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영권 관련 대법원 판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삼성 재판 아직 안 끝났는데 언론이 앞서 “종지부”

“주주배정은 되고 3자배정은 안 되고” 논리모순에 침묵… 상속 절세 가이드까지

2009년 06월 03일 (수) 14:36:33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10년을 끌어왔던 삼성에버랜드 사건이 일단락 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부분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그런데 언론은 대부분 무죄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다. 논란의 핵심은 주주배정과 3자배정의 차이다. 둘다 헐값 발행이 논란이 됐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주주배정을 했다가 주주들이 모두 청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에게 넘어간 경우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애초에 3자배정 방식으로 특혜를 준 경우다. 법원은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3자배정을 했다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봐야한다”면서 “손해 규모를 다시 산정하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손해 규모가 50억 원이 넘을 경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배임 혐의를 적용해 유죄 판결이 불가피하지만 1심과 2심에서처럼 50억 원 미만이 되면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 결국 손해 규모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인데 상당수 언론은 이 전 회장이 모든 혐의를 벗어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언론이 먼저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다. 일부 언론은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 종지부(서울신문)”라거나 “삼성 경영권 승계는 합법(한국경제)” 등의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주주배정은 헐값이라도 문제가 안 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지만 일부 경제지들은 아예 질문을 생략했다. 매일경제는 법원의 논리를 인용해 “계열사 스스로 실권 처리… 그룹 지시 없었다”라는 제목을 내걸었지만 기사에서는 “무늬만 주주배정이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을 간단히 다시 정리하면 헐값 발행이더라도 많든 적든 회사에 돈이 들어왔기 때문에 회사에는 손해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기존 주주들인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청약 포기를 스스로 결정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지만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언론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법원이 과거 판례를 의식해 삼성SDS의 경우에만 유죄를 인정한 것도 논리적인 모순인데 역시 이를 지적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김명희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대법원의 판결은 에버랜드는 주주배정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삼성SDS는 3자 배정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논리인데 어차피 주주들이 실권을 하기로 약속이 된 상태였다면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죄면 둘 다 유죄, 무죄면 둘 다 무죄가 돼야 하는데 법원이 애초에 무죄를 전제로 하고 꿰맞추기 판결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었지만 언론 보도는 법원의 논리적 모순을 파고들기보다는 논란을 덮고 가려는 인상을 준다. 헤럴드경제는 “절세형 상속·증여 유형 자리잡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부담해야 했던 막대한 증여·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삼성SDS BW의 경우처럼 눈에 띄는 저가발행은 주의해야 한다”고 친절한 요령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초입력 : 2009-06-03 14:36:33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