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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와 결단으로 확전을 반대한 것이라면 비록 잘못된 것이라도 보좌진들이 좌지우지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26일 당5역 회의에서 중요한 말을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 포격 사태와 관련해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 지도자이다. 강경론의 선봉에 서 있는 이회창 대표가 ‘확전 반대’가 차라리 낫다고 얘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결단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청와대가 자체 조사한 바로는 수석 비서관들이 아직 대통령의 첫 메시지를 놓고 토의가 진행 중이었고 최종적으로 발표할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성급하게 김병기 국방비서관이 누군가로부터 설익은 토의 내용을 전해 듣고 청와대 대변인으로 하여금 발표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가위급상황에서 대통령의 첫 메시지가 대통령 자신의 의지와 결단이 아니라 보좌진들의 머리에서 논의된 것이어서 참으로 한심스럽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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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는 25일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안보-경제 점검회의를 열었다. ⓒ사진출처-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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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표는 “G20회의 같은 일에는 보좌진의 머리를 빌릴 수 있지만 연평도 포격 같은 국가위급상황에서는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고 보좌진의 머리를 빌려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더 이상 확전이 안 되도록 관리하라”라는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발언 '내용'보다 발언 이후 벌어진 청와대의 '대응'이 더 문제이다. 확전이 안 되도록 관리하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물론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보수진영으로부터 단호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연평도 피격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언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북한이 연평도 공격을 가한 11월 23일 이명박 대통령 메시지와 관련해 계속 말을 바꿨다. 청와대는 “더 이상 확전이 안 되도록 관리하라”는 발언이 언론 속보로 전해진 이후 논란이 이어지자 “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말이었다고 정정했다.
그 후로도 청와대의 대통령 메시지 수위는 점점 올라갔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후 8시 40분 브리핑에서 “리얼타임으로 북한 공격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고 ‘몇 배로 응징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울러서 해안포 부근에 미사일 기지가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타격하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말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9시 28분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성명 발표와 같은 행정적인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100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군의 의무”라며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청와대는 말을 바꿔 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국군통수권자의 ‘메시지 혼선’을 자초했다.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군은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전략전술을 짤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의 안위와도 직결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 메시지와 관련해 혼선에 혼선을 거듭했다. 실무진 누군가의 실수 정도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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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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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관 한 명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군의 대응에 허점이 있었다며 국방부장관을 경질하는 것으로 비켜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청와대의 설익은 커뮤니케이션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을 마사지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이른바 '대포폰'으로 상징되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연루 의혹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대포폰'은 정권의 안위와 직결되는 사안일 수 있겠으나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까지 위태롭게 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비상한 시기에 보수세력의 비난 여론 등을 의식해 대통령의 대응 수위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안보마사지'는 군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 국민 생명을 건 도박이 현실화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 총재를 지냈고, 한나라당 후보로 두 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얘기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원수이자 국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국가 위급상황에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확고한 의지 및 분명한 통찰과 결단을 가져야 한다. 국민은 이것을 믿고 대통령을 뽑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