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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희안한 나라! 총리실이나 증거인멸할 시간을 벌어주는 검찰이나....

by skyrider 2010. 8. 12.

총리실, 조직적 증거인멸 방조… 예고된 ‘껍데기 수사’

하드디스크·문서 등 자체조사 전후 훼손실체 ‘미궁’ 빠질수도

경향신문 | 정제혁 기자 | 입력 2010.08.12 00:45 | 수정 2010.08.12 01:20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하드디스크와 문서자료 등이 파손돼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불법사찰의 '윗선' 개입을 밝혀내지 못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 하드디스크 일부는 국무총리실이 불법사찰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시점을 전후로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리실과 검찰 등 국가 기관의 총체적 증거인멸 방조로 불법사찰의 실체가 미궁에 빠질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윗선 개입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11일 밝혔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압수한 하드디스크에서 이영호 전 비서관의 개입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찾지 못한 상태"라며 "비선보고 부분에 대한 수사가 어려운 것은 대부분의 증거자료나 추정자료가 고의로 지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9일 지원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미 지원관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물론 문서자료 대부분이 파손된 상태였다. 압수수색 전에 누군가 지원관실로 들어가 고의로 증거를 없앤 것이다.

그러나 증거인멸은 검찰이 방조한 혐의가 짙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닷새 만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증거를 없앨 수 있는 나흘의 시간을 허용한 셈이다. 이와 달리 2005년 4월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투자의혹 사건' 때나 2006년 '황우석 사건' 때는 수사 착수와 동시에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다.

증거인멸을 방조한 책임은 총리실이 더 크다. 지난 6월21일 국회에서 불법사찰의 실체가 처음 드러난 뒤에도 총리실은 증거보전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총리실은 자체 진상조사 기간에도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지원관실 하드디스크 일부는 총리실의 자체 진상조사가 시작된 지난달 2일을 전후로 파손됐다.

총리실은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된 뒤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을 현업에서 배제했지만 지원관실 출입과 컴퓨터 등에 대한 접근을 금하지는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마음만 먹으면 지원관실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얼마든지 증거를 없앨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총리실이 증거인멸을 조장한 셈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2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인지했다.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이 김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를 묻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국가 기관이 불법사찰 사실을 알고도 5개월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탓에 의혹의 핵심을 밝혀줄 물증이 사라진 셈이다. 국가 기관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의 실체가 국가 기관의 방조로 그대로 묻힐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설혹 검찰이 증거를 인멸한 혐의자를 잡는다고 해도 사법처리 대상만 1~2명 늘어날 뿐 손상된 하드디스크 등을 복원하지 않는 이상 사건의 실체는 영원히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현행법에 따르면 범죄 당사자의 증거인멸 행위는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전 지원관 등이 증거를 없앴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 전 지원관 등은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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