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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친일파 후손들은 떵떵거리고 독립군 후손들은 불법 입국자로 쫒기는 나라!

by skyrider 2010. 8. 12.

19년 '불법체류자'서 '독립유공자 후손'된 사연

연합뉴스 | 입력 2010.08.12 18:22 | 수정 2010.08.12 18:24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영령들의 자손을 이렇게 박대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이럴진대 나라의 기틀이 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

법무부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독립유공자 후손 16명에 대한 국적증명수여식을 연 12일 이 자리에 참석한 원순애(67.여)씨는 식이 진행되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지난 19년간의 불법체류자 신분을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그에 걸맞은 대우는커녕 모국에서 당한 갖은 모욕과 홀대가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원씨의 친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인 1919년 이후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역에서 대한군정서, 독군부, 충의단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며 대일 독립투쟁에 평생을 바친 독립운동가였다.

정부도 원씨 할아버지의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고인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씨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인정받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중국에서 살다 1991년 혈혈단신으로 한국땅을 밟은 원씨에게 고국은 그야말로 모질고 야박한 나라였다.

식당에서 밤낮으로 일하면서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인정받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자신의 신분을 입증해 줄 피붙이가 전혀 없어 유전자 검사는 아예 불가능했고, 현지 실사를 통한 입증도 보훈청 직원의 불성실로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는 사이 그에게 따라붙은 것은 '불법체류자'라는 꼬리표였다.

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불법체류자로 낙인찍고 단속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고, 그 나라는 나에게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며 "절망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 모든 걸 포기하고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이미 원씨가 시작한 이 길고 긴 싸움은 이미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결국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인 투쟁을 벌여야 했고, 지난 2005년 국적 취득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결국 국적 취득과 함께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공식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년간 국가를 상대로 처절한 싸움을 하면서 남은 것은 정신적인 상처밖에 없다고 그는 전했다. 아직도 수면제가 없으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날부로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지만, 이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그는 토로했다.

그는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주위의 홀대로 사회에서 버림받다시피한 국가유공자의 후손들이 많이 있다"며 "우리나라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좀 더 부강해지려면 이들의 삶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ielo7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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