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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스크랩] 슬픈 강, 슬픈 양수리

by skyrider 2010. 3. 10.

"강은 강이요, 산은 산이다"라고 어느 스님이 말할때,

이 말은 변증의 과정을 거친 인식의 한 표현방식으로 추정(^^)된다..

이때 산과 강은 서로 고립되어 적막하니 언필칭, 죽은 강이고 죽은 산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산(흙)은 강(물)과 떼어낼수 없으며, 강은 산에서 분리될 수 없다.

흙은 물을 만나야하고, 물은 흙속에 스며야 생명이 가능하다.

흙과 유리된 강은 마침내 생명을 잃고만다.

 

머나먼 산에서 발원한 강은 주변의 땅과 뒤섞이며 이리저리 휘돌아 팔당에 당도하는데

강이 지나는 내내 땅과 물은 확실한 경계없이 서로 살을 섞으며 내려간다.

그러나, 팔당을 지나자마자 견고한 제방과 그 제방에 덛씌운 콘크리트블록이 이 둘을 매몰차게 갈라놓기 시작한다.

제방 이쪽에 땅이 있고

제방 저쪽에 강이 흐르니

이 둘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서로의 품을 파고들 수 없고 

생명을 낳지 못한다..

 

제방과 제방 사이에 갇혀흐르는 물은 비틀비틀 기신기신 겨우겨우 대도시를 지나는데

이는 이미 생명의 맥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다만 수로에 불과하다.

가장자리에서라도 땅과 살을 섞지 못하는  물은 도시의 온갖 오물과 구정물만을 감싸안고 하류로 흘러

서해에 이르러 드디어 그 치욕스런 명을 다한다. 행주와 김포를 지나 서해로 흩어져 사라져가는 한강의

죽음은 아...고통스럽다..

 

 

2010년 겨울, 양수리....

양수리는 아직은 사정이 그러하지 않다. 비록 팔당댐에 갇혀버린 강은 강의 본모습을 잃긴하였으나

주변의 땅과 분리되지 않아 그 경계가 들쑥날쑥 자연스럽다. 여기저기 갈대숲사이로 늪이 있어

물고기들이 무성한 수초에 은폐.엄폐하면서 후손을 생산한다.

가물치의 힘찬 몸짓에 화들짝 놀란 새들이 날아오르고, 갈대사이로 고라니가 짝을 찾아 뛰어가는 광경은

물과 흙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생명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생명속에서 물과 흙은  서로 스민다.

 

 

< 개발지로 지목된 두물머리...(파랑새형 사진)>

 

그래서, 비행하면서 내려다 보는 양수리일대의 풍광은 늘 안온하고 풍요롭고 정겹다.

성수대교나 동호대교쯤의 상공을 비행한다고 생각하면 곧은 직선제방의 날카로움과 경직성에 아주 질려버릴 터이지만

 인공제방이 없음으로하여   땅과 직접 만나는 양수리의 한강은  팔당아래쪽의 한강과 아주 다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라는 괴물이 느닷없이 출몰하여 양수리의 강에서 생명을 위협하고있다.

남양주의 송촌리, 진중리와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그리고 두물머리 일대가 개발지로 선정되어

삽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슾지가 파괴될 것이고  물과 흙의 경계는 튼실한 제방으로 확실하고 견고하게 구획,구분될 것이며

유기농단지는 일거에 제거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엔 생뚱맞은 테마파크와 체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수초와 갈대들이 뿌리내리고있는 강바닥은 준설될 것이고 그곳에 레저 관광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수십년간 개발제한의 파수꾼으로 자임하였으나  어느날 갑자기  수변지역 개발주체로

변신하게 되었다. 공사는 8조원을 부담해야하고 그 댓가로 4대강 개발사업권을 갖게된다.

수자원공사는 이제 개발회사가 되는것이다. 비유컨데, 중고교 학생생활지도부에서 교내술담배판매촉진사업을

겸하는 것에 비견된다 할것이다. 더욱이 수공이 매출이 아니라 순익 8조를 벌어 갚으려면 전국토의 강에 엄청난

개발의 깃발을 꼿아야 할 것은 명백하다. 난개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기에 기인한다. 

 

게다가  한창 진행중인 낙동강유역 사업지에서 퍼올린 준설토가 산처럼 쌓여 주변경관을 해치는 문제를 지적하자

국토해양청은  이렇게 말하고있다.(참조:한겨레기사 개인블로그 재인용 링크)

 

 "토사 더미의 적치로 인해, 기존에 형성된 수평적인 농촌경관에서 입체감있고 수직적인 인공경관을 형성할 것으로 판단된다" ...

이 말은 강바닥에서 퍼올린 모래와 돌을 쌓아놓으면 농촌도 도시처럼 수직적 구조물을 형성할 수 있어 경관이 좋아진다는

뜻일 터인데   이것은 개그콘서트의 풍자개그가 아닌 4대강사업의 현실이다. 그야말로 개수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몇년후 우리국토의 모습은  상상하기 두렵다. 건설업체는 말할 필요도 없고 관리감독 공무원과

수공의 입장이 저러하니 도데체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카페 "모르진" 앞에서 본 신복천>

 

유명산계곡에서 착륙장을 지나 모르진앞을 경유하여 한강으로 흘러드는 신복천이 이미 작년부터 정비되고있음을

유명산을 드나드는 패러인들은 알것이다. 강바닥은 사그리 파헤쳐지고 뒤집어지고 구불구불 흐르는 물줄기는 직선화 되었으며

제방은 견고하고 높아졌다. 지금 이순간에도 포크레인의 바가지는 강바닥에서 바쁘게 바닥을 벅벅 긁어대고 있다.

그곳을 터전삼던 어류를 비롯한 생명들은 이미 씨가 말랐음은 잔소리에 불과하다.  

 

2010년 1월22일,  국가하천의 하천구역 경계에서 양쪽 2㎞ 이내 지역에 주거·관광·레저 등의 시설을 조성할 수 있는

일명 4대강 특별법안이 발의되었다. 주내용은 수십가지의 수변개발을 억제하는 견고한 현행법을 일시에 무력화하는

특별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수자원공사의 개발사업자 선정권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4대강사업의 걸림돌을 한큐에

제거하는 무소불위의 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법안은 세종시문제과 김연아열풍에 파뭍혀 관심도 끌지 못하고있다.

 

2010년 2월 24일 4대강개발예정지인 송촌리에서는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등 11명이 연행됐다.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죄가 그들의 연행이유였다.

 

 각설하고,

양수리는 이제 4대강정비사업이라는 정부시책에 힘입어 테마파크가 찬란한 빛을 발하는 한강변 최대의 위락관광지가 될 것이다.

양수리에 한강은 이제 없다. 양수리의 한강은 다만 위락시설들 틈바구니에 초라하게 널부러진 장식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보이는 양수리의 물안개와 갈대와 새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새삼 소중하고 또 슬프다.

1973년 팔당댐이 강을 가로막자  옛 양수리와 양수리사람들은 수몰되었고, 산 위쪽으로 쫒겨 올라온 오늘날의 양수리와 그 사람들은머지않아 일부는 떠나고 일부는 남아  멈춘 강과 휘황찬란한 위락시설의 조명아래서 신음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2010년 3월부터 팔당지역 정비사업에 본격착수, 가속하기로 하였다.

 

 

아아..

슬픈 양수리, 슬픈 두물머리여~~~~

 

 

출처 : 하늘산파라클럽
글쓴이 : 우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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