 대부분 초·중생 엄마다. 학교는 2006년 9월 서 교장이 “자녀 교육에 지친 엄마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자”는 뜻으로 만들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씩 4주 과정이다.

엄마들은 사교육 줄이기 과정을 담은 일기를 블로그에 올렸다. 자신들의 자녀부터 학원을 끊거나 줄이고 “학교를 믿어 보자”는 운동도 했다.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모임도 만들었다. 광주·대전·천안·여수 등 10여 곳에 ‘엄마학교 연구모임’이 조직된 것이다.

정부는 엄마학교의 활동에 주목한다. 교육정책 입안자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이곳을 다섯 번 방문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엄마학교를 사교육 끊기 운동의 모델로 발전시키고, 이런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기구를 만들자.” 교과부는 이달 말 ‘학생·학부모 지원과’를 신설한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교육 수요자 중심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학부모·기업이 출연하는 ‘학부모 재단’도 만든다. 300억~400억원 규모다. 학부모 콜센터와 지역센터도 가동할 예정이다. 서 교장은 “사교육에 지친 엄마들의 작은 노력이 일을 냈다”며 “순수한 운동이 공교육 살리기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순수한 풀뿌리 학부모 운동 … 정치적 오염 경계” [중앙일보]

서형숙 엄마학교 교장

서형숙(51) 교장이 자녀교육 강의를 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바른 먹거리 운동인 ‘한살림’ 운동을 20년 동안 하면서 만난 주부들은 사교육 없이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서씨를 부러워했다.

주부단체와 학교 등에서 강의 요청이 많았고, 서씨의 교육관은 엄마들에게도 퍼지기 시작했다. 서 교장은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율이 뚝 떨어지는 등 교육문제가 심각해져 엄마들을 만나 고민을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엄마학교의 성격이 뭔가.

“공식 학교가 아니다. 좋은 엄마 되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엄마들의 모임터다. 2006년 8월 폐옥이 된 서울 북촌 한옥을 빌려 자비로 고쳤다.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보람 있다. ‘좋은 엄마’ 과정을 마치고 난 엄마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 그리고 스스로 바뀌었다고 고백하는 ‘수행일기’를 보면 이 일을 멈추기 어렵다. 자원봉사 개념이다.”

-두 자녀를 사교육 없이 키운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다. 애들이 똑똑해 가능했던 일이라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꼴등을 했다. 공부를 못하는데 야단까지 맞으면 아이가 가여워서 꾹 참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아이를 살피고, 참고, 노력했다. 내가 하는 방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공교육으로만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정말 가능한가.

“유아기에 아이를 잘 키워 학교에 보내면 교사의 격려와 칭찬만으로 아이는 신이 난다. 선생님, 아이의 친구들, 동네 어른이 모두 아이의 선생님이자 엄마다. 가능하다.”

-정부가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이 다섯 번 방문했다. 청와대 수석 시절에 첫 번째, 수석에서 물러난 뒤 두 번째 찾아와 ‘학부모 운동’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엄마학교가 펼쳐갈 순수한 풀뿌리 학부모 운동이 특정 이념으로 물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원진 기자

“제철 음식처럼 교육도 선행학습보다 제때에”

게재일 : 2009년 03월 16일  [8면]      글자수 : 2544자

   기고자 : 이원진.이종찬.박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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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KTX를 타고 상경해 서울 계동 ‘엄마학교’를 찾은 ‘천안댁’ 박미경씨는 서형숙 교장과 같은 색동 비단 목도리 차림이었다.



“선생님, 또 따라했어요. 천안에 ‘엄마학교’ 분교 차릴까봐요. 선생님과 같은 옷 입었지, 꽃방석 사다 놨지, 친구에게 홍보하지….”



“천안댁은 명함도 못 내밀어요. 지난해 여름 다녀간 ‘모스크바댁’ ‘홍콩댁’ ‘상하이댁’도 같은 얘기를 하던 걸요. 호호호~.”




14일 서울 계동 ‘엄마학교’에서 엄마들이 꽃방석에 앉아 서형숙 교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는 매주 화·수·토요일에 열린다. [박종근 기자]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한옥 문살 사이로 퍼졌다. ‘엄마학교’는 올해 9월 세 살이 된다. 자녀를 공교육에서 키워내 ‘밥 짓는 것처럼 엄마 되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2006년 9월 문을 열었다.



그간 국내외 3000여 명이 ‘엄마 자격증(수료증)’을 따갔다. 백남정(경기도 부천)씨는 “ 윷놀이하고 십자수 뜨고 고사성어를 배우면서 ‘좋은 엄마’를 넘어 ‘좋은 사람’이 돼 간다”고 말했다. 교사 엄마 100여 명도 다녀갔다. 손은영(29·인천 인주초) 교사는 “아이들이 잘못하면 화부터 났는데 엄마 마음으로 가르치면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사교육 다이어트’=광고 한번 안 하고도 엄마학교가 인기를 끈 것은 15만 명이 읽은 블로그의 ‘수행일기’ 덕분이다. 삶의 체험이 녹아 있는 육아 정보가 엄마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주부 김민아(35)씨는 “겉으론 ‘교육 열풍에 휘둘리지 않고 내 아이가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초조했었다”며 “붙잡고 있던 불안과 욕심의 끈을 놓으니 아이가 행복해하는 것 같다”는 일기를 썼다. 수행일기를 읽은 한국 엄마뿐 아니라 모스크바·홍콩·뉴욕·도쿄 등에 사는 주부들도 방학을 이용해 방문했다. 지난해 봄에는 일본인 주부 5명이 방문한 뒤 직접 책 『엄마학교』를 일본어로 번역해 출간했다. 이 책은 대만어로도 번역돼 한국의 중국동포 육아 도우미들도 읽고 있다.



변영균(49·서울 서초동)씨는 엄마학교를 다니며 ‘사교육 다이어트’를 했다. 지난해 고교생 딸과 중학생 아들에게 시키던 400만원어치의 사교육을 절반으로 줄였다. 변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학원 숙제를 왜 안 하느냐며 전쟁을 치러온 삶이 후회된다”고 했다. 아이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여주니 학급 회장도 맡고 성적이 올랐다는 것이다. 변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줄여줬으면 돈도 아끼고 아이들도 좋아했을 것”이라며 “다른 엄마에게 이 마법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재현(경기도 파주 통일초 5)의 엄마 윤희진씨는 “아들이 음악을 좋아해 기타 학원만 보내는데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공연할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윤씨는 “아이가 방과 후 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배웠는데 재미있어 한다”며 “엄마학교의 취지를 따르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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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살리기 작은 힘 될까=서 교장은 음식도 제철이 좋듯이 아이들에게 선행학습 없이 ‘적기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마학교 커리큘럼은 다정한 엄마 되기→영리한 엄마 되기→대범한 엄마 되기→행복한 엄마 되기 4단계다. 다정하게 아이를 살피고, 영리하게 아이와 흥정하고, 대범하게 아이를 좀 내버려 둔다면 결국 행복하게 아이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사교육을 줄이고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삶을 살게 한다는 것이다.



엄마학교의 교육법은 ‘마음’이 중심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두 팔을 벌려 안아주고 웃는 낯으로 살피고, 영리한 엄마는 아이를 자립시킨다는 설명이다. 아이에게 ‘수업시간에 집중해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라’고만 주문하는 것도 중요하다. 엄마들은 오후 9시까지만 자녀를 도와주라고 가르친다. 숙제와 준비물은 스스로 챙기게 하고 꼭 필요한 것만 지원해주라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사교육을 줄이고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모두에게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서 교장은 “서울 부유층을 중심으로 ‘안티팬’이 많다”고 했다. 사교육을 끊고 학교 공부에만 의존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고, 아이도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중앙대 강태중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들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지만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구조적인 틀을 깨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을 줄이고 자율학습으로 좋은 학업 성취도를 낸 사례가 많이 나오면 엄마들의 작은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진·이종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려면… 엄마의 욕심을 버려야 해요

본문

엄마의 욕심을 버려야 해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려면…
          ‘엄마 학교’ 운영하는 서형숙씨의 자녀교육법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빨리 걸었으면, 빨리 말했으면, 영어를 잘했으면, 옆집 아이보다 좀 더 공부를 잘했으면…. 서울 계동에서 ‘엄마학교’를 운영하는 서형숙(49)씨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려면 엄마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자녀를 연세대 사회과학부에 보낸 서씨로부터 엄마와 아이가 모두 행복해지는 교육법을 들어봤다.

◆재촉하지 않는 ‘3년 프로젝트’ 세워 교육

서씨는 아이의 부족한 점을 당장 뜯어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첫째인 태경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너무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듣고 서씨는 ‘3년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아이가 무슨 말을 하면 등 뒤로 듣던 버릇을 없애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가족들 앞에 바로 서서 큰 목소리로 말하게 시키고, TV 옆에서 발표하듯 말하게도 시켰다. 아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3년 후 달라질 아이가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하며 화내지 않았다. 엄마의 바람대로 2학년 때는 좀 더 큰 소리로 발표하게 됐고, 4학년에는 반장을 맡았다. 고 1때는 여의도 광장에서 세계청소년축제 개막선언을 하는 학생이 됐다. 둘째 홍원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첫 수학시험에서 50점을 맞았다. 엄마보다 더 실망한 아이에게 서씨는 “지금은 50점이지만 내년에 하나 더 맞고, 또 내년에 하나 더 맞으면 중학교에 가서는 100점이 될 거야”라고 위로했다. 시험을 본 날에는 일단 푹 쉬게 한 뒤 나중에 같이 시험지를 보며 틀린 문제를 풀었다. 서씨는 “아이는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것임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서울 계동에서 ‘엄마학교’를 운영하는 서형숙씨 /사진=조영회 기자 remnant@chosun.com

◆욕심을 버리는 훈련해야

서씨는 ‘다정한 엄마’를 목표로 했다. 친정어머니가 아침에 소리쳐서 깨우는 것이 싫었기에 서씨는 귓속말로 아이들을 깨웠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때는 반드시 집에서 맞이하려고 노력했고, 그렇지 못할 때는 집안 여기저기에 쪽지를 붙여 놓았다. 책상에는 “왜, 벌써 공부하려고? 좀 더 놀아도 돼”라는 메모를 남겨 아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서씨는 아이들의 선택을 최대한 믿고 존중했다. 고3이던 태경이를 보름 넘게 태국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에 보낸 것도 그런 믿음에서다. 고3 수험생을 외국으로 보내기가 걱정스러웠지만, 꼭 가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말하는 딸의 모습에 마음을 바꿨다.



◆사교육은 아이에게 꼭 필요할 때만 시켜라

서씨는 서울 강남에 살면서도 선행학습 한 번 시키지 않았다. 꼭 필요할 때 배우는 ‘적기 교육’이 가장 좋다고 여겼다. 두 아이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선생님들에게 사랑받는 학생이 됐다. 그만큼 수업을 집중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사교육의 힘을 빌렸다. 첫째 태경이는 중학교 3년 내내 수학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과외를 한 번 해보자는 엄마의 권유를 거절했다. 서씨는 고1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한 번 아이를 설득해 과외를 받게 했다. 이때 받은 과외는 효과 만점이었다. 아이가 몇 년 동안 혼자서 갖은 노력을 해온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무작정 다른 사람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력 : 2007.11.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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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학교 서형숙님의 글입니다

불안해하고 휘둘리는 엄마.


다른 아이가 내 아이보다 신체적, 지적으로 더 발달한 것 같아 불안해요. 게다가 주변의 교육환경은 이것저것 마구 시키는 게 대세인데, 여기에 휘둘리지 않고 줏대 있게 키우려고 결심했는데 쉽지가 않아요. 주변에서 “OO는 미술에 소질 있는 것 같아, 학원 보내봐”라며 권하기도 하고 아이 친구들은 거의 영어유치원에 가거나 문화센터 운동학원에 다니니 저도 휘둘리게 돼요.

 

이번 고민은 선문답으로 풀어볼까 한다. 이 문제는 아주 간단한 문제다. 남들이 주는 정보를 고맙게 생각하면 잘 받아 활용하면 된다. 바른 정보가 아니다 싶고 남에게 휘둘린다싶으면 그러지 않으면 된다. 알긴 하는데 그것 행하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면 그렇게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살면 된다. 어떤 엄마가 그런다. “선생님 저는 귀가 얇아서 남 말에 아주 잘 휘둘려요.” 제 생각이 고래심줄 같이 굵은 사람은 나쁜 말도 잘 안 듣지만 좋은 말 역시 잘 안 듣는다. 귀 얇은 사람은 그대로의 장점이 있다. 좋은 말도 잘 듣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걸 장점으로 이끌까? 얇은 귀는 그대로 두고 판단력을 훌륭히 기르면 된다.

 

  걱정은 접어라.

  엄마들은 기회만 있으면 제 때다 하고 걱정을 하고 불안해하며 화를 낸다. 나 역시 불안해하고 걱정을 하고 아이에게 화를 냈었다. 잘 기르고 싶은 욕심과 잘못 기를까봐 두려워서였다. 누구나 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아이들이 성공하길 바라고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 저마다 교육열로 무한 질주를 하니 그 가운데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 불안을 놓아야 엄마도 편하고 아이도 편하다. 걱정으로 불안하지 않으니 화내지 않게 되었다.

  잘 생각해 보았다. 이 불안과 걱정이 아이에게나 내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인생에서 걱정하는 기간이 3년 8개월이란 보고도 있다. 그 아까운 시간을 걱정으로 보낸다. 어이가 없다. 걱정이 저금처럼 모아져 재산으로 쓸 수 있다면 하겠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하겠다. 그런데 아니다. 아이에게 찌푸린 엄마 얼굴만 보여준다. 내 인상만 나빠진다. 해서 쓸 데 없는 걱정을 놓았다. 처음엔 안 되지만 자꾸 노력하니 어느 날부터인가 사소한 걱정을 하지 않는 대범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모범을 찾아라.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보아라. 다 똑똑한 엄마들인데 두려운 나머지 뻔히 보이는 것을 놓치고 있다. 제 삶을 잘 살아 본보기가 된 사람에게 조언을 들어라. 무슨 공부를 해야 하고 무슨 학원을 보내야하며 어떤 운동을 시켜야 한다고 제안하는 이들의 삶이 그리 온전한가? 아니더라. 그러면 따르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삶은 지옥도를 연상시키고 ‘끔찍해, 끔찍해’를 연발하는 사람들의 생활이 뭐 그리 달콤해서 따라하는가. 당장 몇 푼 되지 않는 작은 결과물을 보며 감탄할 일이 아니다. 총체적으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내 한 평생 그리 살았으면 하는 삶이 진짜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좋은, 그런 모범을 골라 배우고 따르면 함께 행복해진다.

  비근한 예로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도 않은 결혼 생활을 하며 결혼은 삶의 지옥이라 입에 달고 살면서 남에게 조언하는 이들이 있다. 결혼은 초에 기선을 잡아야한다고. 남편 길을 잘 들여야 한다고도 호기 있게 가르친다. 그런 어리석은 이에게 생각 없는 조언을 구하고 듣고 따르니 결혼 생활이 행복할 리 만무하다. 아니다. 결혼이란 서로에게 사랑을 보여주라는 제도이다. 우리는 배우자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내가 이만큼 당신을 사랑한다고 몸으로 말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 남편이 행복할까?’ 생각하고 그대로 행했다. 어떤 이는 우리 부부가 사는 모습을 보며 부럽다며 그런다. 당신만큼 결혼을 잘 할 자신이 없어서 결혼을 안 한다고. 난 결혼을 잘 한 것이 아니라 결혼생활을 잘 했다. 보기에도 좋고 자신의 행동에 ‘희망’을 보태 말하는 이들을 따라야 할 것이다.

 

  육아, 여유롭게 즐겨라.

  아이가 입학 전 아이라면 뭐 하나 즐길 정도의 것을 배우면 충분하다. 하나에 흥미가 있으면 다른 것도 재미있어한다.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하는 것이다. 재능은 보통 딱히 찾아주지 않아도 아이가 찾아낸다. 혼자 찾는 아이는 조금 늦을 뿐이다. 대신 그간 여유를 누렸다. 비용도 쓰지 않았다. 여유롭게 여러 가지 관심을 가졌기에 차라리 다양한 바탕학습이 된다. 우리 작은 아이처럼 학교 적응도 못하고 엄마 치마만 붙들고 다녀도 두었다. 그 가운데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며 살았다. 늘 웃고 지내더니 뭐든 기쁘게 해내더라.

  8개월짜리 아기를 오감발달 놀이를 시킨다며 문화센터에 끌고 다니는 엄마들이 더러 있다. 폐 낙하산을 잡아당겨 흔드는데 옆 집 아이보다 우리 아이가 활기차지 않다고 성화다. 옆집 아이와 비교하지 마라. 비교하려거든 본인이나 비교해라. 20-30대에 국제변호사, 박사도 수두룩하다. 좀 늦되는 아이도 있다. 다 다른 재주를 갖고 태어난다. 지금은 꽃봉오리에 지나지 않는다. 뜰에 꽃을 빨리 보려 꽃봉오리 껍질을 벗겨줬더니 잘 피지도 못하고 겨우 피어도 상처가 있더라. 어린 아기가 시간 맞춰 일어나야하고 불결한 곳에 가서 여러 병약한 아이들과 어울려 좋을 게 없다. 그리도 그걸 가르치고 싶다면 집에 있는 색색보자기를 깨끗하게 빨아 아이 머리 위에 얹어주면 된다. 아이가 팔을 올려 제칠 것이고 오감발달 놀이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더 깨끗하고 여유롭다. 비교할 일도 없어 맘 상할 일도 없다.

  우리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흥미가 있고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 미리 발달시켜주려 조바심내지 않아 느긋하게 그냥 두어야 찾아도 제대로 꽃 피운다. 내 친구 하나는 늦둥이 아들을 두었다. 부부가 일을 하니 아이는 학교 공부만 끝내면 오랜 시간 여유롭게 놀았다. 고학년이 되자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수업을 듣게 했다. 일명 ‘아트’반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고전무용을 배웠고 제 길을 찾게 되었다. 수년 간 엄마와 아이의 인생도 없었고 아빠도 돈 대느라 분주했던 다른 집과도 다르다. 본인이 좀 자라서 선택했기에 일부러 어린나이에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든 아이들보다 창의력이 앞서고 흥미가 더 하다. 아니어도 일상에서 여유롭게 누린 것들이 바탕이 되어 일생이 즐겁다.

  내 아이가 뒤쳐지는 게 두려워 안달인데 그도 놓아라. 부족한 게 나타나면 그 때 봐주면 된다. 우리 큰 아이는 발표력이 부족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담임선생님께서 아이가 발표만 시키면 모깃소리를 낸다고 하셨다. 선생님께 ‘학교에서 말하기듣기 배우니 잘 부탁한다, 저도 집중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이에겐 알리지 않았다. “너 발표력 없어서 큰 일 났대.”라 말하는 순간 아이는 일어설 힘을 잃는다. 아이는 위축되지 않고 아무 일 없는 듯 밝게 자라야 한다. 그 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3년짜리 프로젝트다.’ 가정에서 그런 계획 잡는다고 세금 내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칭찬하며 다른 때보다 아이 말에 더욱 집중해 들었다. 차차 좀 더 큰 소리로 말해보게도 똑바로 서서 말 해보게도 아빠와 동생 앞에서 발표하게도 했다. 발표를 시켜 잘 못해도 나는 화나지 않았다. 왜냐? 3년 뒤에 좋아질 아이가 내 앞에 있는데 왜 화가 나나. 다음해에도 발표력 부족이란 소리를 들었으나 3학년이 되어서는 곧잘 했고 4학년에는 학급임원이 되었고 중학생 때는 전교회장 선거에 나갔다. 고교1학년 때,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제 개막선언을 하게 이르렀다.

 

   엄마 마음이 여유로워야 아이를 여유롭게 잘 대할 수 있다.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며 아이를 길러야 한다. 그렇게 아이를 기르다보면 기르는 동안 엄마가 큰다. 아이를 키우는 줄 아는데 아이가 엄마를 키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