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행·오행운 PD 과거 보도 돌아보니
media M | 2010/06/05 00:30 | 방짜
폭거다.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과 오행운 <PD수첩> 피디가 잘렸다. 불법 파업을 주도했단다. 다른 한 사람은 더 기막히다.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란다. 참으로 시답지 않은 이유다.
언제나 그랬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해고 이유는 업무 수행 방해였다. 사내 근무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것이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 양승동 PD의 파면사유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인 대학살 때, 동아투위 기자들이 거리로 내쫓길 때도 시답지 않은 이유였다.
이들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한결같이 권력을 치열하게 비판했던 언론인들이었다는 점이다. 허니 권력의 언론장악에 그만큼 깨어 있었고, 또 그러니 투쟁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바로 그들의 '원죄'였다. 이근행·오행운 피디도 마찬가지다. 우선 이근행 피디부터 돌아보자.
이근행 피디의 김재철 사장 퇴진 요구 단식농성 Photo 오마이뉴스 유성호
2003년 초 벽두부터 <PD수첩>이 작심하고 핵심권력기관을 두루 '조진'적이 있다. 청와대, 검찰, 국정원, 국회를 각각 해부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때 2부에서 이근행 피디는 '검찰'편을 맡아 검찰 인사권 독립과 검사 동일체 원리 등 극히 예민한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종교권력과도 거침없이 맞섰다. 2003년 종교단체 살인사건. 여타 언론사가 종교인이 '무서워' 해당 단체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상황에서 <PD수첩> '너희가 생명수를 아느냐'편을 통해 대순진리성도회를 특정했다. 2007년 역시 <PD수첩>을 통해 '위기의 조계종'을 도마에 올린 것도 이 피디였다.
말만 앞세우지도 않았다.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1차 선언에 동참한 언론인 171명, 역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위험한 현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중동에 있었고, 2006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 현장에도 그는 있었다.
그렇다고 '핫'한 아이템만 쫓았던 것도 아니었다. 2006년 <MBC 스페셜> '내 아이의 밥상'을 통해 일찌감치 세계 각 국의 급식 혁명을 소개했으며, 수많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2008년 MBC 가정의 달 특집 휴먼 다큐멘터리 '늦둥이 대작전'과 '우리 신비'를 연출한 피디도, 이근행, 이 사람이었다.
2005년 MBC 로고 선포식 당시 오행운 피디 Photo 오행운 피디 블로그 http://nuriro.tistory.com
이에 비하면 오행운 피디의 이름은 '의외의 곳'에서 처음 눈에 띈다. 2005년 MBC의 새로운 로고를 소개한 'NEW MBC' 선포식에 신입사원 대표로 참석했던 것. MBC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인재로 인정받았다는 뜻일 게다.
이런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오 피디는 <PD수첩>을 통해 증명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굵직굵직하게. 우선 이승준 피디와 함께 보도한 2008년 4월 '삼성특검 99일 - 누구를 위한 수사였나' 편. 당시 오 피디는 삼성의 불법행위를 수사한 당시 특검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짚어 낸 당사자였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2009년 '용산 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에서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당시 그는 성기연 피디와 함께 철거민 진압에 용역업체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특종보도한다. 경찰을 앞세운 살아 있는 권력의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낸 주인공인 셈이다.
올해 2월에 방영된 심층취재 '나는 쪽방에 삽니다' 편은 또 어떠한가.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죽어서까지 쓸쓸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더 낮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과 애정이 없는 언론인이라면 애써 피했을 보도였다.
2009년 '내가 정말 죄를 지었나요?'편 언론인권상 수상 당시 두 피디 모습 Photo 오행운 피디 블로그
이렇듯 이근행·오행운 피디는 힘있는 자에게는 강한 반면, 힘없는 자의 편에 서려 했던 언론인이다. 2008년 촛불 시민에게 가해지는 검경의 강압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PD수첩> '내가 정말 죄를 지었나요' 편에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하는 것이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거리에 유모차를 끌고 나갔다고, 특정 신문의 광고불매 운동을 했다고, 서슬 퍼런 수사의 칼날을 들이미는 힘센 검경. 그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힘없는 시민들. 그 때도 두 피디는 기꺼이 '우리들'의 편에 섰다. 그 때 클로징 멘트는 이랬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말이 새삼 생각납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그렇게 싸우다 이근행·오행운 피디는 지금 '망루'에 섰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들에게 '내가 정말 죄를 지었냐' 묻고 있다. 그들의 물음에 우리가 답할 차례다.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노라고 말이다.
'세상은 잘 돌아가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중동만 보면 양식이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절망하게 된다. (0) | 2010.06.07 |
---|---|
서울시 의회가 앞으로 할 일 많네! 언론사에 쳐 바른 언론홍보비 꼭 밝혀야 (0) | 2010.06.07 |
김제동, 누가 그를 정치투사로 만들고 있나? 자신들의 치졸함만 들어내면서~ (0) | 2010.06.05 |
오세훈,6/2 민심 확인하고도 비밀 한강운하 진행할까? (0) | 2010.06.04 |
영화 "시" 안에선 홀대 칸에선 대접받은 이유? 지독한 편가르기! (0) | 201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