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3년 전, 한나라당 의원들이‘이명박 특검법’을 저지하려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를 두고 이명박 당선자는 신년 인사회에서 "누가 지팡이를 들고 있길래 저 나쁜 놈이 있나 했더니, 알고 보니 우리 당 심재철 의원이더라. 그래서 (내가) 아주 잘 했다 했다. (처음엔) 욕하다가 나중엔..."이라며 심재철 의원을 치하했다.
지난 8일 2011년 예산안 날치기 당시 주먹을 휘두른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그날 밤 격려전화를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대통령께서 지난주 예산이 처리되던 날 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순방차) 비행기에 타시기 전에 직접 전화를 주셔서 ‘국회에서 예산이 처리되는 데 애써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참 딱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충성하는 의원을 치하하는 대통령의 품격이 딱하고 또 품격이 딱한 대통령을 둔 이 나라의 국민이 딱하다는 것이다. 품격이 딱한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황송해서 어쩔 줄 모르는 국회의원의 수준은 언급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뒷골목 양아치 수준의 무용담 아닌가.
MB는 형님과 처 그리고 4대강 예산을 확실하게 챙기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흐뭇했을 것이다. 이랬을 것이다. 예산 날치기 통과 어디 한 두 번 하나? 공정사회? 이건 일단 목적을 달성했느니 한번 해본 소리로 치부하고 또 근사한 말 하나 주워 걸면 된다. 내 입이 보통 입이더냐. 온 세상의 잘 생긴 말 다 주워와 공자 앞에서도 문자를 쓰는 입이 아니더냐.
대통령으로 당선된 MB의 일성은 ‘국민을 섬기겠다’였다. 취임하고 나서 ‘준법’을 강조하더니 이어 ‘법치’를 들고 나왔고, 또 그래야 선진국이 된다며 ‘선진화’를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먹거린 용어가 국어사전에도 없는‘국격’이다. 그러나 말과 다른 국정행태로 이 구호들이 조롱을 받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재빨리 ‘공정사회’로 갈아탔다. 집권 반 년 동안 근사한 말은 다 꺼내들고 국민을 다그친 셈이다.
사실,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라려면 둘 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나는 자기 흠을 모르는‘불감증’이요, 또 하나는 알면서 행세하는‘막가파식 배짱’이다.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으면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게 가능하다.
두 가지를 다 가진 안상수가 MB의 돌격대장를 자청해 말을 함부로 쏟아내다 급기야 ‘보온병’에 입이 데더니(시쳇말로 주둥이가 당나발 되었다고 한다) 제 밥그릇까지 뒤엎는지도 모르고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곤(줄에 매달린 쇳덩어리를 밀어놓고 그 자리에 돌아서는 ‘영구’ 꼴) 그로기에 빠졌다. 게다가 권위도 추락해 당 대표 자리조차 간당간당하다. 제 죽는 줄도 모르고 설치던 조폭 중간 두목의 몰락치곤 참 재미있는 몰락이다.
MB의 연설이나 말을 믿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근사한 말은 다 끌어다 써 허풍을 떨어놓고 언행일치를 보이지 않은 탓에 말의 권위를 잃었다. 지금까지는 살아있는 권력의 힘으로 지탱했으나 이미 임기가 반을 넘었다. MB는 ‘레임덕은 없다’고 큰소리 쳤지만 정말 그럴까. 지금까지의 국정은 실패다. 결국 임기 후반기동안 대통령의 권위를 그나마 유지할 수단은 도덕성이다. 그러나 MB는 자신의 인생 사전에 도덕은 삭제한 사람이다.
MB의 머릿속엔‘고소영’과‘강부자’와 ‘영포라인’밖에 없다.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의 균형을 잃은 것이다. 이러한 사적인 감정이 바로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 과정인 국회의 의결에 폭거를 일으킨 똘마니를 대놓고 치하하는 행태로 나타났다. 권력과 예산을 사유화해도 괜찮을까? 유감스럽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 앞을 내다보니 참 딱하다.
붉은 노을㉿ |
언제 찐한 쐬주에 회나 한사발 하시죠...김성회로... 12/16 11:08:59 (118.xxx.1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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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 |
김성회 ㅋㅋㅋㅋ 쇠주맛 나겠네요 ㅎㅎㅎㅎ 12/16 15:20:25 (203.xxx.144.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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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맑은아침햇살 |
헉 ~! 썩은 회로? 12/16 16:35:28 (117.xxx.156.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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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
영포회는 어떨까요? 12/16 18:40:15 (118.xxx.1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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