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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국방부와 민군 합동조사단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뢰 추진체, 'CHD-02D'에 적힌 '1번'이라는 파란색 매직 글씨를 두고 다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방부는 2일 브리핑에서 송태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최근 작성한 논문을 근거로 "어뢰 폭발에서 발생하는 화염의 고온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면서 "버블이 단열 팽창하면서 급격히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폭발 후 0.05초 후에는 도장 면에 열 손상을 일으킬 수 없는 약 130℃의 온도로 급속히 냉각되고 0.1초가 지나면 28℃까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브리핑에서 "이 때문에 화염의 충격파에 직접 노출되는 디스크 전면의 온도라 해도 0.0145초 후에 5.46℃를 피크로 천천히 냉각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한 마디로 1번 글씨가 쓰인 디스크 후면 온도는 바닷물 온도인 3℃보다 0.1℃도 상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송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첫째, 버블 내부의 화염의 고온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 디스크의 전면에서 후면으로 열이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1초 이하로 매우 짧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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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호 카이스트 교수가 계산한 어뢰 폭발 직후 디스크 전면과 후면의 온도 차이. ⓒ송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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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는 "폭약의 양을 늘리고 탄두에서 디스크까지 거리를 좁히는 등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해도 어뢰 추진부 온도는 20℃ 이내로 상승한다는 계산이 나와 페인트 또는 그 위의 글씨가 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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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호 카이스트 교수가 시뮬레이션한 어뢰 폭발 직후의 상황. ⓒ송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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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의 주장은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 교수 등이 "250kg의 폭약이 터질 경우 추진체 후부의 온도는 350℃ 혹은 1000℃ 이상까지 올라간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송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어뢰 추진체 외부의 유성 페인트가 다 타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매직 글씨는 날아가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교수 등은 "'1번' 글씨와 외부 부식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유성 페인트의 비등점이 최소 325℃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현상이다. 국방부와 합조단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 과학적인 해명을 내놓은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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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호 교수의 프레젠테이션 자료 가운데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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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어뢰의 잔해에 나타난 여러 가지 현상은 각각 해당 전문가 그룹에 의하여 보다 고도의 분석이 수행되어야 옳게 알려질 수 있다고 판단되며,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이 부족한 자들이 섣부른 계산을 근거로 여론몰이를 할 경우 그만큼 우리 사회가 낙후되었음을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송 교수는 "전문적인 토론을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밝혀 향후 이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