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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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소산성 고란사(원안)가 보이는 금강변에서 준설공사가 한창이다. |
ⓒ 김종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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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흥사지 입구에 야적되어 있는 준설토 적치장 |
ⓒ 김종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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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에는 왕흥사지(사적 427호)가 있다. 공주에는 공산성(공주성·사적 12호)이 있다.
두 유적의 가장 큰 공통점은 4대강 사업으로 훼손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왕흥사지는 공사 중인 부여보(금강 6공구) 인근에, 공산성은 금강보(금강 7공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추진 중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4대강 사업에 따른 훼손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부여 왕흥사지가 그 신비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이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발굴 작업 중인 백제의 왕실사찰인 왕흥사지에서는 목탑지, 금당지, 동·서 회랑지, 축대 및 진입로를 비롯해 '창왕명' 사리기와 각종 공양구가 출토됐다. 왕흥사지는 또 부소산성과 낙화암, 고란사, 그리고 구드래 나룻터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이 아주 빼어난 곳에 위치한 절터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수차례 보도한 것처럼 왕흥사지 입구에는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나오는 준설토가 쌓여 있다.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치장 아래에 유물이 있을 경우 하중을 못 이겨 파괴될 것"이라는 문화재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번번이 무시됐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려면 '문화경관' 보전이 우선되어야 하는데도 수려한 주변경관은 부여보 등 4대강 공사로 인해 말 그대로 '공사판'으로 뒤바뀌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한 왕흥사지-공산성, 주변은 '공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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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남면에서 바라본 부여보 공사 전 현장 모습. |
ⓒ 대전충남녹색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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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남면에서 바라본 부여보 공사 현장. |
ⓒ 대전충남녹색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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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민관합동으로 구성한 '4대강(금강) 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 또한 왕흥사지 입구 준설 작업장과 관련, "현재 공사 중인 제방과 왕흥사지는 불과 160m가량 떨어져 있어 훼손 우려가 높고 지층에 물이 침투하면 제 모습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주 공산성은 백제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인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공산성의 가장 큰 가치는 성 어디에서나 내려다보이는 '금강의 풍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또한 문화재 전문가들로부터 "공산성 인근 금강보 공사로 공산성의 일부가 붕괴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공산성은 금강에 접한 구릉 위에 석축과 토축으로 계곡을 둘러싼 포곡형(包谷型) 산성인데, 안쪽에는 백회를 발라 성벽의 석재가 무너지지 않도록 했지만 강 수위가 높을 경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또 "금강보 설치 공사로 공산성 내 '만하루' 입구에 있는 연못의 수량이 줄어들었다"며 "이는 4대강 공사로 금강모래사장을 파헤치면서 강보다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역사·문화에 대한 몰상식과 미개성 판치는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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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성에서 바라본 공주 터미널 앞 금강 백사장. 금강정비사업으로 백사장이 모두 파괴되어 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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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대형 공사가 가능한 것은 '부실한 문화재 기초조사'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실 4대강 공사 이전 45일 만에 전국의 문화재 조사를 마무리했으니 제대로 된 문화재지표조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런데도 국토해양부는 "해당 공사는 문화재 영향권 밖에서 벌이고 있다"며 태연자약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표본시굴조사 의뢰 결과 '저촉구간'이 없는 것으로 나와 문화재청의 승인 아래 준설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큰소리다. '위험 경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문화재청도, 국토해양부 어디에서도 '재조사' 얘기가 전혀 없다.
이쯤 되면 금강공사현장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몰상식과 미개성의 현장이라 할 만하다. 대형토목공사에 어설프게 '백제 역사문화 복원'을 끼워 넣어 조잡한 콘크리트 관광 상품을 팔겠다는 구상은 미개하고 후진적인 사유의 반증이라 할 만하다.
왕흥사지 부근에 건설 중인 부여보(금강 6공구, 공정률 42%)의 메인 테마는 '백제의 향기가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 백향유수'다. 백제의 수도로 엄연히 '고도제한법'이 살아 있지만 '부여보 전망타워'도 들어설 예정이다. 부여보는 내년 말까지 공사 완료를 목표로 하루 2만 톤의 골재를 파내고 있다.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의 비극 답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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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량이 크게 줄어든 공산성 연지 |
ⓒ 김종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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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강보(금강 7공구, 공정률 44.5%)에서는 소수력발전소 등을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국토해양부는 아예 가물막이를 존치해도 무방하다고 승인해 부근에는 7m 높이의 가물막이가 설치돼 있다. 세종시 예정지에 설치하는 금남보(금강 세종1지구)는 현재 6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남보 준설의 경우 95%(준설량 305만 입방미터)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및 시민환경단체의 '공사 중단' 및 '재검토를 위한 대화' 요구는 여전히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공사 중단' 요구에 속도전으로 응수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왕흥사지와 공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왕자의 사랑도, 옛 인어의 모습도 얻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된 슬픈 인어공주 이야기를 답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