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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세금 깎고 냉전으로 비용만 올려놓고 서민들한텐 통일세 내라?

by skyrider 2010. 8. 18.

부자들 감세해주고, 구멍난 재정적자는 통일세로?
현정부 대북·조세 정책과 엇박자로 가는 통일세...진짜 속셈이 뭔가
10.08.17 17:34 ㅣ최종 업데이트 10.08.17 17:34 선대인 (kseri)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공존과 평화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통일세를 제안한 데 대해 각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17일 "당장 국민에게 과세할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통일과 관련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민에게 과세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청와대 측은 "통일세를 당장 거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준비할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들어보려고 큰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한다. 즉흥적인 통일세 제안이 여론의 반발을 사자 발을 빼는 모습이 역력했다.

 

MB식 통일세 밀이붙이기, 여론 반발에 발 빼기

 

이 대통령은 그동안 오해다, 와전됐다.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식으로 말을 뒤집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통일세 논란과 관련해 이제는 '국민들 의견을 들어보려고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발을 빼고 있다. 만일 실현되게 된다면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될 통일세를, 광복절 기념식에 맞춰, 갑자기 평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공존과 평화통일'을 부르짖으면서, 단지 "국민들 의견을 들어보려고" 던졌다는 말인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사실 논리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사람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큰 고통이 따른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과 공존과 평화통일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북을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몇 달 전까지 전쟁기념관에서 '전쟁불사'를 외쳤던 것을 생각하면 이 대통령의 표변은 황당 그 자체다.

 

최소한의 논리적 체계와 큰 그림을 가진 지도자라면 스스로 자신의 발언이 아귀가 맞지 않으면 부끄러워해야 할 텐데, 이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가 보기에는 부끄러워할 만한 판단력이 없거나 아니면 상황에 따라 말 바꾸는 것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 경우 흔히 전자를 바보라 하고, 후자는 사기꾼이라 한다.

 

통일세를 제안하는 방식도 이 대통령이 그동안 늘 말로는 '소통'을 부르짖으면서도 실제로는 얼마나 일방통행식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북정상회담처럼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국민들의 막대한 부담이 되는 통일세 문제를 사회적으로 진지한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독단적 전횡에 가깝다. 그것을 뒤늦게 '화두로 던진 것'이라고 얼버무려도 그렇게 순진하게 이해할 사람은 드물다.

 

이 대통령의 통일세 관련 발언은 그동안 자신이 해온 언행을 스스로 무수히 부인해온 것의 또 다른 사례이기도 하다.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 확대 등 사교육 부추기는 교육정책을 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사교육을 줄이자는 캠페인성 정책을 돈 들여서 지출하고, 서민 주거난 해소하겠다면서도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미분양 물량 매입과 각종 토건 부양책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결국 무수한 정책들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수많은 재원과 행정력을 낭비하면서도 정책효과는 없거나 오히려 사태를 복잡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이 정부가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는 정반대의 목표를 속내로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적어도 정권의 속내는 말보다는 정책을 뜯어봐야 하는데, 현 정부가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무수한 반서민 정책을 펴면서도 말로는 친서민을 외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즉,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말과는 달리 '반서민 정책' 기조라는 것이다.

 

현정부 대북·조세 정책과 통일세는 엇박자

 

  
남북경협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 사진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모습.
ⓒ 권우성
남북정상회담

이번 통일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은 통일에 대비한 사회경제 전반의 총체적 준비를 제대로 해갈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남북간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외교와 대북정책에서 공존과 평화통일을 지향할 때 통일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남북간 경협을 모두 단절해 북한 경제 활성화를 어렵게 하면 통일 이후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및 개발 비용을 늘리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다. 통일되는 국가간의 경제적 격차가 크면 클수록 통일 이후 경제적 통합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또한 정설이다.

 

외교와 대북정책 측면에서도 현 정부의 북한 적대 정책은 각종 잠재적 안보비용을 키우는 한편 남한의 '안보 리스크'를 증대시켜 외국인 투자를 꺼리게 한다. 이란 제재 사태에서 보듯이 수출 악영향 등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다. 또한 남북간의 긴장 관계를 틈타 중국이 열심히 북한 자원을 선점하는 등 '북한의 중국화'도 가속화시켜 사실상 통일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도 통일 이후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해 쓸 수 있는 한 자원을 이미 중국에 헐값으로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 정부는 사회경제적 대응과 외교, 대북정책상의 대응에서 통일 부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통일세'를 걷어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것은 기가 막힌 엇박자 정책일 뿐이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 경색으로 남북경협과 교류증진을 위해 쓰도록 돼 있는 남북협력기금도 거의 제대로 쓰지 않고 있는 정부가 무슨 염치로 통일세를 제안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기가 대통령이니 무턱대고 질러대면 모두 다 정책인 것처럼 생각하는 '거대한 착각'에 빠져 사는 듯하다.

 

현 정부의 세정 일관성 측면에서 봐도 통일세는 수긍하기 어렵다. 현 정부는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과 대기업 위주 법인세, 소득세 감세정책으로 임기 동안에만 99조 원 가량 감세효과를 내는 감세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감세효과의 대부분이 부동산 부자와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에 귀착되고 있음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그런데 서민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감세정책을 해놓고, 이제 와서 갑작스레 통일세를 통해 증세 기조로 가겠다는 것을 정상적인 두뇌로 이해하기에는 종잡을 수가 없다.

 

현 정부가 감세한 세금들은 부동산 세금을 비롯해 거의 모두 직접세였다. 그런데 통일세는 세금의 성격상 목적세가 될 수밖에 없는데, 결국 부가가치세 등에 덧붙이는 식으로 간접세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직접세 위주의 집중 감세로 정부 조세 및 재정정책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극도로 약한 한국 사회에서 소득 역진적 성격을 한껏 늘려놓고 있는 게 현 정부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다시 간접세 부담을 또 다시 키우는 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세정책 따른 세수 손실과 공공 부채 만회 의구심

 

  
2008년 12월 12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기갑 대표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감세법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끌려 내려가고 있다.
ⓒ 유성호
예산처리

국세수입의 3대 축은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로 이 세가지 세목이 전체 국세수입의 약 76%를 차지한다. 그런데 법인세와 소득세는 이미 2006년 기준으로 실효세율이 OECD 최하위권인 상태인데, 감세정책을 통해 여기에서 더 낮춰줬다. 그러면 이 두 세금의 감면으로 인한 세수 손실을 만회할 세목은 크게 볼 때 부가가치세뿐이다. 이렇게 볼 때 통일세는 부가가치세 증세를 위한 핑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현 정부 이후 각종 감세조치와 각종 건설, 부동산 부양책으로 정부공공부문에서만 250조 원 가량 지출을 늘려 심각한 재정적자와 공공기관 부채 위기를 초래했다. 더구나 현 정부 들어 각종 국공채 발행액이 200조 원 이상 순증됐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LH공사만 하더라도 현 정부 들어서만 41조 원의 공채를 발행했는데, 그 같은 무리한 부채 끌어쓰기가 최근 LH공사 부채 위기의 직접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공기업 부채는 공식 국가채무가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처럼 정부 수족처럼 움직이는 개발공기업들의 부채의 상당 부분은 국민 부담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공기업 회계의 불투명성으로 실제 공개된 이상으로 공공부문 부채가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한 금융권 고위 소식통은 "금융공기업의 파생상품 손실액이 공식 발표된 것보다 4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회계상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정부 스스로도 전혀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심지어는 이번 통일세 제안이 이곳 저곳에서 구멍난 공공부문의 재정적자 및 부채를 메우는 한편 4대강사업 등에 필요한 재원을 우회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우회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통일을 지향해야 하고, 통일에 대한 전국가적 대비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정부 정책 전반에서 정합성을 갖춘 총체적 준비여야 한다. 지금까지 통일 및 건전 재정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역주행하고 나서 갑자기 뒤돌아서서 통일세를 제안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의 대국민 설득 방식으로 보기 어렵다.

 

그것도 현재 '부자감세'로 대변되는 세제구조에서 더욱 더 일반가계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느닷없이 제안하는 것은 후안무치와 몰상식의 극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현 정부의 이런 식의 통일세 제안은 국민들이 '평화통일'에 대한 거부감만 키우게 될 공산이 크다. 어쩌면 그 동안 현 정부가 해온 행태로만 봐서는 그것이 진정 이 정부가 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대인 부소장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