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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200일 가까이 납치중인 삼호드림호, 60년전 납치된 국군포로도 못 구하는데

by skyrider 2010. 10. 17.

“칠레광부 68일” vs “삼호드림호 197일… 그리고”

헤럴드경제 | 입력 2010.10.17 09:04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전라

 




최근 방영을 시작해 큰 인기를 끌고있는 SBS드라마 '대물'에서는 극중 주인공의 남편이 아프간으로 취재를 갔다가 피랍되어 주검으로 돌아온다. 싸늘하게 식은 시신을 부여잡고 남편을 죽도록 내버려둔 정부를 원망하는 장면은 몇가지 사실을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데자뷰'시킨다.

부산 영락공원에는 봉사활동을 위해 이라크를 찾았다 피랍, 사망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고 김선일 씨가 6년여 동안 누워있는 1.5평 공간이 있다. 김선일 씨의 사건은 이미 죽음으로 끝이났지만, 아직 생존해 있는 또다른 피랍 국민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존재한다.

200, 199, 198, 197… 소말리아해적에게 피랍된 삼호드림호는 오늘로써 피랍 197일째. 200일을 목전에 두고있다. 얼마전 부산의 한 방송사엔 의외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한 사람은 삼호드림호의 선장 김성규(58세) 씨. 그의 목소리에선 자신들을 고용한 회사와 자신들을 구조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진하게 묻어났다.

그동안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한국인 선원들이 피랍됐다가 협상을 통해 구조된 것은 지난 2007년 원양어선 '마부노호'가 173일로 가장 길었다. 하지만 이미 삼호드림호는 이보다 24일이나 지났고 해적들에게 납치된 한국인들 중에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랍기간이 200일을 이상 길어진다면 선원들이 포로 상태에서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또한 하루하루 죽음의 위협속에 시달리는 피랍 선원들의 고통과 가족들의 애끓는 심경은 협상과정을 불리하게 한다는 이유로 언론에서 조차 쉽사리 업급되지 않고 있다. 마부노호 피랍 당시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국민성금까지 이뤄졌던 당시와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다.

TV를 통해 칠레의 매몰광부 전원이 68일만에 극적으로 구출되는 현장을 지켜본 국민들은 온라인상에서 칠레 정부와 우리 정부의 차이에 대해 성토하는 분위기다. 지난 13일부터 국내 인터넷 포털과 트위터에는 삼호드림호 선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과 함께 정부의 미진한 협상에 대한 질책성 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국민성금으로 협상금을 지원하자'는 의견을 비롯해 다음 아고라에서 12월31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피랍선원 구출을 위한 서명운동'도 1575명을 넘어서는 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장 김성규 씨의 모교 동창들은 인터넷 상에서 계속해서 '가슴 뜨거운 편지'를 띄우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삼호해운측은 지난 4월4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드림호의 선사로 현재 피랍 선원들의 귀환을 위해 해적들과 협상을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다.

부산지역 해운업계와 삼호해운 관계자 등에 의하면 한국인선원 5명과 필리핀 선원 19명의 석방조건으로 최초 2000만달러를 요구했던 해적측과 협상을 통해 상당부분 현실적인 금액으로 조정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협상내용이나 시기 등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 삼호드림호의 경우, 하루 5만달러의 용선료를 받는 32만톤급 초대형유조선(VLCC)으로 현재까지 10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화물보험에는 가입됐으나 해적보험 가입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고있다.

또한 삼호해운측은 최근 해외언론을 통해 제기된 삼호드림호의 해적 모선 사용설에 대해선 배의 크기나 용도면에서 가능성이 낮다며, 협상을 통해 선원들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피랍선원석방대책위원회는 "피랍 선원들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모두 빼앗긴 채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며 "피랍 당시 배에 있던 3개월치 식량은 해적들에게 모두 빼앗겨 5월말에 이미 바닥나 소말리아 구호품인 안남미에 흙을 섞어 먹으며 버티고 있다"고 선원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선장과 기관장, 선원 일부가 해적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머리 등을 다쳤지만 약이 없어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등 건강상태도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다.

◆소말리아 인근 해상 한국인선원 피랍일지=▷2006년4월4일-동원수산소속 원양어선 제628호 동원호(한국인선원 8명) 피랍. 117일만에 석방.▷2007년5월15일-원양어선 마부노1ㆍ2호(한국인선원 4명) 피랍. 173일만에 석방. ▷2007년10월28일-일본선박 골든노리호(한국인선원 1명) 피랍. 45일만에 석방. ▷2008년9월10일- 브라이트루비호(한국인선원 8명) 피랍. 37일만에 석방. ▷2008년11월15일-일본국적 화물선 켐스타비너스호(한국인선원 5명) 피랍. 88일만에 석방. ▷2010년4월4일-삼호드림호(한국인선원 5명, 필리핀선원 19명) 피랍. 현재 197일째 감금상태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