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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원세훈 국정원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에 이어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마저 병역면제자로 채워져 '당·정·청 병역면제 정권'이라는 개탄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병무청이 최근 고위공직자 병역조회 서비스에서 면제자인지, 군필자인지를 식별할 '구분란'을 쏙 뺀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병무청에 따르면, 병무청은 지난 8월 중순부터 홈페이지의 '공직자 등 병역사항 공개' 항목을 조회하면 나타나는 해당자 병역조회 정보 가운데 '군필' 또는 '면제자' 등을 표기한 구분란을 아예 없애버려 병역 면제자인지, 군필자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대신 병무청은 군별, 계급, 징병검사일자, 입영·전역일자, 전역사유 등의 기록만 남겨 뒀다.
이를테면 '이명박'과 '대통령'을 입력하면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구분'란에 '면제자'라는 항목이 기록돼 있었으나 이번엔 완전히 빠졌다. 이 대통령은 '1961년 갑종', '63년 입영후 귀가(질병)', '64년 징병검사 기피', '무종 재신체검사대상', '65년 병종 제2국민역 질병(결핵폐활동성경도(양측) 기관지확장증고도(양측))'으로 기재돼있을 뿐 어디에도 '면제'나 '군필' 여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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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무청이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고위공직자 병역조회 서비스에서 '군필자'인지 '면제자'인지를 기재놓았었다. 사이트 변경전 이명박 대통령의 병역사항. ⓒ안치용 블로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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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병역조회 변경후 병역사항. ⓒ병무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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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국민역은 신체등급 5급으로 평시 군복무 면제, 전시 근로동원을 뜻하고, 6급의 경우는 평시 뿐 아니라 전시에도 면제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5급 제2국민역과 6급 병영면제 모두 군면제자로 통칭된다.
병무청의 이 같은 공직자 병역사항 서비스 공개 방침 사실을 발견한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는 20일 "이 대통령의 경우 그 어디에도 면제자란 표기가 없고, 병역관련 과정만 기재돼 있어 군필자인지 면제자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며 "갑종 귀가 기피 대상 등의 병역사항만 기재돼 있고, 맨마지막엔 병종 제2국민역 질병이라고만 돼있어서 과연 군대를 다녀왔는지, 몸이 안좋아서 꽃방위를 했는지, 면제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윗분들의 병역조회에서도 군필여부를 확인하는데도 공부가 필요하게 됐다"며 "이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입대 하룻 만에 제대한 군필자이며, 이 의원의 이들 지형씨는 면제자인데, 이 경우도 사례로 지적됐다. 병무청이 조회화면을 변경하기 전까지는 이 의원이 군필자이고 아들 이지형씨는 면제자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으나 바뀐 뒤부터는 마찬가지로 파악하기게 힘들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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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무청이 공직자 병역조회 개편 전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병역사항. ⓒ안치용 블로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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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무청이 공직자 병역조회 개편 후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병역사항. ⓒ안치용 블로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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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씨는 "공직자들의 병역문제가 국민의 큰 관심의 되고 있는 시점에서 군필 면제자를 적시하는 란을 없애 대통령 눈치보려는 불순한 동기가 없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홍승미 병무청 대변인은 "수년 간 국민들에게 알기쉽게 요약해서 알리자는 취지에서 '면제자' '군필자'로 구분하는 아이템을 서비스해왔으나 이런 공개 방식이 관보와 차이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지난달 중순 인터넷 사이트개편을 하면서부터 관보처럼 병역법에 쓰이는 용어위주로 통일하기로 했다"며 "병역 용어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관보의 서식을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이 대통령을 비롯해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당정청이 병역면제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예민한 시기에 병무청이 그런 일을 왜 하겠느냐. 어차피 (대통령이 군 면제자라는 것 등을)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데 왜 바보같이 (정치적 의도로) 그러겠느냐"며 "그런 우려가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답했다.
홍 대변인은 당사자인 고위 공직자로부터 압력이나 항의 때문이냐는 질문에 "비공식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대변인으로 있는 한 그런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