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정책사업 중 하나인 '한강운하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직 민선 5기가 출범하기도 전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처음으로 충돌한 것이다.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 13명은 22일 오전 오세훈 시장을 비공개로 면담하고, "한강운하의 시작사업인 양화대교 공사를 지금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 79명의 이름으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도 함께 전달했다.
앞서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부터 서울 한강과 '경인운하'를 연결하는 15킬로미터 길이의 '한강운하' 조성 사업을 추진해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 인천 영종도 앞바다~행주대교 남단)와 연결된 '한강운하'(서해비단뱃길, 행주대교 남단~여의도-용산)를 2020년까지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뱃길 조성 사업은 경제성이 없고, 환경 피해만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해왔다.
민주당 시의원들 "모든 권능 동원해 저지"... 오세훈 "속도 조절하겠다"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들은 공개서한에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서울시는 민심은 아랑곳없이 경인한강운하-서해연결 주운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국제크루즈-유람선 사업은 '반시민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과 여러 사업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들은 "양화대교 공사는 시작단계인 지금 즉시 중단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하면서, "새로 개원하는 시의회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 많은 시민들과 함께 진실되고 과학적인 사업타당성 검증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당선자들은 또한 "'양화대교 즉각 공사중단'의 요구를 오 시장과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민과 함께 시의회에 부여된 모든 권능을 동원해 저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오세훈 시장을 향해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시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는 시의회는 예산 편성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삭감하거나 다른 부문 예산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민주당 당선자들이 강한 어조로 '한강운하 사업 즉각 중단'을 요구하자, 오세훈 시장은 조금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 의정개원준비위원회 대변인인 조규영 시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 시장이) 형식적으로는 예의를 갖추면서 개원 후에 진지하게 논의를 해보자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한강운하사업이 너무나 무리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오늘 온 것"이라고 반발하자, 오 시장이 "개원 전까지는 속도를 조절해보겠다"며 뒤로 물러섰다고 조 의원은 전했다.
특히 조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공사를) 안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말해, 이날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음을 시사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의회 106석 가운데 79석을 차지하면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 79명이 오세훈 시장에게 전달한 공개서한 전문이다.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6.2선거, 서울시민의 표심은 한나라당 심판이었다. 한나라당 7대 시의회의 거수기 돈봉투 의정, 시민외면의정에 대한 냉혹한 평가였다. 동시에 오 시장의 전시낭비행정에 대한 경고였고, 시민중심 시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선거혁명이었다. 시의원과 구청장 선거에서 완패하고, 강남3구의 몰표에 의지해 당선된 오 시장을 강남 3구시장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과 오 시장은 겸허하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심은 아랑곳없이 서울시는 경인한강운하-서해연결 주운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양화대교 다리경간확장을 위해 가설교량을 만들고 중앙부분을 철거하여 2011년 12월까지 보행로를 폐쇄하는 공사가 그 시발점이다. 여의도와 용산에 선박터미널을 만들고 유람선 운항수로를 건설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들은 이 공사가 천만 시민을 위한 사업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2012년 운항되는 5천톤급 국제크루즈선의 1회 이용객은 120명선, 이용객 1일비용은 20만원선이라 한다(예상운항 4박5일시 1인당 100만원). 2011년말 운항예정인 2천~3천톤급 서해연안유람선의 경우는 1회 탑승예정 270명선으로 1박 이상의 운항일정인데, 이용객 1일비용은 1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용객은 부자들이거나, 아주 소수의 특별한 여행목적의 승객들 뿐이다. 대다수 서민과 시민들에게는 구경거리 유람선에 불과하다.
집행되는 예산 역시 시민들을 위한 예산은 아님이 자명하다. 양화대교 공사비 약 500억원, 현재 드러난 유람선 운하사업비가 약 3천억원이다. 추가로 진행될 여의도-용산구간과 용산항 개발사업까지 포함하면 4~5천억원이 추정된다. 중랑천, 안양천 등 지천운하 개발사업비 수천억원은 별도이다. 예산집행의 목적지는 유람선 몇 척을 위한 운항수로와 인프라 제공이다. 건설되는 운항시설을 유일하게 이용할 회사는 한 개의 사업자이다(현재 우선협상대상자는 (주)서울국제크루즈라는 컨소시엄으로, 주간사는 부동산개발회사임).
수천억원의 시민 세금을 쏟아부어 선박운항 및 터미널 운영회사에게 독점적인 한강 주운인프라를 제공하고, 그 결과 운항되는 국제크루즈와 연안유람선은 보통 사람들이 이용하기도 어려운 여행서비스라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이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 일동은 오 시장과 서울시에 요구한다. '한강운하의 시작사업인 양화대교 경간확장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처음은 500억원 공사비가 투입되지만, 곧이어 수천억원, 수조원의 시민혈세가 낭비될 것이다.
국제크루즈-유람선 사업은 그 자체의 반시민적 성격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지적하듯이 경제적 타당성과 함께 여러 사업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이다. 서울의 허파이고, 생태공간인 한강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사업이다.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사업이 전면 재검토되어 경인운하의 선박운항기능이 백지화될 경우 무용지물이 되는 사업이다. 시급하게 속도전으로 밀어부칠 사업이 절대 아니다. 또한, 중앙 부분 철거되는 양화대교와 무리하게 건설된 가설교량의 안전도 여부, 공사 기간의 시민불편 역시 철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79명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은 시민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한다. 양화대교 공사는 시작단계인 지금 즉시 중단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조치이다. 새로 개원하는 시의회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 많은 시민들과 함께 진실되고 과학적인 사업타당성 검증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사업검증과 시민공감대를 충분히 모은 이후에, 차분히 공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점을 밝힌다.
우리는 '양화대교 즉각 공사중단'의 요구를 오 시장과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민과 함께 시의회에 부여된 모든 권능을 동원해 저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들의 긴급한 요청에 대해 서울시와 관련 사업본부가 성실히 응답하고 시민, 전문가들과의 타당성 검증작업을 실질적으로 즉각 추진하기를 바란다.
2010년 6월 22일(화)
민주당 서울시당 서울시의원 당선자 79명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