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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자료창고

본청 특수조사팀이 시골의 작은 기업의 세무조사를 왜 수개월씩이나 했나?

by skyrider 2009. 5. 25.

촛불에 덴 정권 ‘반전 카드’ 세무조사 의혹
노 전대통령과 20년지기 박연차 회장 업체 표적삼아
유임 노린 국세청장, 세무조사 과정 대통령에 직보
경남 김해소재 기업체 서울청서 원정조사 ‘입방아’도
한겨레

» 구속집행정지로 잠시 풀려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24일 오전 동생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마을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첫 단추는 태광실업 등 박연차 회장이 거느린 사업체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 채워졌다. 국세청과 검찰로 이어지는 권력의 2대 사정기관이 차례로 주연 노릇을 맡은 셈이다. 무엇보다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 진영을 압박하는 첫번째 주자로 나선 데는 정권 실세와 국세청 수뇌부간의 이해관계가 교묘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촛불을 꺼라’-‘충성 맹세’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 쪽을 향해 본격적으로 칼을 겨눈 것은 지난해 7월30일 국세청이 태광실업 등 박연차 회장 계열사에 대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때부터다. 이 때는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촉발된 이른바 ‘촛불사태’로 이명박 정부가 심각한 위기에 맞닥뜨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무렵이다.

겨우 집권 몇달째를 맞는 정권의 입장에선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되찾을 강력한 ‘반전 카드’가 필요했을 법하다. 국세청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와 태광실업의 휴켐스 주식 매입 등을 둘러싸고 2005~2006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박 회장의 비리 혐의에 뒤늦게 적극적으로 매달린 것도 이런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한상률 국세청장을 불러 촛불시위에 대한 문제, 그리고 한나라당 친박 의원들의 정치자금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박연차 회장의 관계 회사를 세무조사하라고 했다”며, 세무조사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 태광실업 관련 세무조사 주요 일지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행보도 새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임명돼 새 정부에서 유임을 노리던 한상률 당시 청장으로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회심의 카드가 절실했던 탓이다.

한 청장은 지난해 8월 노 전 대통령 쪽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태광실업 세무조사 진행상황을 이 대통령에게 직보해 후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한 관계자는 “한번은 한 청장이 김앤장 세무조사에 들어가면 이회창의 대선자금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에게 얘기를 하고 돌아다닌 적이 있다”며, 한 청장을 일러 자리를 굳히는 데 도움이될만한 일은 서슴치 않는 ‘모사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 전 청장은 그 뒤 지난해 연말 경북 경주시에서 한나라당 의원 및 포항지역 기업인 등과 골프를 치고 대구에서 전·현직 포항지역 향우회장 등 권력 실세 주변 인사들에 줄을 대려 애쓴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 정치논리 타는 국세청 국세청의 세무조사 ‘진행과정’에서도 정치적 배경의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실제로 경남 김해에 위치한 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맡은 조직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다.

관할 기관인 부산지방국세청을 놔두고 일종의 ‘원정’ 조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청 조사4국은 심층·기획 세무조사만을 담당하는 특수조직으로, 사실상 국세청장의 하명수사를 전담하는 직할부대로 꼽힌다.

기업들한테‘저승사자’로 통하는 서울청 조사4국이, 매출 3천억원대 기업을 그것도 무려 4개월동안 먼지털이식 조사를 한 것을 두고, 국세청 내부에서 ‘표적 조사’ 의혹을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다.

 

국세청 출신의 한 인사는 “그간 서울청 조사 4국이 처리한 대표적인 사건이 2007년 3월의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지난해 9월의 공군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상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김해 소재의 중견기업을 상대로 국세청이 특별 세무조사까지 벌여야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 배경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