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존재가 국민에겐 고통이라면 진퇴 판단해야"
[오체투지 124일째] 임진각 망배단 도착 후 회향…시국선언문 발표해
기사입력 2009-06-07 오전 11:32:42
오체투지 순례단 124일째인 6일, 두 번째 목적지인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했다. 1차 오체투지 순례는 2008년 9월 4일 지리산 성삼재 노고단 하악단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26일 계룡산 중악단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2009년 3월 28일 계룡산 중악단에서 다시 시작된 2차 오체투지는 임진각 망배단이 목적지였다.
1,2차 오체투지 순례동안 휴식을 취한 날을 제외하고 총 124일의 여정을 거쳤다. 하루 약 4km씩 자벌레처럼 기어서 총 400여km를 지나왔다. 순례에 참여한 참가자는 하루 평균 50여명, 출발 행사에 참여한 인원까지 포함한다면 1만 여명이 동참했다.
▲ 최종 도착지인 임진각 망배령에 도착한 후 서로 껴앉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세 명의 성직자들. ⓒ프레시안 |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한 오체투지 순례단 진행팀은 한 곳에 모여 그간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도 잠시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오체투지 명호 진행팀장은 "124일간의 기억이 우리 스스로에게 새로운 지표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함께 고생해온 진행팀 관계자를 독려했다.
힘들게 기어온 124일, 하지만 도리어 민주주의는 후퇴해
순례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북핵 실험과 그에 따른 한국 정부의 PSI 전면 참여 발표…. 생명과 평화를 위해 힘들게 1000리 길을 기어온 순례단으로선 답답한 현실이다.
이날 불교환경연대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주최하고 임진각 망배단에서 진행된 '오체투지순례 임진각 위령제 및 회향 행사'에서 발표된 오체투지 순례단 시국선언문에는 현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이 내포돼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그동안 우리 순례단은 생명과 평화는 고사하고 독선과 오만으로 점철된 소통 부재의 시대, 역주행의 한반도를 가로지르며 '용산 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순명' 등 참으로 천인공노할만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로인해 날마다 온몸에서 쏟아지는 피땀과 피눈물보다 더한 절망과 슬픔, 분노의 정신적 고통에 몸서리를 쳐야만 했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이는 우리 모두의 잘못도 잘못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막가파식 소통 불능의 정치를 아무런 반성도 없이 자행하는 이명박 정권의 치명적인 업보"라며 "결국 처음 오체투지를 시작할 당시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욱 거세되고 세상사는 더욱 험악해졌다"고 자평했다.
이들은 아직까지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용산 참사 유가족들,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철거, 미디어 '악법', 5대강 정비 사업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 임진각 망배령 회향 행사에 참석한 용산 참사 유가족들. 문규현 신부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프레시안 |
순례단은 특히 남북 문제를 언급하며 "지금처럼 대화조차 없는 일측즉발의 민족 대결 구도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민족 공동번영의 길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것들도 준엄한 역사적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진리를 거부하는 권력은 스스로 진퇴 판단해야"
이들은 현재의 총체적인 사회 위기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순례단은 "한반도 긴장상태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북 정책 전환, 불행한 사회적 죽음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공개 사과, 내각 총사퇴를 바탕으로 국정 운영의 근본적 쇄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미디어 악법과 본질적으로 한반도 운하 사업인 5대강 하천정비 사업의 포기 등이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으리라 순례단은 예상했다. 이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단순명쾌한 진리를 거부하는 권력의 모습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이들은 "만일 권력의 존재 자체가 분열의 원인이라 한다면, 100번 넘는 대국민 사과가 오히려 국민에게는 1000일이 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면, 차라리 권력 스스로 진퇴를 엄중히 판단하는 것이 역사와 민족을 위한 길임을 고통스럽게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주장했다.
한편 오체투지 최종 목적지인 묘향산 상악단으로 가는 길은 잠시 보류됐다. 북한 측에서 지난 5월 말 오체투지 순례단 27명에게 방북 초청장을 보냈지만 통일부에서는 순례단의 방북 허가 결정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호 진행팀장은 "6월 1일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했지만 통일부에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은 남북 긴장 상황에서 평화를 위한 민간교류협력의 적극적 확대가 필요하며 순례단이 이를 위한 작은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통일부의 긍정적인 답변을 희망했다.
▲ 합동 위령제 및 회향 행사에서 진혼부를 추고 있는 한국무용가 춤꾼 김미선 씨. ⓒ프레시안 |
▲ 임진각으로 가고 있는 오체투지 순례단. ⓒ프레시안 |
▲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회향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세 명의 성직자들. ⓒ프레시안 |
▲ 오체투지에 참석한 어른과 아이. ⓒ프레시안 |
▲ 이날 행사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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